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수제맥주 팔아 우주 간다"…더쎄를라잇브루잉 전동근 대표 '유쾌한 반란'

24세에 수제맥주사 창업한 '우주덕후'…불닭·쥬시후레쉬 맥주로 업계 돌풍
8월 보령에 亞 최대규모 수제맥주 공장 가동…"한국色 담은 맥주맛 개발"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2022-01-14 07:09 송고 | 2022-01-14 07:51 최종수정
전동근 더쎄를라잇브루잉 대표가 10일 서울 금천구 매장에서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1.1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전동근 더쎄를라잇브루잉 대표가 10일 서울 금천구 매장에서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1.1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맛있는 수제맥주를 많이 팔아 한국 우주산업에 헌신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동근(29) 더쎄를라잇브루잉 대표의 말이다. 맥주와 우주산업은 좀처럼 연결이 쉽지 않다. 스물넷에 수제맥주 스타트업 더쎄를라잇브루잉을 창업한 것 만큼이나 생각도 남다르다. 그동안 한국의 '일론 머스크'가 되겠다고 선언한 이들은 많았다. 전 대표에게서는 진짜 '우주 덕후'의 기운이 느껴졌다. 
우주에 빠져서 제품에 소홀할 것이란 추측은 오산이다. 최근 MZ세대가 열광하는 '불닭망고에일'·'유동골뱅이맥주'·'쥬시후레쉬맥주'를 연이어 흥행시키며 수제맥주 업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전 대표를 지난 10일 만났다. 

전동근 더쎄를라잇브루잉 대표가 10일 서울 금천구 매장에서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1.1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전동근 더쎄를라잇브루잉 대표가 10일 서울 금천구 매장에서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1.1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 "맥주에 캡사이신 넣어 '매운맛' 테스트"…기상천외 맥주 개발 스토리

전 대표는 회사 로고가 박힌 패딩조끼를 입고 흐트러진 머리로 나타났다. 만화 캐릭터 '둘리'와 협업해 곧 출시할 '고길동 에일' 생산 상황을 점검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시 지원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고길동이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서 사는 만년 과장이라는 설정을 알게 됐다"며 "저희도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제1공장에서 맥주를 생산하고 있어 '서울 마케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가 2017년 설립한 더 쎄를라잇 브루잉은 현재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제1공장과 경기 남양주에 제2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연간 수제맥주 생산량은 300만L에 달한다.

그동안 두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은 약 30종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최근 국내 식품회사와 협업해 만든 불닭망고에일·유동골뱅이맥주·쥬시후레쉬맥주는 출시하는 족족 화제가 됐다. 지난해 회사 연매출은 약 100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추산된다.
전 대표는 "제품 기획은 제가 맥주를 개발할 때 가장 많은 신경을 기울이는 단계"라며 "불닭망고에일은 삼양식품 측에서 처음에 매운 맥주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셔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결국 '매운맛' 맥주는 전 대표가 직접 캡사이신을 넣어 만든 시제품을 직원들에게 맛보여준 끝에 겨우 막을 수 있었다. 대신 제품 콘셉트를 '매운맛과 잘 어울리는 맥주'로 바꿔 달콤한 망고 맛을 강조하기로 했다.

출시한 맥주 중 가장 아끼는 제품은 롯데제과 껌 맛이 그대로 나는 쥬시후레쉬맥주다. 평소 마트와 편의점에 가서 맥주와 어울릴 만한 먹거리를 눈여겨본 것이 독특한 제품 개발의 비결이다.

전 대표는 "아이스크림이나 껌 코너에 가서 3~4시간씩 맥주와 어울릴 만한 맛 궁합을 상상해본다"며 "쥬시후레쉬맥주는 일본에서 껌 생산 원액을 들여와 맛을 그대로 구현하는 데만 4개월이 걸렸다"고 떠올렸다. 쥬시후레쉬맥주는 지난해 상반기 세븐일레븐 수제 맥주 판매량 1위에 올랐다.

