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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소극적으로 진압' 비판 아닌 수용 문화 필요"…소방관 희생 '그만'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박재하 기자 | 2022-01-08 07:39 송고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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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들이 순직하는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가운데 현장 일선의 소방관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무리한 진압을 하더라도 적어도 최대한의 안전을 갖춘 뒤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평택 팸스 물류센터(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뿐만 아니라 지난해 이천 물류센터 화재 등 최근 10년간 50여명이 넘는 소방관이 순직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화재 예방 활동'을 재강조했다.
임용 1년 조금 넘은 소방사 김모씨(29·남)는 8일 뉴스1에 "현장에선 지휘관의 역량에 따라 평상 진압이 될지 무리한 진압이 될지 나뉘기도 하는데 급박한 상황이면 단 한번의 판단으로 생사가 결정되기도 한다"고 했다.

지난 5일 밤 경기 평택시 청북읍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이형석 소방위(51), 박수동 소방교(32), 조우찬 소방사(26)가 순직했다. 구조대원들은 당시 큰 불길이 잡히고 대응 1단계가 해제되자 매뉴얼에 따라 잔불 정리와 미처 건물을 빠져나오지 못한 작업자 확인 등을 위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소방당국은 6일 오전 6시32분쯤 초진을 완료했지만 내부에서 불길이 다시 확산되며 오전 9시21분쯤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작업에 나섰다. 이후 같은 날 화재 발생 약 16시간 만인 오후 3시57분쯤 초진을 완료했다. 이 과정에 인명수색을 위해 투입된 소방관들이 순직했다.
김 소방관은 수색명령을 내린 시점이 중요하다고 봤다. 대응 단계가 해제됐지만, 성급하게 수색대원들이 투입된 것은 아니냐는 것이다.

김 소방관은 "대응 단계가 풀어졌더라도 내부 구조가 복잡할 경우 이후 다시 불길이 확산될 것을 감안하면 빠져나오기란 답이 없는 상황일 수 있다"라며 "과감하고 무리하게 진압하더라도 안전이 보장되는지 확실하게 판단한 뒤 진입했어도 늦지 않았을 텐데 너무 안타깝다"라고 했다.

임용 1년차 소방사 이모씨(26·남)는 "무리하게 진압할지, 평상 대응할지는 현장의 판단에 따라 달리다 보니, 현장의 판단이 중요하다"라며 "구조할 인원이 없는 것이 확정적인 경우 혹은 구조할 인원이 없을 경우 최대한의 안전을 확보한 후 진입하는 것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장의 지휘·판단 능력을 고도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충분히 안전한 상황에서 진압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소극적 진압'이라고 비판할 것이 아닌 수용하는 문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장에서의 대응 능력을 고도화시키고 지휘부의 지휘 역량, 현장에 대한 종합적 판단 능력을 키우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라며 "한편으론 충분히 안전한 상황에서 진압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너무 소극적으로 진압하고 있다'라고 비판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하는 문화도 형성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며 "우리 소방관을 헛되이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라며 "평택 화재 진압 중 소방관 3명이 순직한 사고는 작년 쿠팡 물류센터 화재와 매우 흡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현장을 모르는 지휘관이 양성될 수 있는 제도를 개선하고, 지휘관 역량 강화를 위한 강도 높은 교육을 현장 지휘관 임용 전 필수 이수하도록 하라"라며 "화재진압로봇, 웨어러블로롯 등을 전면 도입해 국민의 안전과 소방관의 안정을 동시에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d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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