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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路] 나문희와 이영애에 문 연 中 속내는

베이징올림픽 한 달 앞두고 6년만에 韓 콘텐츠 개방…한한령 해제 기대
한중 수교 30주년 및 문화교류의 해 계기…文-시진핑 화상정상회담 가능성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2022-01-07 05:45 송고
배우 이영애 © 뉴스1 DB
배우 이영애 © 뉴스1 DB

2016년 사드(THAAD) 배치 이후 그 보복 조치로 6년간 암묵적으로 한한령(限韓令·한류 콘텐츠 제한령)을 내렸던 중국이 최근 슬그머니 화해의 제스처를 내미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3일 배우 나문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오! 문희'가 한국 영화로는 6년 만에 중국 전역에서 개봉한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배우 이영애와 송승헌 주연의 사극 '사임당, 빛의 일기'가 중국에서 처음 방송되자 국내에서는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두 차례 방중하고 시진핑 중국 주석과도 전화통화와 한중 정상회담 등 한중 관계를 풀기 위해 여러 차례 소통했음에도 중국은 한한령에 대해 "실체가 없다"며 완고하게 인정하지 않았다. 당초 한한령은 공식적으로 발표된 적이 없으니 해제 조건이나 기준에 대해서도 그저 '깜깜이'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2019년 말 중국에서 처음 보고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쓴 팬데믹이 되면서 시 주석의 방한은 기약 없이 미뤄져 왔다.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한령 해제를 비롯해 한중 관계 정상화를 꾀했던 정부로서는 답답했을 만도 하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4월3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한한령 해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왕 위원은 "한국 측 관심사를 잘 알고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의 요구를 분명히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 해오던 중국이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을 불과 한 달 앞두고 갑자기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전격 방영한 데에는 올림픽 성공을 위해 한국의 협조를 얻어내려는 속내가 단연 엿보인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이 베이징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줄줄이 선언한 상황에서 한국이 이같은 '반중 전선'에 가담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중국은 반색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호주를 국빈방문 중인 지난해 12월13일(현지시간) 캔버라 국회의사당 대위원회실에서 열린 '한·호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호주를 국빈방문 중인 지난해 12월13일(현지시간) 캔버라 국회의사당 대위원회실에서 열린 '한·호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청와대 제공) 2021.12.13/뉴스1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4일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이 직전 동계올림픽 당사국(개최국) 역할을 하겠다고 계속 표명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문 대통령을 베이징올림픽에 초청했느냐' 질문에는 "한국 측이 결정하면 우리는 누구든지 환대해 드릴 것"이라며 "한국 측에서 알아서 결정하시면 된다"고 답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해 12월20일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지지하는 국가로 한국을 첫 번째로 꼽았다. 자오 대변인은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지지하고 스포츠 정치화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각국 정부 관계자들도 '올림픽은 이념 대결의 장이 아니라 양국의 우호와 협력을 위한 발판'이라고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더군다나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일 뿐만 아니라 작년에 이어 2년째 이어지는 '한중 문화교류의 해'이기도 하다. 우리 외교부는 2022년도 업무보고에서 이를 계기로 한중 양국 간 문화·인적교류의 전면적 회복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역시 이에 적극적으로 화답할 명분이 갖춰진 셈이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지난해 11월 장하성 주중 대사와 대면 회담하고 지난달 2일에는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톈진에서 만나는 등 최근 양국 간 긴밀한 외교 접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은 4년 반 만에 한중 외교차관 간 전략대화가 열렸다.

이에 더해 이달 중에는 문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한중 화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이 2월4일이고, 그 직전에 양국의 국가적 명절이기도 한 설 연휴가 있음을 고려하면 한중 화상 정상회담은 1월 넷째 주가 유력하다.

즉 이번 '오! 문희'와 '사임당'의 중국 진출은 한중 화상 정상회담 의제로 중국이 '한한령 해제' 카드를 한국에 넌지시 제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대가로 중국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요구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번에야말로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내 품어 왔던 '대중 외교' 숙원을 풀 기회가 아닐까.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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