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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층과 39층 사이 높이 1m 빈 공간, 지지대 없어 연쇄 붕괴"

업체 관계자, 펌프기사·크레인기사·안전관리자 등 진술 종합 분석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이수민 기자 | 2022-01-14 18:00 송고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상공 촬영. 39층 높이의 아파트 3분의 1 가량의 바닥과 구조물, 외벽이 처참하게 무너져 있다. 외벽에 설치된 타워크레인도 추가 붕괴 우려가 있다.(광주시 제공 영상 캡처)2022.1.13/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38층과 최상층인 39층 사이에 높이 1m의 필로티 공간이 있는데, 지지대가 없었다."

6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광주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의 원인을 추정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진술이 나왔다.

사고 원인을 분석해 온 업체 관계자 A씨는 14일 뉴스1과 통화에서 "이번 사고는 하중을 받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와 겨울철 양생 과정을 거치지 않은 부실시공, 균열, 강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1일 발생한 붕괴 사고 직후 펌프카 기사와 타워크레인 기사, 현장 안전관리자 등의 진술을 통해 붕괴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해 왔다.  

A씨의 말을 종합하면 최초 '이상 징후'는 사고 발생 10여분 전 201동 건물 1층에서 작업 중이던 펌프카(건물을 짓는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장비를 갖춘 특장차) 기사가 발견했다.

◇크레인 지지대 균열…1층서 펌프카 기사가 발견

펌프카 기사는 '펑'하는 굉음을 듣고 위를 보니 타워크레인 지지대가 파손돼 있었다고 했다.

타워크레인이 파손된 이유는 단정할 수 없다. 강풍 때문인지, 콘크리트 강도 부족이나 고정 작업 과정에서 부실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타워크레인 기사는 사고 당일 오전 10시 정도까지 작업을 했고, 바람이 거세 일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당시 바람은 초속 13~15m가량 불었다. 통상 초속 10m 이상이면 크레인 작업을 멈춘다. 강풍도 한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A씨는 "타워크레인을 벽에 고정해주는 지지대(월 브레싱)가 파손돼 균열이 생겼다"며 "펌프카 기사가 옥상에 있는 콘크리트 타설 팀에 무전을 통해 '이상하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39층 최상층에 있던 콘크리트 타설 작업자는 무전을 받고 "여기도 이상하다"며 영상을 촬영했다. 언론에 공개된 각각 1분32초와 40초짜리 동영상이 이때 촬영된 것이다.

동영상을 보면 바닥에 타설된 콘크리트 가운데 부분이 꺼져있는 모습이 나온다.

또 수평으로 반듯하던 슬래브와 거푸집 중간 부분이 '툭' 소리가 나면서 10cm가량 주저앉고 반죽 상태 콘크리트가 아래로 새어나가는 장면도 보인다.

작업자가 '아이~'하며 짜증 섞인 탄식을 내뱉고 중국말로 "저쪽에, 저쪽에, 무너진다"(那边塌了)라고 하는 소리도 담겨 있다.

◇ "아이~, 저쪽에, 무너진다" 짜증 섞인 중국말…붕괴는 생각도 못해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작업자들은 아파트 십수 개 층이 한꺼번에 붕괴할 줄은 몰랐다고 한다.

A씨는 "아파트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다 보면 간혹 1개 층이 주저앉는 경우는 있다. 그땐 다시 보강 작업을 하면 된다"며 "영상에도 '아이~'하는 반응은 붕괴 걱정보다는 다시 작업해야 하는 짜증이 묻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이렇게 타설 작업 중 한꺼번에 무너진 건 지금까지 건설 현장에서 본 적이 없다"며 "현장 작업자들도 처음 겪는 일이라 무너질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상함을 느낀 작업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지대인 옆 계단 쪽으로 피했다. 대피는 곧 붕괴할 것처럼 급박하게 이뤄진 건 아니라고 했다.

작업자들이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할 때쯤 38층부터 23층까지 16개 층이 도미노처럼 붕괴했다.

일부 작업자가 27층까지 내려왔을 때 '우당탕'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도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음을 뒷받침한다.

A씨는 "전체적인 긴급 대피령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대피령이 있었다면 아래층에서 작업 중이던 실종자 6명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종자 6명은 27~30층에서 소방설비점검, 31층에서 조적작업, 32층에 유리창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무너질 줄은 상상도 못 해…긴급 대피령은 없어"

A씨는 아파트 16개 층이 무너진 이유 중 하나로 최상층 39층과 38층 사이에 있는 빈 공간을 주목했다.

이곳에는 1m 높이의 필로티 공간이 있다고 한다. 이 공간에 설비나 소방 파이프 등을 위한 공간이다. 

이 아파트는 8개 동 중 5개 동이 39층, 3개 동이 26~29층이다. 필로티 공간은 고층인 39층 단지에만 시공한다. 

다른 층은 '동바리'(수직 하중을 지지하기 위해 거푸집 아래 설치하는 기둥)가 설치돼 있지만 이 필로티 공간엔 지지대 없이 데크 형태로 시공한다고 했다. 

A씨는 면적과 레미콘 등을 계산하면 39층에만 쏟아부은 콘크리트가 300톤이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A씨는 "구조적으로 최상층의 하중을 떠받칠 수 있는 지지대나 벽 구조가 없었다"며 "이곳이 주저앉으니 무게를 버티지 못한 것 "이라고 말했다.

영상을 보면 콘크리트 타설한 곳 중앙이 주변부보다 주저앉은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비슷한 구조인 203동에서도 콘크리트 타설 공사 중 바닥이 주저앉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한 달 전쯤 203동에서 39층 필로티 공간에 콘크리트 타설을 하다 주저앉았다"며 "당시에는 타설 중이라 공사를 중단하고 재시공했는데, 이번에는 타설을 끝내고 난 후 주저앉으면서 연쇄적으로 무너졌다"고 말했다. 

화정아이파크의 구조적 설계 문제도 지적된다.

A씨는 "이 아파트는 철근과 콘크리트로 하중을 받치는 구조가 아니라 세대주의 요청에 따라 벽 구조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가변형 구조"라고 말했다.

물론, 이 모든 것도 콘크리트 양생이 잘 됐으면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콘크리트 양생이 잘 됐다면 1~2개 층 떨어지고 버텼을 텐데 16개 층이 쏟아진 건 양생이 안 됐다는 것"이라며 "양생 부실에 구조적 문제까지 복합적인 원인으로 붕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상공 촬영. 39층 높이의 아파트 3분의 1 가량의 바닥과 구조물, 외벽이 처참하게 무너져 있다.(광주시 제공 영상 캡처)2022.1.13/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nofatej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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