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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기준 철회' 요구했는데 "관심 끌려 하지 마라"…어긋난 북미 셈범

북미, 긴장 고조하는 말싸움…북한 요구 '거부' 모양새
한국 정부 임기 내 종전선언 논의는 더 어려워져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2022-01-14 10:46 송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한동안 거리를 두는 듯했던 북한과 미국의 기싸움이 표면화되며 '대화' 국면 전개 가능성은 한층 낮아졌다. 문재인 정부 내 종전선언 논의도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현지시간으로 13일 미국 MSNBC 방송에 출연해 최근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에 대해 "북한 행동의 일부는 관심을 끌려는 노력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여러 가지 함의를 담고 있다. 먼저 미국이 원하지 않는 북한의 무력시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은 대화에 나설 의사가 전혀 없음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관심'을 언급하면서도 '미국은 관심이 없다'라는 뜻을 더 부각하는 효과를 의도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북한식 대화 방식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논의 제안에 대해 '이중기준' 철회와 대북 적대시 정책의 포기를 한미에 요구했다. 북한이 말하는 이중기준은 한미가 자신들의 국방력 강화를 위한 정책은 이행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제재와 위협을 이유로 무기 개발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는 것을 이르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이 같은 '대화의 조건'을 제시한 뒤 이어진 무력시위에서는 대외적인 메시지를 조절하며 명분을 얻기 위한 행보를 보였다. 한미 역시 이에 대해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11일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현장에 참관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당초 한미가 지난해 말까지 종전선언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했다는 점에서, 일주일 간 두 번 발사된 극초음속미사일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는 대화 재개를 위한 흐름과 외교의 기류를 바꾸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조금 더 우세했다.

그런데 한미는 지난 2년여간 미사일 시험발사에 불참했던 김 총비서가 나타난 것을 북한이 '무언의' 대외적 메시지를 표출한 것으로 봤다.

때문에 이번 발사에 대해서는 조금 더 민감하게 대응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영향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우려'를 표했고 미국은 즉각 제재 조치에 나섰다.

이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의도도 있어 보인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실험, 핵무기 개발이라는 대화 추동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할 수 있는 단계로 북한이 움직이지 않게 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동시에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대화를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기준은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높다는 인식을 내비치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다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즉각 제재 조치에 나선 미국과, "관심을 끌려는 것"이라고 발언한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북한은 불쾌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최고지도자가 오랜만에 미사일 발사 현장에 나간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미국이 북한을 '내려다보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아울러 추가적인 제재 조치는 미국이 자신들이 대화의 조건으로 건 이중기준 철회에 대해서도 전혀 들어줄 마음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북한이 1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의 조치에 대해 빠르게 대응하면서 미국이 정세를 격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점, '정정당당한 자기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점, "미국이 기어코 이런 식의 대결적인 자세를 취해나간다면 우리는 더욱 강력하고도 분명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강경한 경고를 한 것은 이런 부분들이 반영된 행동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한 이후 거리를 두면서 이렇다할 이슈를 만들지 않는 대북 외교를 진행했다. 그러다 종전선언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온 뒤에는 대화 국면 전개 가능성까지 꾸준히 제기됐으나, 새해와 동시에 바이든 출범 후 첫 북미 긴장 고조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핵 단추' 논쟁으로 극단적 대립을 보였음에도 대화가 전개되자 북한의 무력시위에 거의 대응하지 않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도발에는 제재'라는 원칙적 대응을 다시 가시화했다.

이로 인해 북미 간 외교적 셈법은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다시 돌아온 '미국식 외교'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체감하게 됐고, 미국은 과거에 비해 훨씬 고도화된 국방력을 갖추고 있는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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