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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연기 그만둬야하나할 때 만난 '너를 닮은 사람'…초심 찾았죠" [N인터뷰](종합)

(종합)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21-12-08 10:00 송고 | 2021-12-08 10:26 최종수정
‘너를 닮은 사람’ 배우 김재영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너를 닮은 사람’ 배우 김재영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김재영은 서우재와 달랐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에서 서우재가 치명적인 매력으로 두 여자 정희주(고현정 분)와 구해원(신현빈 분)을 흔든 위험한 남자라면, 그를 연기한 김재영은 어쩌면 단점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이야기도 솔직하게 털어놓는 꾸밈없는 사람이었다.

'모델 출신'으로 주목받으며 배우의 길에 들어선지 10년. 김재영은 드라마 '아이언맨' '너를 기억해'를 거쳐 '백일의 낭군님'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로 이름을 알렸다. 꾸준히 작품활동을 했지만, 끝없는 조바심과 불안감으로 여러번 슬럼프를 겪었다고.
김재영은 캐스팅 소식을 듣고 펑펑 울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절실했던 마음을 털어놨다. 자신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또 배우로서 한층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된 '너를 닮은 사람'이었다.

-'너를 닮은 사람'을 잘 마무리한 소감은.

▶작품을 하기 전이 슬럼프 기간이었다. 연기에 대한 걱정, 배우의 길에 대한 불안이 있었고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였다. 이 작품을 통해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절실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감독님, 선배님, 현장에서 많이 예뻐해주시고 자신감을 가지고 편안하게 임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셔서 가능했다.
-왜 슬럼프였나.

▶전작이 주말드라마였다. 매일 회사원처럼 출근하고 퇴근하면서 연기를 하는데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안정감이 느껴지더라. 그러면서 긴장이 풀리고 살도 다시 쪘다.(웃음) 연기에 소홀한 때도 있었다. 작품이 끝나고 엄청 후회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나는 이런 직업을 가지면 안 되는 사람아닐까 싶었다. 용기가 없어지고 겁이 났다. 우울한 상태로 지내고, 그렇다고 (경험이) 0일 때로 돌아가는 게 조금은 억울하기도 했다. 그때 이 대본을 봤는데, 행복이란 뭔 지 사랑이란 뭔지 생각이 많을 때여서 더 깊게 와닿았다.
김재영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김재영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연기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더 깨닫는 작품이 된 것 같다.

▶집중을 하게 됐달까. 감독님과 만나서 이야기할 때 (연기를) 처음 한다고 생각하고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감독님의 의견을 다 받아들이고 싶었다. 어디 갈 데가 없다는 생각이 드니까 더 절실해졌고, 결과적으로는 연기에 관해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우재의 어떤 매력이 두 여자를 흔든 걸까.

▶왜 우재를 좋아하고 왜 연애를 할까. 나도 생각해봤다. 예술을 하는 사람의 매력, 남자다움일까. 그리고 자기 마음에 솔직한 사람이지 않나. 그런 점이 매력이지 않았을까 싶다. 또 우재는 환경적으로 결핍이 있는 인물이었고, 그런 면에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 희주인 것 같다.
‘너를 닮은 사람’ 배우 김재영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너를 닮은 사람’ 배우 김재영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감독은 어떤 면에서 서우재 역할을 맡긴 건가.

▶솔직함이었던 것 같다. 감독님하고 만났을 때도 이렇게 말했다. 힘들다고, 지금 우울하고 불안하고 행복과 사랑이 뭔지 고민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런 만남이 두 달 정도 이어졌다. 나는 더 하고 싶어졌다. 감독님도 고민이 많으셨을 거다. 내가 일을 하면서 울어본 적이 없는데 (캐스팅이) 됐다고 들었을 때 펑펑 울었다. 재미난 게 나는 모델을 하다가 연기로 자연스럽게 넘어왔고 운이 따르는 사람인 줄 알았다. '엄마, 금방 잘 될 것 같아' 그러면서.(웃음) 그러고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이번 작품에 됐다고 하니 너무 감사하더라.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섹시하다'는 반응이 많다.

