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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이명우 감독 "법 보호 밖 사람들…사법제도 허점 꼬집고파" [N인터뷰]①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21-12-23 07:00 송고
쿠팡플레이 © 뉴스1
쿠팡플레이 © 뉴스1
"돈 없고, 줄 없고, 권력 없으면 법도 없어."

김현수(김수현 분)가 교도소에서 만난 도지태(김성규 분)는 이렇게 말한다. 드라마 '어느 날'은 어느 날 겹친 수많은 우연과 실수, 그리고 현명하지 못한 행동으로 범죄자의 낙인이 찍힌 김현수를 통해 사법제도의 최소한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리고 묻는다. 만약 이 일이 나에게 벌어졌다면, 우리는 김현수와 다를 수 있을까.
국내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에서 선보인 첫 오리지널 드라마인 '어느 날'은  평범한 대학생에서 하룻밤 사이 살인 용의자가 된 현수(김수현 분)와 진실을 묻지 않는 밑바닥 삼류 변호사 신중한(차승원 분)의 치열한 생존을 그린 8부작 하드코어 범죄 드라마다. 한 번에 전회 모두 공개되는 보통의 OTT 드라마들과 달리, 지난 11월27일을 시작으로 매주 토, 일요일 0시 한편씩 공개됐고 이달 19일 종영했다.  

영국 드라마 '크리미널 저스티스'를 원작으로, 한국적인 이야기와 감성을 더해 새롭게 판을 짰다. 김현수의 하루를 시작으로 군더더기없는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진행시켰다. 서늘한 색감의 화면 속에서 요동치는 인물들의 감정, 편의대로 이용되는 사법제도의 빈틈이 드러나며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어느 날'은 공개 이후 쿠팡플레이 신규가입자수가 공개 전 대비 254% 폭증했고 글로벌 영화, 드라마 정보 사이트인 IMDB에서 평점 8.9를 차지하며 원작인 BBC ‘Criminal justice’의 리메이크작 인도판(IMDB 8.1), 미국판(IMDB 8.5)을 뛰어넘는 성적을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펀치' '귓속말'에 이어 '어느 날'로 '사법제도 3부작'을 완성한 이명우 감독은 '어느 날' 종영 후 뉴스1과 만나, '어느 날'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함께 OTT 플랫폼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 소감을 전했다.

-왜 '크리미널 저스티스'를 리메이크한 건가.
▶'펀치' '귓속말'에 이어 사법제도 완결판을 해보고 싶었다. (두 작품이) 최상위층의 이야기라면, '어느 날'은 어떻게 보면 법이라는 제도에서 최소한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최하위층의 이야기일 거다. 그리고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처음에는 '만약'이라는 가제를 쓴 적이 있다. 만약 이 일이 나에게 벌어진다면 내가 현수와 다를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친구들과 너무 놀러가고 싶어서 아버지의 택시를 몰래 운전했고, 어떤 여자를 우연히 만났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 우연과 실수가 겹쳐서 이 상황에 처했을 때 현수와 다르기 쉽지 않다. 또 하나 더, 내가 경찰이고 검사여도 극중에서처럼 할 거다. 내가 형사여도 김현수가 제일 의심스럽고, 판사 검사도 마찬가지다. 만약 나라면, 어떤 위치에서든 다르지 않을 거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에 조금 더 생명력을 불어넣어서 만들고 싶었다.
이명우 감독/뉴스1 © News1
이명우 감독/뉴스1 © News1
-범인이 예상 밖이었다.

▶사실 이 드라마는 범인을 찾는 드라마는 아니다. 사법제도의 허점을 꼬집어보려는 것이었는데, 내 생각보다 많은 시청자들이 '그래서 범인이 누굴까' 이 점을 재미있게 보시더라. 범인으로 의심할만 한 인물들은 다들 미심쩍게 찍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결말에서 범인이 드러나고, 시청자분들이 다시 돌려서 보고 힌트와 복선을 찾는 재미까지 느끼길 바랐다.

-원작과 어떤 소통 과정을 거쳤나. 원작의 이야기와는 다른 전개로 이어진다.

▶(원작 방송사인) BBC에서 리메이크작의 초반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이 있는데, 나는 8부까지 영문자막을 달아서 다 보냈다. 영국 런던 본사와 소통하는데 '작품을 보고 너무 놀랐고 정말 잘 만든 작품이다'라며 연락이 왔다. 원작 측의 간섭은 거의 없었다.

-범인 등 전개에서 변화를 준 것은 왜인가.

