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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남북대화 의식했나…北미사일 스스로 평가절하한 軍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2022-01-13 10:24 송고 | 2022-01-13 10:52 최종수정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 5일 극초음속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이 2022년 새해 초부터 연이어 무력시위를 벌이면서 한반도 정세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일과 11일 잇달아 실시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미래전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임저'로 꼽히는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 자체는 매번 바로바로 공개했다. 그러나 북한이 쏜 미사일 종류를 특정하는 데 필요한 비행거리와 고도·속도 등에 대해선 "탐지된 제원에 대한 한미 당국 간의 정밀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언급을 꺼렸다.

일례로 군 당국에서 북한이 5일 발사한 미사일의 속도와 고도 등 일부 제원을 공개한 건 발사 후 이틀이 지난 7일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북한이 6일자 관영매체를 통해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 성격이 컸다.

군 당국은 북한 미사일의 최대 속도가 마하6(초속 2.04㎞)로 탐지됐다면서도 "북한이 주장하는 미사일의 성능이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극초음속비행체 기술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한미연합자산으로 탐지·요격이 가능한 수준"이라며 북한의 미사일 기술 수준을 '평가 절하'하기 급급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우리 군의 미사일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국방부 산하기관 담당자들까지 불렀다.

합참 등 군 관계자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마다 탐지된 제원을 즉각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언론에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선 정보를 취합·분석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상황과 관련해선 청와대(국가안보실)와 사전 조율 없인 군 당국이 그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못한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5일 강원 고성군 제진역에서 열린 동해선 강릉~제진 철도건설 착공식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박수치고 있다. 2022.1.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게다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은 동해선 강릉~제진 구간 철도건설 착공식에 참석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끈을 놔선 안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육성으로 발표한 올해 첫 대북메시지였던 셈이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대북메시지 때문에 북한이 쏜 미사일의 제원 공개를 미루도록 한 건 아니었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북한은 올해 첫 미사일 발사로부터 엿새가 지난 11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참관 아래 자칭 극초음속미사일의 '최종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이날 군 당국은 허를 찔리기라도 한 듯 허둥댔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매주 화요일 오전 진행되는 국방부 정례브리핑에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 군은 북한이 내륙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탐지했으며, 추가정보에 대해선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 현재 우리 군은 추가 발사에 대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외엔 '추가로 설명할 게 없고 더 분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국방부 또한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날 우리 군이 탐지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각은 오전 7시27분이었고, 국방부 정례브리핑은 오전 10시30분 시작됐다. 그리고 합참은 오후 2시40분이 다 돼서야 북한 미사일의 발사장소와 비행거리·고도·속도에 대한 탐지·분석값을 공개했다. 아침에 보이지 않았던 합참 관계자도 국방부 기자실을 찾았다. "최근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란 등의 군 당국 입장도 이때 나왔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 11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참관 아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공교롭게도 북한이 올해 두 번째 미사일을 발사한 11일에도 문 대통령의 지방 방문 일정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구미형 일자리(LG BCM) 공장 착공식' 참석차 경북 구미를 찾았다. 행사 성격상 북한에 대한 메시지로 읽힐 만한 발언들은 없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4시30분쯤 청와대에선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기에 북한이 연속해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데 대해 우려된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소개됐다. 문 대통령은 또 "더 이상 남북관계가 긴장되지 않고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각 부처에서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국내외 안보전문가들은 이번 극초음속미사일을 포함해 작년부터 계속돼온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남한 전역과 '옆 동네' 주일미군기지 등까지를 사정권에 둔 신형무기 개발로 보고 있다. 북한이 이들 무기 개발을 완성할 경우 우리 안보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단 얘기다.

게다가 군의 대비태세는 항상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시에도 각종 교육·훈련을 실시토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주한미군의 슬로건이 상시 대비태세를 뜻하는 '파잇 투나잇'(Fight tonight·오늘밤에라도 싸운다)인 것과도 무관치 않다.

그러나 최근 우리 군 당국의 모습에선 북한의 위협을 '위협'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그때마다 정말 "걱정 안 해도 된다"는 건지, 일상화된 위협에 이젠 심각성을 못 느끼는 건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의문이 든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대선'을 얘기하며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했기 때문이라곤 생각지 않겠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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