▶'퇴폐적인 섹시함이 있다'고.(웃음) 캐릭터가 지니고 있는 어두운 면이 있고 자기에 대한 확신이 있잖나. 그래서 남성미가 보였던 것 같다. 저돌적이고 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헤어스타일이 한 몫 한 것 같다.

-우재 역할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미술공부도 하고 감독님이 이야기해준 작품들을 보면서 준비했다. '타이타닉'에서 그림을 그리는 장면, '이터널 선샤인'에서 기억을 지웠는데도 다시 만나게 되는 감정, '언페이스풀' 등도 많은 도움이 됐다. 내가 어떻게 연기해야지 마음을 먹어도, 호흡을 맞추는 것이어서 (상대배우가) 주는 에너지가 컸던 것 같다.  
‘너를 닮은 사람’ 배우 김재영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너를 닮은 사람’ 배우 김재영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주변의 도움도 있었지만 본인도 이 캐릭터와 잘 어우러져서 연기를 한 것 같다.

▶그 말 듣고 싶었다.(웃음) 그런데 이 캐릭터를 잘 살려주었기 때문에 잘 나온 거다. 연출 부분도 좋았고, 연기를 할 때 상대 배우가 중요하다는 걸 이번 작품에서 또 다시 느끼게 됐다. 내 표현을 (상대배우가) 어떻게 받냐에 따라서 많이 달라진다. 희주와 로맨스, 집착적인 부분 등 선배님과 연기를 하면서 정말 좋았다. 그러다 보니 좋은 말도 들었던 것 같다.

-제일 기뻤던 반응은.

▶'서우재였다' '서우재를 하려고 태어났다'?(웃음) 그런 말을 들으면 너무 기분이 좋다. 내가 이 역할과 잘 맞았다는 것이니 기뻤다.

-어떤 장면이 기억에 남나.

▶희주와 키스신에서, 처음 키스신이기도 하고 (배우들도) 예민한 부분 아닌가. 조금은 강하게 하게 되는데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기도 하고 걱정이 됐다. (속으로) '내가 짱이다' '나는 남자다' 생각하면서 준비했다. 자석처럼 끌리는 감정에 몰입이 돼서 나도 모르게 대본에 없는 눈물이 나는 거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깊게 몰입했던 것 같다. 또 아일랜드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촬영하면서 많이 울었다.
김재영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김재영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고현정씨와의 호흡은 어땠나.

▶희주와의 감정신이 첫 촬영이었는데 얼어 있었다. 선배님이 '진짜 편하게 하라'고, '동선도 대사도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도 된다'고 하시더라. 다 받아주시겠다는 말이었다. 선배가 '이 드라마는 우재가 살아야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정말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나도 내가 여기서 실수하면 안 된다는 걸 느꼈다. 가뜩이나 긴장했는데 더 티가 나지 않겠나. 나도 절실했고 감독님도 머리를 길어보자, 스타일을 바꿔보자면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주셨다. (고현정은) 내가 가만히 있어도 감정을 느끼게 해주셨다. 뭔가 내 감정이 올라오는 것 같으면, 카메라 돌려서 저 먼저 찍게 해주시고는 했다.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한 고현정의 연기는 어떻던가.

▶하면서도 제 매니저 스태프들에게도 '선배님이 연기하면 다르지 않아?'라고 했다. 나도 직접 보는데 에너지가 엄청 나다. 화면에서도 정말 잘하시지만 실제로 보면 그 사람(캐릭터)이 되어 있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깊이가 진짜 깊었다. 가만히 있어도 뭔가 감정이 올라왔고 나도 엄청 많은 도움을 받았다.

-신현빈과도 좋은 케미스트리가 나왔는데.

