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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미국이 자원전쟁에서 중국에 지는 이유

(서울=뉴스1) | 2021-12-24 15:03 송고 | 2021-12-28 14:03 최종수정
 © News1 
기후변화 위기에 처한 세계는 지금 코발트와 리튬이라는 두 가지 광물자원 확보에 관심의 초점이 쏠리고 있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은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소재로서 코발트와 리튬은 필수 소재다. 21세기의 세계경제 패권은 어느 나라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 전환을 순조롭게 빨리 하느냐에 의해 판가름날 것이기 때문에 이 두 광물자원 확보는 미국과 중국의 자원전쟁의 핵심이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은 세계 코발트 생산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년간 가격이 2배 이상 올랐을 정도로 코발트 경기는 뜨겁다. 지금 콩고의 수도 킨샤사의 특급 호텔은 코발트 거래를 하러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소란스러울 정도라고 한다. 중국 자본이 콩고의 코발트 거래를 압도하고 있다.

원래 콩고의 코발트 광산은 20세기부터 진출한 미국자본에 의해 개발이 되었으나, 21세기 들어 중국의 집요한 아프리카 진출로 중국으로 무게가 기울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2월 21일자에 오바마, 트럼프 두 대통령 재임기간에 자원외교의 실패로 미국이 수십년간 공들여 개발한 콩고 최대 코발트광산회사가 하루아침에 중국 회사로 넘어간 과정을 추적보도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밀리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소개한 것이다.

1990년대 후반 콩고 펭케 쿵구레메 코발트 구리 광산에 대규모 투자를 해서 독점적 채굴권을 확보한 것은 미국의 '프리포트맥모란' 광산회사였다. 그러나 맥모란은 1910년대에 시대의 흐름을 잘못 짚었다. 200억 달러의 거액을 석유와 가스개발에 투자했다가 부도 위기에 몰렸다. 맥모란은 광산을 정리하기로 하고 2016년 매물로 내놨다. 당시 중국은 아프리카 자원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을 때였다.

아프리카에 정통한 미국외교관과 맥모란의 콩고인 지배인은 콩고주재 미국대사와 미국 국무부 요로에 맥모란의 콩고광산매각을 막을 방도를 찾아야 한다고 호소하고 다녔으나 미국정부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가 오바마 정부 말기로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일 때였다. 때를 놓치지 않고 중국 회사 '차이나몰리브덴'이 전격적으로 달려들어 광산을 인수했다.

이 에피소드는 미국 광산회사의 화석연료에 대한 과신과 미국의 정치지도자와 외교관의 안목 결핍이 빚어낸 자원전쟁의 실패로 큰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39년 8월 2일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알버트 아인슈타인 박사가 보낸 편지 한통을 받았다. 편지에는 핵분열(원자력)의 엄청난 잠재력을 일깨우는 한편 아프리카 콩고의 우라늄광을 확보·비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편지는 헝거리 태생으로 핵분열을 연구하던 물리학자 레오 실라르드의 권유를 받아들여 아인슈타인이 서명해 보낸 것으로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 즉 원자폭탄 제조계획의 실마리가 되었다.

당시 독일도 핵분열 기술을 개발 중이었기 때문에 이들 과학자들은 우라늄 광물 확보의 전략적 중요성을 간파하고 루스벨트 대통령을 설득했던 것이다. 콩고는 그때 벨기에의 식민지였으므로 우라늄 광을 확보하기 위해 독일의 손이 뻗칠 수 있는 곳이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미국은 콩고의 우라늄 광을 확보하여 2차대전을 전후한 핵프로그램에서 우월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뒤늦게 원자력 개발에 뛰어든 소련(러시아)은 콩고의 우라늄 광산에 눈독을 들이면서 아프리카는 미소 냉전의 자원 각축장이 되었다.

1960년 벨기에서 독립한 콩고는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모부투의 38년 이르는 장기독재가 계속되었다. 모부투를 비롯해서 역대 집권자들은 풍부한 우라늄과 구리광산을 움켜쥐고 미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교묘한 줄타기 외교를 했다. 아인슈타인과 실라르드의 편지로 콩고 광산자원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했던 미국정부는 CIA를 동원해 콩고의 광물자원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1970년대 닉슨 대통령과 키신저 국무장관은 외교적 결례를 밥먹듯하는 모부투를 달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이렇게 자원의 중요성을 역사적으로 터득했음직한 미국이 왜 이렇게 중국에 밀리고 있을까. 일찍이 서양의 기술에 굴욕을 당했던 중국이 '중국제조2025' 프로그램을 세워 21세기 산업의 토대를 신에너지와 전기차에 두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기술확보와 자원확보에 나선 반면, 미국은 그동안 이룩한 화석연료의 우위 속에 새로운 물결에 눈을 크게 뜨지 않고 안이하게 대처한 결과가 빚은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장관 등 정부 요직에 있는 사람들과 기업의 최고경영자의 통찰력과 판단력이 국가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말해준다. 이건 중국과 미국의 문제일뿐 아니라 한국의 문제이기도 하다.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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