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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격리 '10일→7일' 단축하는 英…우리는 왜 안될까

국내 상황에 적용은 시기상조…1~2개월 후 호전 기대
자가격리 기간 14일→10일→7일…과학적 근거 기반

(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2021-12-26 06:00 송고
2일 대구 수성구새마을회 관계자가 건강관리세트 등 방역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관내 코로나19 재택치료 대상자 및 자가격리자의 집을 방문하고 있다. 2021.12.2/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2일 대구 수성구새마을회 관계자가 건강관리세트 등 방역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관내 코로나19 재택치료 대상자 및 자가격리자의 집을 방문하고 있다. 2021.12.2/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영국과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자가격리 기간을 단축하면서 국내에서도 일상회복이 다시 시작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도입이 가시권에 들어왔고 최근 확산 중인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들은 증상이 약한 경우가 많아 입원율이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기 때문이다.

26일 전문가들은 국내 상황이 자가격리 기간을 단축한 국가들의 경우와 달라 아직까진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복귀를 논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다만 내년 초에는 지금보다 상황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英, 10→7일로 단축, 美도 검토…기업들 5일 단축 요청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의 자가격리를 10일에서 7일로 3일 단축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영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들은 자가격리 중 6일과 7일차에 음성 판정을 받을 경우 계속 격리할 필요가 없다.

영국보건안전청(UKHSA)은 7일간의 격리기간과 코로나19 검사에서 두 차례 음성 판정을 받았을 경우 10일간 자가격리를 한 확진자들과 거의 같은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 또한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미치는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또한 코로나19 확진자들의 자가격리 기간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현지 전문가들과 기업들도 이에 긍정적이다. 감염자수가 급증하면서 돌파감염자의 격리 기간을 10일에서 절반 수준인 5일로 줄여줄 것을 요청했다.

코로나19에 노출되는 사람들도 매일 수만명씩 나오는 상황에서 병원등의 필수 시설 직원들이 10일씩 자가격리를 할 경우 인력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아직 시기상조…향후 1주 유행 추이 매우 중요

당초 코로나19 초기엔 대부분의 국가들이 확진자들에게 14일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갖도록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들이 그 전에 대부분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10일로 줄었다.

국내의 경우 확진 10일간 무증상이거나 증상발생 10일 후 24시간동안 발열이 없고 PCR검사 결과 연속 2회 음성일 경우 자가격리가 해제된다.

영국처럼 우리도 확진자의 자가격리 기간을 10일에서 7일로 줄이면 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현재 코로나19 중증 환자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병원 등의 의료체계에 굉장히 큰 부담이 가해지는 상황이라 바로 자가격리 기간을 줄이긴 힘들다는 의견이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일단 자가격리 단축에 대해서는 우리도 검토할 필요는 있다는 입장이다. 확진자들의 바이러스 배출이나 치료기간 등에 대한 국내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시행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아직 입원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가 많이 퍼진 영국과 미국과는 다른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재훈 교수는 "우리나라는 오미크론 유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다.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나가야 하는 방향엔 동의하지만 어느정도 시점에서 재개될 수 있을지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번주나 다음주 유행 추이를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자가격리 단축은 검토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만의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대처할 것을 강조했다. 예전에는 국내 환자가 많지 않아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은 환자들이 충분히 많은 상황이라 국내 환자들의 상황을 바탕으로 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해외에서 자가격리 기간이 짧아진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면서도 "지금 병원들도 거의 붕괴 상태인데 우리가 그 나라들처럼 하루 10만명씩 나오면 관리가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잘 넘기면 내년부터는 휠씬 더 좋은 조건으로 방역정책을 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증거도 없이 줄이는건 타당성이 없다"고 말했다.

백순영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또한 "당분간은 10일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상황에서 줄여도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후 바이러스 전파력이나 유행 상황을 보면서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 "입원률이 낮은 것으로 보이는 오미크론이 유행을 주도하면 재택치료가 대세가 되고 경구용 치료제로 위중증을 낮추면 병상도 유지되면서 백신 추가접종으로 감염률을 더 줄일 수 있다면 의료체제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1~2개월 지나면서 좋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지금부터 연초까지 조심해야 한다. 연초까지 적어도 2주 정도는 확진자가 확실하게 줄어드는게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먹는 치료제 수급 현황도 영향

곧 도입예정인 화이자 경구용 치료제의 수급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가 화이자와 30만명분에 대한 구매를 협상하고 있지만 국내 공급이 얼마나 수월하게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7000명 내외인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를 감안한다면 정부가 처음 계약했던 7만명분이 연초에 한번에 들어와도 1~2개월이면 바닥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화이자가 2021년까지 목표로 한 생산량이 18만명분 수준이라 선구매한 미국 등에 먼저 공급할 경우 국내 공급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

백순영 교수는 "치료제가 국내에서 허가를 받아도 아직까진 (공급에) 불확실성이 많다"고 말했다.


jjs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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