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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들에 집착, 19마리 입양 살해한 '그놈'…공기업 대리님이었다

19마리 중 16마리 푸들로 추정…나머지도 소형견
견주들에게 공무원증·사택 사진 보여주며 입양해

(군산=뉴스1) 이지선 기자 | 2021-12-06 16:57 송고
전북 군산에서 A씨(41)가 입양한 뒤 학대·살해 및 유기한 개의 부검 현장 모습. 등쪽에 화상 자국이 선명하다.(차은영 군산길고양이돌보미 대표 제공)2021.12.6./© 뉴스1
전북 군산에서 A씨(41)가 입양한 뒤 학대·살해 및 유기한 개의 부검 현장 모습. 등쪽에 화상 자국이 선명하다.(차은영 군산길고양이돌보미 대표 제공)2021.12.6./© 뉴스1

전북 군산에서 개 19마리를 입양한 뒤 잔혹하게 살해한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6일 군산경찰서와 군산길고양이돌보미에 따르면 A씨(41)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있다.

A씨는 지난해부터 지난 10월까지 1년여간 푸들 16마리 등 개 19마리를 입양해 학대한 뒤 아파트 화단 등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A씨는 전북지역으로 발령이 난 뒤 군산에 있는 사택과 경기도 자택을 오가며 지내왔으며, 전국 각지에서 소형견을 군산 사택으로 입양해 와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입양해온 개에게 물을 억지로 먹이거나 불로 화상을 입게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대했다. 또 머리부분을 때리거나 흉기를 이용해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검 결과 숨진 개들에게서는 두개골과 하악 골절, 몸 전반의 화상 등 학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발견됐다. A씨는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 개들에게 수면제를 먹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0일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 2일 A씨가 아파트 화단 곳곳을 파헤치는 등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행동을 보인 것을 이유로 그를 긴급체포했다. 이후 다음날인 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도주우려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음'을 이유로 기각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검증 등 절차를 통해 현재까지 아파트 화단 등에서 8구의 동물 사체를 발견했다"며 "다양한 각도로 사건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에서 A씨(41)가 입양한 뒤 살해해 유기한 미소,초파,모카,초코의 생전 모습(차은영 군산길고양이돌보미 대표 제공)2021.12.6./© 뉴스1
전북 군산에서 A씨(41)가 입양한 뒤 살해해 유기한 미소,초파,모카,초코의 생전 모습(차은영 군산길고양이돌보미 대표 제공)2021.12.6./© 뉴스1

이 사건은 입양을 보낸 한 피해자가 "입양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SNS에 올리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게시물을 보고 "나도 A씨에게 입양을 보낸 뒤 더이상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또다른 피해자들이 여럿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A씨는 입양을 보낸 이들이 강아지의 안부를 물으면 "산책을 나갔는데 잃어버렸다"고 일관되게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차은영 군산길고양이돌보미 대표는 A씨를 직접 찾아갔다. 그리고 설득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받게 됐다. 

자백을 받아 낸 차 대표는 A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차 대표는 "A씨는 입양을 하기 위해 견주들에게 자신의 공무원증과 사택 사진을 보여주며 안심시켰다"면서 "실제 사택 내부에는 입양 과정에서 견주들이 함께 보낸 애견 용품이 가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A씨 집 안에는 강아지가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면서 "긴 회유 끝에 입양견들을 모두 죽였다는 자백을 받아내고 화단에서 2마리 사체를 꺼냈다"고 덧붙였다.

차 대표는 이번 사건에서 △푸들 종에 집착 △정상적인 가정을 이룬 직장인 △유기견이 아닌 입양견 대상 △아파트에 매립 △실험하듯 학대와 치료를 반복 등의 특이점이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제까지의 동물학대와는 다른 양상을 갖고 있는 치밀한 범죄 사건"이라며 "이같은 잔혹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많은 관심 바란다"고 말했다.


letswi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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