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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맞은 임종] 50대 단칸방엔 쌀 한톨 없이 '빈 사발면' 1개만

①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 '복지 사각지대'
'사회복지 인력 확충' 국비 지원 없고 현장 업무 과부하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2022-01-03 06:13 송고 | 2022-01-12 17:45 최종수정
편집자주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예방법)은 극단선택·병사 등으로 홀로 임종을 맞고 일정 시간이 흐른 후 시신이 발견되는 죽음을 '고독사'라고 정의한다. 지난해 4월1일 고독사예방법 시행 이후에도 고독사는 잇따르고 있다.
© News1 DB

지난해 11월 서울 강동구의 반지하 주택(약 23.1㎡·7평)에서 50대 일용직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홀로 지내던 집안 싱크대에는 빈 사발면 1개가 놓여 있었다. 먹거리라곤 쌀 한 톨 있지 않았다.

이불잇이 벗겨진 싱글 침대에는 혈흔이 스며들어 사람 모양으로 새겨진 상태였다. 침대 오른쪽 벽면에는 산수화가 걸려 있었는데 파산신청을 했던 이 남성은 산과 강이 그려진 평온한 삶을 꿈꾸었을 것 같다.

그는 사망 7~10일 뒤 발견된 것으로 추정됐다. 검은색 직사각형 TV화면에는 '입력 신호가 없다'는 흰색 문구가 떠 있었다.

'고독사'한 이 남성의 집안을 정리했던 특수청소업체 바이오해저드 김새별 대표는 "제도권 밖 사각지대에 있다가 마지막으로 컵라면을 드시고 돌아가신 것 같다"며 "사망 원인은 기아로 보인다"고 말했다.

◇찾아오지 않는 복지

뉴스1은 지난해 7월 숨진 지 한 달만에 발견된 20대 배달기사의 고독사를 보도했다. 유력 대선후보가 해당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기사: 숨진 지 한달만에 발견된 20대 배달기사…취준생 방엔 '이력서 100통’)

전문가들은 고독사가 잇달아 발생하자 '600만 1인가구 시대'의 한 단면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지난해 전체 가구의 31.7%(664만 가구)를 차지한 1인가구는 가족과 이웃, 지인이 인명을 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인 '골든타임'을 감지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찾아가는 보건·복지 서비스'(찾아가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기는 하다. 지방자치단체가 1인가구 고독사 위험군 등 복지 소외계층을 발굴해 직접 관리·지원하는 사업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3306개 읍면동의 94.5%가 찾아가는 서비스 관련 팀을 꾸렸다. 시도별 팀 설치율은 △서울 100.0% △부산 90.7% △대구 100.% △인천 99.4% △광주 100.0% △대전 100.0% △울산 90.9% △세종 75.0% △경기 95.7% △강원 97.3%로 나타났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그러나 지방 행정복지기관의 인력과 전문성 부족으로 사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찾아가는 서비스 전담 팀에는 사회복지 공무원 3명 이상을 배치하고 간호 등 건강 서비스 담당 공무원을 단계적으로 둬야 하지만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선 '겸직 형태'로 업무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인력 부족으로 팀을 아예 꾸리지 못한 곳도 있으며 서비스 질이 기대 이하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찾아가는 서비스와 기존 복지업무를 겸하는 팀의 비율은 전체 지자체의 40% 정도"라며 "쉽게 말해 찾아오는 민원과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를 모두 맡는 것인데 업무 부담으로 일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정작 지원 필요한 사람은 소외"
   
찾아가는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회복지 공무원의 인건비를 위한 국비가 지원되지 않아 인력 확대에 어려움도 따르고 있다. 사회복지 공무원의 인건비는 온전히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다. 복지부 등이 인건비 지원을 추진했지만 예산에는 편성되지 않아 지자체는 사회복지 공무원 수를 늘리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사회복지 공무원 임용을 위한 국비 지원을 한시적으로 도입했으나 이마저도 2020년 6월 종료됐다"며 "지자체의 복지업무는 최근 수년간 급격하게 늘었으나 복지 공무원 수가 부족해 업무를 감당하기 벅찬 상황"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독거노인 등 신체적·경제적 고위험군을 돌보는 가족의 역할을 지자체가 수행하는 것이 이 서비스의 취지다. 그런 만큼 지자체가 고위험군이 발견되는 응급실 등 의료기관과 복지서비스를 제대로 연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찾동 현장 방문(서울시 제공). 사진과 기사는 관계 없습니다.© 뉴스1

백종우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전 중앙자살예방센터장)는 "일본이나 미국 뉴욕주에서는 뇌졸중 등으로 입원한 노인이 퇴원할 경우 병원이 지역사회 내 관리계획을 지자체에 제출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고위험군과 지자체 간 '연결'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새별 대표는 "극단선택이나 고독사 현장을 정리하다보면 정작 도움이 절실한 분들은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실감한다"며 "사전에 지원만 받았더라도 비극을 막았을 것 같은 현장이 적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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