▶그동안 (신현빈이) 어둡고 차가운 역할도 해서 되게 조용한 사람일 줄 알았는데 엄청 편하게 다가왔다. 제가 연상으로 나오니까 편하게 반말하라고 하더라. 나도 '이 신 찍었는데 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해?' 그러면 누나가 '우재 다시 한 번 가자'고 해주고. 현장에서 선배들이 저를 많이 챙겨주시고 우재가 잘 나올 수 있도록 저에게 많이 배려해주셨다.

-다이어트를 하고 날렵한 이미지를 만든 것 같다.

▶15kg 정도 뺐다. 내가 30kg 이상 빼고 활동을 했는데 조금만 긴장이 풀려도 살이 잘 찐다. 이번에는 우재가 병원에 누워 있었으니까 더 말라야 할 것 같더라. 그래서 더 관리를 했다. 워낙 살이 잘 찌는 스타일이어서 계속 걱정을 했다.

-걱정을 많이 한 감독님, 선배님들이 끝나고 해준 이야기는 없나.

▶항상 칭찬해주셨다.(웃음) 감독님은 늘 '나를 믿어라, 내가 잘 만들어보겠다'라고 하셨고, 나도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진짜 그대로 매력있는 캐릭터가 나왔다. 정말 감사하고 좋은 말을 많이 들었다. 물론 지금도 단점이 많고 부족한 점이 많은데 그래도 이 인물은 조금은 소화했구나 싶어서 조금의 자신감이 생겼다.

-죽는 엔딩이 아쉽지는 않았나.

▶죽어서 불쌍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어서 기회라는 생각도 했다. 불륜이기도 하고 진짜 욕을 많이 먹었다.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맡은 배역을 나쁘게만 보면 연기하기 어렵잖나. 왜 그렇게 했는지 생각하고 몰입해서 에너지를 끌어 가야 하는데, 욕을 너무 먹으니 정말 그냥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마지막에 죽게 되니 많은 분들이 '슬프다' '불쌍하다'라고 해주셨다. 한편으로는 감사한 마음이다.
김재영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김재영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연기한 사람으로서 나쁜 남자 우재를 이해시켜준다면.

▶어렵다. 우재는 결핍이 많은 인물이었다. 진짜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고 해원의 작품을 보고 영향을 받았다. 사랑한다기보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 느낌, 그 끈을 놓고 싶지 않았다고 할까. 그러다 희주를 만나서 더 많은 걸 느낀 거다. 결핍된 부분을 채워주는 감정, 부유한 환경, 미술을 하면서 배울 수 있는 것들. (우재는) 행복이라는 것에 눈 뜬게 아닌가 싶었다.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연기하는 나까지 '쓰레기네' 생각하면 안 되니까. 왜 해원이에게 사과를 안 하냐고 하는데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자기만 보게 되지 않나. 내가 원하는 걸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연기했다.

-이런 남자주인공을 보기 드물다. 특히 최근에는 부드럽고 다정한 남성상이 인기가 많아서, 정반대의 캐릭터가 부담스럽지 않았나.

▶그건 나중의 고민이었다. 내게는 절실한 기회여서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감독님이 11부부터 '흑화'한다고 하시더라. 얼마나 변하겠어? 했는데 대본이 나오고 '이거 어떻게 연기해?' 싶었다. 너무 못 되지 않았나. 이기적인 사람이고 자기의 것만 찾는 모습에 집중해서 연기했다. 보통 남자 주인공이 나빠도 '츤데레' 정도인데 해원이에게는 정말 나쁜 놈이지 않나. 희주에게도 사랑이지만 좋은 모습은 아니고.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연기는.

▶고민이 많고 어두운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 내 원래 성격은 조금 다르다. 텐션도 높은 편이고, 집에서 막내여서 애교도 있는 편이다. 그래서 로맨틱 코미디를 꼭 해보고 싶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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