2020년 5월 더쎄를라잇브루잉은 자사 제품 '우주IPA'를 성층권에 올려보내는 우주 마케팅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우주청[SPACEJAM]유튜브 채널)© 뉴스1

◇ "고등학생때 청년창업 꿈 키워…우주산업 이바지 목표" 

전동근 대표는 특목고를 졸업하고 미국 캘러머주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창업가로서 꿈은 2012년 고등학생 시절 청소년 창업네트워크 활동을 하며 키우게 됐다.

전 대표는 "청년창업 생태계에서 활동하다 보니 매년 창업의 키워드를 포착할 수 있었다"며 "2015년 키워드는 농수산물이었고 그 이후 탄생한 업체가 신선식품 배송업체 마켓컬리와 헬로네이처였다. 2016~2017년 키워드는 수제맥주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주세법 2차 개정(소수규모 양조장 외부유통 허용)이 시작됐고 국내 법제 환경이 향후 5년간 수제맥주 시장이 클 수 있도록 바뀌고 있었다"며 "특히 2016년 한국은 미국 수제맥주 부흥기였던 1994년 당시와 비슷하게 국민 1인당 GDP가 약 3만 불이 될 시점이어서 소비자 경제 수준이 무르익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사업을 키워 한국 우주산업에 이바지하겠다는 목표는 수제맥주사 창업 전부터 가진 꿈이다. 2015년에는 닐 암스트롱과 함께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던 버즈 올드린을 무작정 찾아가 방한하도록 섭외하기도 했다.

전 대표는 "저의 존재가치는 남들이 하지 않는 걸 자극해서 이뤄내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우주산업이 필요하고 누군가는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자극해야한다는 책임감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출시한 '마시라거'는 판매 수익금 일부를 한국우주과학회에 기부해 젊은 천문학자와 공학자 연구 포상에 쓰고 있다. 캔 입구 아래 "#맥주팔아 우주간다"라고 쓴 포부는 100% 진심이다.

(더쎄를라잇브루잉 인스타그램)© 뉴스1
(더쎄를라잇브루잉 인스타그램)© 뉴스1

◇"맥주 원료 홉·맥아 직수입 '품질 자부심'…투자유치 속도"

콘셉트와 맛이 독특한 맥주로 이름을 알렸지만, 품질력도 독보적이다. 전 대표는 "국내 수제맥주사는 5개 미만 무역상을 통해 홉과 맥아 종류를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반면 저희는 독일·미국·중국·뉴질랜드를 포함한 각국에서 맥아 40종과 홉 80종을 직접 수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쎄를라잇브루잉은 현재 미국 최대 수제맥주 맥아사 브리즈(Briess) 맥아와 세계 최대 홉 생산 업체인 홉스테이너(Hopsteiner) 제품을 독점 수입해 유통한다.

전 대표는 "한 제품을 수입하는데 13가지 이상 서류 절차가 필요한 데다 각 품목당 비용도 100만원이 넘는다. 일본에서 껌 원액을 들여올 때는 방사능 검사까지 받아 까다로웠다"며 "이런 무형 자산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역량과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뒷받침됐다"고 덧붙였다.

더쎄를라잇브루잉은 오는 8월 충청남도 보령에 아시아 최대 규모 수제맥주 공장을 연다. 충남도에서 향후 3년간 500억원 투자금을 유치하며 단계적으로 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기존 2개 공장과 더하면 연간 맥주 7700만L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말로 "Realize ideas into reality whatever it takes(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디어를 현실로 실현하라)"을 꼽았다. 자본금 500만원을 가지고 시작했던 사업은 외부 자금조달에 속속 성공하며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2020년 9월 시리즈A부터 1년여만에 40억원을 모집하는 시리즈A2 투자유치까지 마무리했다. 누적 투자금은 75억원에 이른다. 최근 조달금액 150억원 규모의시리즈B 투자유치도 준비하고 있다. 

전동근 대표는 끝으로 목표를 묻는 질문에 "저는 수제맥주의 핵심이 다양성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캔 골뱅이 콘셉트를 활용한 맥주나 불닭(볶음면)처럼 우리나라 고유의 식문화나 색깔을 나타낼 수 있는 제품을 지속해서 출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b3@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