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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에 사기당해 전 재산 날릴뻔…발달장애 노숙인 지킨 이웃·경찰관

결합상품 가입만 13개…수백만원 미납에 통장 압류 위기
발벗고 나선 이웃…민사 구제·합의 도운 박찬혁 수사관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2021-12-29 07:00 송고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이동통신사 대리점 직원들에게 신분증을 도용당해 전 재산이 들어있는 통장을 압류당할 뻔한 발달장애 노숙인이 이웃과 경찰의 도움으로 따뜻한 연말을 보낼 수 있게 됐다.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1호선 일대에서 폐지를 주우며 생활하는 최모씨(53·남)는 지난 5월 창신동 쪽방촌에 입주한 직후부터 통신요금 미납 고지서를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200만원이 넘는 통신요금이 연체됐다는 내용으로, 곧이어 재산 압류가 임박했다는 신용정보사의 고지서도 날아왔다. 하지만 발달장애를 앓는 최씨는 이런 사정을 알 수 없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건 쪽방촌 입주 단계부터 최씨를 도운 A씨였다. 인근에서 35년째 약국을 운영해 온 A씨는 11월 말 기초생활수급비가 입금되는 최씨의 은행 계좌 및 통장의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는 은행의 연락을 전달받고 최씨를 도와 미납 요금 중 일부인 141만원을 통신사에 납부했다.

이후 최씨의 휴대전화 해지 여부를 대신 확인하려던 A씨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최씨 앞으로 가입된 통신요금 결합상품이 총 13개에 달했던 것이다. 휴대전화 2대와 유선케이블 4개, 기가인터넷 등 종류도 다양했다. 가입자 주소지는 경기도 의정부시로, 최씨가 가본 적이 없는 지역이었다.

A씨와 동사무소, 쪽방센터 직원들이 확인한 결과, 결합상품 계약서 서명은 모두 최씨 본인의 것이 아닌 위조 서명이었다. 지난해 분실된 최씨의 주민등록증을 손에 넣은 대리점 직원들이 자신의 집 등에서 결합상품을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직원들을 고발하러 간 이들을 도운 건 혜화경찰서 경제2팀 부팀장인 박찬혁 수사관이었다. 법대를 졸업해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박 수사관은 고발장 접수 절차부터 민사 구제방안까지 꼼꼼하게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혼자서 경찰서를 찾아갈 수 없는 최씨와 가게를 비울 수 없는 A씨를 위해 필요한 서류를 들고 이들이 있는 지역까지 하루에도 여러 번씩 오갔다고 한다.  

혜화경찰서 관계자는 "발달장애인을 상대로 한 사기 사건으로 사기죄 및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를 받을 수 있다"며 "변호사인 박 수사관이 고발장 작성 및 진술 절차를 안내하며 열심히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해당 대리점 운영사가 손해 보전과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고발장은 접수되지 않았지만, A씨는 이 같은 사연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경찰청 자유게시판에 게시했다.

A씨는 28일 뉴스1과 만나 "법을 전혀 모르는 저를 위해 필요한 서류를 직접 가져다 주시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셨다"며 "회사 측과 합의할 때도 꼼꼼하게 도와주셔서 확실하게 합의서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과정에서 경찰 대응이 형식적이라는 제 생각이 달라졌고, 최씨는 고맙고 감사한 성탄을 맞이할 수 있었다"고 했다.


soho090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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