▶증거에서 확신을 갖는 것과 확신을 가지고 증거를 찾는 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건 신중한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눈에 드러나는 증거와 용의자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의심하는 시선, 의식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려고 했다. 중후반부로 넘어가면 의심스러운 인물들이 계속 등장한다. 그래서 더 용의자를 부각시켰다. 실제 진범은 의심스러운 점이 충분하고 자료도 확보했는데도 (용의자로) 생각하지 않았잖나. 이렇게 의심스러운 인물들이 있는데 왜 조사하지 않았나. 경찰은 이들을 보지 않았고, 검찰은 조사하지 않았다. 방향을 정해두고 수사를 한 점을 꼬집었다.  

-재판에서 서변호사(이설 분)가 실수와 우연으로 인해 처한 상황을 유죄로 확신할 수 있냐는 내용의 변호를 한 장면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맥락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그 장면에서 휴대전화가 울리지 않나. 일부러 기본 벨소리로 울리게 했다. 시청자들도 마치 내 전화가 울린 것처럼 느끼고 더 공감하길 바랐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라는 점을 더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쿠팡플레이 어느 날 제공© 뉴스1
쿠팡플레이 어느 날 제공© 뉴스1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법조계는 사실 보통의 사람들은 잘 모르고 경험해본 적도 없을 것이다. 법정에 서는 경험을 하는 건 굉장히 극소수일 거다. 하지만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자리에 서게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사법제도에 더욱 관심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사법제도에 대한 평소의 생각은 어땠나. 어떤 점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상했나.

▶나 역시 법이 어렵다. 법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고, 평범한 사람이다. 사법제도는 잘못한 사람이 맞닥뜨리는 것이고, 무의식적으로라도 그 근처에 가지 말아야지 생각하잖나. '집안에 판검사 한 명은 있어야 한다'는 말도 잘 살펴보면 그런 것에 관련되면 집안에 큰일이 난다는 이야기다. 송사에 휘말린 사람들을 보면 너무 힘들어하더라. 그리고 취재차 법정을 가보면 드라마틱하지 않다. 굉장히 차분하다. 드라마의 중후반부는 재판에 방점이 있기 때문에 공방이 재미있어야 한다. 실제와 드라마적인 구성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8부작으로 설정한 이유는.

▶원작도 짧다. 애초에 회차를 정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짜고 이에 맞춰서 회차를 나눴다. 일단 (OTT플랫폼이기에) 러닝타임을 자유롭게 설정할수 있지 않나. 작가와 이야기를 나눈 건 한 회차에 담아야 하는 이야기를 먼저 정하는 거다. 1회의 경우 신중한 변호사와 악수를 하면서 끝내는 것이었다. 그걸 향해 달려가는 식이었다.

-최소 16회차를 두고 작업하던 기존 방식과 비교하면 어떤가.

▶계속 최소 16부작 드라마를 연출해와서,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작업이 더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웃음) 그런데 너무 어렵더라. 요만큼의 군더더기도 들어가면 안 되는 거다.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메인 플롯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고 이 플롯에 영향을 주는 간섭자를 어떻게 투입해서 어떻게 존재감을 키울 것인지 자연스러움이 중요했다. 뼈를 깎는고통이었다.(웃음)
쿠팡플레이 © 뉴스1
쿠팡플레이 © 뉴스1

-미술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색감이나 세트도 기존의 한국 드라마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펀치' '귓속말'을 같이 했던 팀이 맡아주었다. '너무 가짜같으면 안 되니까 사실을 기반으로 한 상태에서 뻔하게 가지 말자'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경찰서는 파란색, 교도소는 회색 느낌으로 생각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실제 경찰서의 외형을 가져오되 뻔하지 않은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 뻔하지 않다는 게 좋지만 두려운 점도 있다. 보는 사람들이 '저런 데가 어딨어'라고 생각하면 안 되잖나. 소품 등 기타 아이템은 똑같이 재현을 했다. 벽지의 질감까지 신경을 썼다. 스타일리시하면서도 현실적인 공간이어야 했다. 벽돌 느낌이 드는 벽지, 대리석 같이 보이는 장판도 사용해서 질감을 잘 보여주려고 했다.

-방송사가 아닌 플랫폼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표현 수위에 대한 고민도 컸을 법한데.

▶전체관람가로 가느냐 19금으로 가느냐 고민이 많았다. 사실 19금 드라마라고 해서 특별하게 자극적이고 잔인한 것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가기로 한 건, 이야기가 담은 메시지가 어른들 콘텐츠라고 생각했다. 어른들이 보고 공감을 했으면 했다. 시체 장면은 누드로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죽은 후 아무 것도 아니게 된 냉혹한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19금 수위가 결정됐다.

<【N인터뷰】②에 계속>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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