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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탈출!" 10초 후에도 조종간 잡았다…심 소령의 마지막 순간

故 심정민 소령, '비상탈출' 선언 뒤 회피기동 시도하다 추락
文대통령 "'위국헌신 군인본분' 표상… 조국 하늘서 영면하길"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2022-01-13 14:50 송고
고(故) 심정민 공군 소령 (공군 제공) © 뉴스1

지난 11일 공군 F-5E 전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고(故) 심정민 소령(29)이 기체 이상에 따른 '비상탈출'을 황급히 알린 후에도 기체가 민가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13일 공군이 밝혔다.

최윤석 공군 서울공보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임무 수행 중 순직한 고 심 소령의 명복을 빌며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심 소령이 민가를 회피하고자 비상탈출을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군에 따르면 이번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공군 비행사고 대책본부는 현재 사고 기체에서 회수한 비행기록장치에 대한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공군이 이를 통해 현재까지 파악한 심 소령 순직 당시 상황을 보면 사고 전투기는 지난 11일 오후 1시43분쯤 수원기지(제10전투비행단)에서 이륙했을 때까지만 해도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전투기가 이륙 후 상승하면서 좌측으로 선회하던 중 기체 좌우 엔진의 화재 경고등이 켜졌고, 이에 심 소령은 지상 관제탑에 상황을 알린 뒤 긴급착륙을 위해 수원기지 방향으로 다시 기수를 돌렸다.

이 과정에서 전투기의 조종계통에서도 이상이 발생했고, 심 소령이 이 같은 사실을 관제탑에 알리는 순간 전투기의 기수가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심 소령은 이후 2차례 "탈출(Ejection)"을 선언했고, 이어 그가 탔던 전투기는 오후 1시44분쯤 경기 화성시 정남면 관항리 소재 야산에 추락했다.

그리고 심 소령은 기체 추락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대해 공군은 "당시 전투기 진행방향에 민가가 여러 채 있었다"면서 "심 소령이 이를 피하기 위해 비상탈출을 시도하지 않은 채 조종간을 끝까지 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회피기동 중 야산에 충돌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공군에 따르면 심 소령이 탔던 전투기가 추락한 야산은 민가로부터 불과 100m 정도 떨어져 있다.

현지 주민들도 추락한 기체에서 불기둥이 치솟는 등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12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관항리 인근 야산에서 군 관계자들이 공군 F-5E 전투기 추락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2.1.12/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12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관항리 인근 야산에서 군 관계자들이 공군 F-5E 전투기 추락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2.1.12/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심 소령의 '비상탈출' 선언 뒤 기체가 추락하기까진 약 10초의 시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공군은 "F-5 전투기의 비상탈출 좌석은 F-16과 같은 신형으로 교체됐기 때문에 속도·고도와 상관없이 안전한 사출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심 소령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공사 64기인 심 소령은 2016년 임관한 뒤 F-5를 주기종으로 5년간 임무를 수행했으며 작년 11월엔 호국훈련 유공으로 표창을 받기도 했다. 심 소령은 평소 "난 언제까지나 전투 조종사로 살고 싶다"는 말을 해왔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 하늘을 수호하다 순직한 심 소령의 명복을 빈다"며 "슬픔에 잠겨 있을 가족들께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고인은 장래가 촉망되는 최정예 전투조종사였고, 동료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참군인이었다"며 "그래서 고인을 잃은 슬픔이 더욱 크다. 끝까지 조종간을 붙잡고 민가를 피한 고인의 살신성인은 '위국헌신 군인본분'의 표상으로 언제나 우리 군의 귀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다시 한 번 국민들과 함께 깊은 위로를 표하며, (심 소령이) 그토록 사랑했던 조국의 하늘에서 영면하길 기원한다"고 적었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주한유엔군사령관 겸직)도 "유엔사와 한미연합사, 주한미군을 대표해 화요일(11일) 숨진 한국 공군 조종사(심 소령)의 유족, 친구, 그리고 공군장병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한국민들을 보호하고 지키다 숨진 한국 공군 조종사의 희생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공군은 이번 사고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그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 최 팀장은 "(심 소령) 유가족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공군은 영공방위 임무 수행에 매진하는 가운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고원인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심 소령은 이번 사고 뒤 관련 규정에 따라 대위에서 소령으로 1계급 추서 진급됐다.

심 소령의 빈소는 소속 부대인 공군 10비행단 체육관에 마련됐으며, 영결식은 14일 오전 '부대장'(部隊葬)으로 엄수된다.

고인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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