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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패스 제동이 간단치 않은 이유…방역 정책 근간 '흔들'

국민 건강권 관련 정부 정책, 법원 판단에 제동 '나쁜 선례'
정부 방역정책 불신 불씨 안 돼…사회 합의·정부 책임 필요

(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2022-01-16 13:52 송고
서울 내의 3천㎡ 이상 상점·마트·백화점에 적용한 방역패스 조치의 효력 정지 결정이 나온 가운데 16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QR코드 체크를 하고 있다.  2022.1.1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 내의 3천㎡ 이상 상점·마트·백화점에 적용한 방역패스 조치의 효력 정지 결정이 나온 가운데 16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QR코드 체크를 하고 있다.  2022.1.1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 소재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일부 시설에서 정부의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행정명령 효력이 정지되면서 국내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영향이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효력 정지로 인한 시설 감염 위험보다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시민 1023명이 보건복지부 장관, 질병관리청장, 서울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방역패스 효력정지 신청 일부를 인용했다.
행정4부는 "식당·카페는 마스크 착용이 어려우니 감염 위험도가 다른 시설보다 높다. 상점·백화점·마트는 많은 사람이 모일 가능성이 있지만 마스크를 착용하니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일률적으로 미접종자의 출입을 통제하는 불이익을 준 건 과하다"고 했다.

이에 서울의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만 방역패스 시행이 중단되는 반면, 17일 0시부터 서울을 제외한 타지역에서는 방역패스를 적용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인터넷상에서는 '장 보러 서울 간다'는 말도 나온다.

◇서울 '백화점·마트'만 제동, 차별성 논란…'서울에 장 보러 간다' 우스갯 소리도
현재 효력 정지 적용 시설은 △서울 내 3000㎡ 이상 상점·마트·백화점(14일부터) △전국의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4일부터)다. 미접종자는 음성 증명서 없이 이들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3월 시행 예정인 청소년 방역패스도 서울에 한 해 일단 멈춤 상태다.

반면,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식당·카페 △영화관·공연장 △멀티방 △PC방 △스포츠경기장 △박물관·미술관·과학관 △실내체육시설 △도서관에서 방역패스 효력은 유지된다. 유효기간을 6개월(180일)로 정한 방침도 그대로다.

정부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방송 출연을 통해 "저희(정부) 입장에서는 유행 차단에 굉장히 중요하고 필요했던 조치로 보고 있고, 효과도 잘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방역패스는 기본적으로 미접종자의 감염을 차단하고,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해 전체 유행규모를 줄이고 의료계를 보전하려는 조치"라며 "법원 판결의 전반적인 취지는 이해하나, 과도하게 (방역패스 중지 대상을) 넓혀가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해외에서도 이러한 논란은 진행 중이다. 미국·유럽연합 등 주요 국가는 앞서 방역패스를 시행했으며, 연령별 기준은 다르나 기본적으로 백신 미접종자의 다중이용시설 출입을 제한하면서도 식료품을 구매하는 시설·공간 만큼은 예외로 두고 있다. 

실제 독일은 12세 이상인 경우 대형 마트, 백화점 출입 시 방역패스를 요구한다. 다만, 이외 생필품 구입이 가능한 슈퍼, 서점, 꽃집, 약국 등 소매점은 방역패스 예외로 지정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국민 백신 접종 의무화를 추진하는 프랑스도 2만㎡ 이상 대형쇼핑센터에 방역패스를 적용하지만 해당 센터 내 식료품 구매 공간이나 소매 형태의 슈퍼, 마트에서는 예외를 두기로 했다.

단, 이는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차원의 조치로 방역 효과와는 다른 얘기다. 우리 정부는 앞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더불어 방역패스를 실행해 감염 위험을 최대한 낮추고,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것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여기에 시민단체 등은 방역패스 적용 효과를 입증할 수 없는 만큼 적용 대상 시설 및 연령 확대 조치는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의학적으로 증명된 접종 예외자 이외 백신을 거부하는 개인의 자유의지 역시 정부에서 침해할 소지가 있다.

◇정부 정책, 법원 판단으로 중단되는 선례 남겨

법원 판단도 제각각이다. 지난 14일 서울지방법원 행정13부는 복지부 장관을 상대로한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고, 그 사유에 대해 증명서를 통해 대형마트 출입을 제한하지 않은 점, 생필품 등 소매점 이용이 가능한 점을 들었다.

당장 정부는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법원의 결정에 즉각 대응하기 보다 일단 숨고르기를 한 뒤 17일 중 지역별 차등 적용되는 시설별 방역패스 상황과 관련한 입장 및 대응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방역패스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코로나19를 통제하는 정부 방역체계의 양대 축이다. 그 한 축인 방역패스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면서 방역당국의 선택지는 더 좁아지게 됐다. 방역패스의 존재 기반이 약화되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 될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고통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백신 접종률도 더뎌질 수 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그동안 백신 부작용과 이상반응을 우려해 접종을 망설이던 미접종자들에게 백신 접종을 회피할 명분을 준 셈이 됐다.

무엇보다 국민의 건강권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법원의 판단에 의해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급성을 다투는 방역정책이 가처분 인용으로 중단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것은 매우 아쉽고 답답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논란 해결을 위해 정부의 책임과 소통을 강조한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속에서도 일상생활을 해오던 시민들에 방역패스는 '차단'과 같았을 것"이라며 "제도를 시행하다 보면 행정적 불편은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공감을 구하지 않았다는 데 정부의 책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ca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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