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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보상공식' 스톡옵션 잔치 벌이더니…경영진 '탐욕'에 발목 잡힌 카카오

카카오페이 주식 대량 매도 논란에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 사퇴
노조 "ESG 모라토리엄 선언한 셈"…카카오 ESG에 생채기 전망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2022-01-11 07:27 송고 | 2022-01-11 09:41 최종수정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왼쪽)가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부터 상장계약서를 전달받고 있다. 2021.11.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왼쪽)가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부터 상장계약서를 전달받고 있다. 2021.11.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지난해 11월 유가증권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하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던 카카오페이 임직원들이 불과 2개월 만에 씁쓸한 웃음을 짓게 됐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8명이 878억원어치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물량(44만주)을 매도하면서다. 주가는 물론 사내 분위기까지 주저앉았다.
카카오 개발자(직원) 출신으로 대표직까지 오르며 두터운 신망을 쌓아온 류 대표의 오판에 카카오페이 직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미성숙한 경영진이 성과만능주의를 만나 전세계적인 경영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마저 흔들고 있는 지적이다.

◇47일만에 막 내린 카카오 리더십 개편

카카오는 10일 차기 대표로 내정된 현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자진 사퇴했다고 공시했다. '핀테크 총아'로 불리는 카카오페이를 코스피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시키며, 경영 역량을 인정받아 본사격인 카카오 공동 대표로 내정된 지 47일 만이다.

문제는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대량의 주식 매도에 나서면서 불거졌다. 류 대표를 포함한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은 상장 한 달여만인 지난해 12월 주식 44만주를 매도하며 약 878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경영진이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전체가 집단으로 한꺼번에 차익 실현에 나선 건 이례적이다. 상장한 지 한 달밖에 안된 시점도 문제다. 
류 대표는 카카오 경영을 맡게 되면서 '자회사와의 이해관계 상충' 등을 이유로 카카오페이 주식을 매도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금융 시장은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저버린 '신뢰'에 즉각 반응했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한 달 새 24.2% 하락했고, 그사이 시가총액은 6조원 이상 증발했다.

평소 '회사를 함께 키운 임직원들과 결실을 나누겠다'고 단언한 류 대표였기에 카카오페이 직원들의 박탈감도 컸다. 회사 설립에 기여한 핵심 인물들에게 보상하는 건 당연하지만, 소수에게 몰린 과도한 스톡옵션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카카오페이의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30일 기준 카카오페이가 직원 831명에게 부여한 스톡옵션 주식 총수는 399만1070주다. 반면 이번 사태의 논란이 된 류 대표와 경영진 7인(이승효 카카오페이증권 신임 대표, 이진 사업총괄 부사장, 나호열 기술총괄 부사장, 신원근 기업전략총괄 최고책임자, 이지홍 브랜드총괄 부사장, 장기주 경영기획 부사장, 전현성 경영지원실장)에게 부여된 스톡옵션 수량은 159만8405주나 된다.

수백억원의 보상이 예견됐던 카카오페이 경영진들은 당장의 수익에 눈이 멀어 책임 경영을 방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영진들은 뒤늦게 '책임 경영 강화'를 약속했지만 '그들만의 돈 잔치'는 카카오페이를 넘어 카카오의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가 북을 치고 있다. 2021.11.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가 북을 치고 있다. 2021.11.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카카오 ESG 경영도 '흔들'

카카오페이 경영진들의 모럴 해저드 논란으로 카카오의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이 도마에 오르면서 카카오 ESG 경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로 기업 또는 기업에 대한 투자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영향을 측정하는 요소를 말한다.

기업이 기술혁신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고 프로세스 혁신을 이뤘다고 하더라도, 인적자본에 대한 전략이 부족하면 지속가능한 성장은 어렵기 마련이다. 이에 ESG는 곧 기업의 가치와 다름없다고 평가받는다.

카카오 역시 ESG 경영 강화를 위해 지난해 1월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신설하고 자사 ESG 목표를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카카오의 약속과 책임'으로 정의했다.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10월에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실시한 ESG 평가에서 'A' 등급을 획득했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카카오 ESG 등급에도 조정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 노조 역시 이번 사건을 두고 회사의 ESG 역량을 꼬집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류 전 내정자의 블록딜(지분 대량 매도) 사태가 계속 문제 되고 있었지만, 선임을 강행해온 지난 과정들은 결국 카카오가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모라토리엄(채무 지불유예·중단)을 선언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페이의 성장은 내부 구성원의 피와 땀으로 이뤄낸 결과인데 결실은 특정 임원진에게만 집중됐다"며 "이제는 회사·노조 모두 구성원들의 상처 회복을 위해 노력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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