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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發 망사용료 갈등…전문가들 "용어 혼선 먼저 개선돼야"

망사용료 소모적 논쟁 줄일 제도적 개선 방안 놓고 토론회 열려
망 사용료 법제화 앞서 '시장 실패'에 대한 판단 앞서야 한다는 의견도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윤지원 기자 | 2021-12-03 18:08 송고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글로벌 OTT와 지속가능한 ICT 생태계 상생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조대근 서강대 겸임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2021.12.03/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글로벌 OTT와 지속가능한 ICT 생태계 상생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조대근 서강대 겸임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2021.12.03/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넷플릭스와 망 사업자(ISP) 간 '망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소모적 논쟁을 줄이기 위한 합리적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글로벌 OTT와 지속가능한 ICT 생태계 상생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는 학계와 국회,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최근 망 사용료 논란을 놓고 용어의 혼선 문제,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의 부재 등이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망 사용료를 놓고 각자 다른 얘기를 하고 있어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망 사용료 용어 제각각…용어 정리, 시장 모니터링 제도 필요해

이날 발표에 나선 조대근 서강대 겸임교수는 "이 시장은 도매 시장이고, 잘 알려지지 않은 시장이기 때문에 각자 알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주장하면서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언론과 기관에서는 상호접속료, 망 이용대가, 망 사용료, 망 이용료 등 제각각의 표현을 쓰는데 이는 비슷해 보이지만 엄격히 다지면 다른 뜻을 가질 수 있다"고 짚었다. 생산적 논의를 위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또 망 중립성 규제, 양면시장 이론, 착신 독점 이론 등 인터넷 기술을 둘러싼 이론이 복합적으로 엮여 있어 문제 해결을 위한 이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 교수는 미국 기업인 차터의 합병승인명령서와 승인 조건을 두고 벌어진 소송에서 망 사업자(ISP)의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대한 요금 부과 행위가 확인됐다며 망 사용료를 부정하는 넷플릭스의 주장을 반박했다.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논거 중 하나인 망 중립성 규제가 CP에 과금을 금지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고 짚었다. 망 중립성 규제는 과금 규제가 아닌 특정 CP 트래픽을 우선 처리해 주고 그에 따른 추가 대가를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조 교수는 △최소한의 시장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정부의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한 해외 규제기관과의 정보 공유 △용어 정의 및 통일 △국내·외 제도 및 시장 연구 강화 △이해관계자들이 연구 성과를 두고 논의할 공론의 장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토론에 참여한 고흥석 군산대 미디어문화학과 교수도 "망 중립성 용어가 다층적, 위계적으로 구성돼 있어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망 중립성이란 용어 자체가 가지는 다양한 오해, 혼선을 해소하기 위해 망 공정 이용이란 용어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창희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겸직교수는 "CP와 일반 이용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 크다"며 "이 때문에 넷플릭스 요금 인상 사례처럼 과도한 요금 인상이나 인터넷 접속 지연 등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정부가 무언가를 해야 할 시점"이라며 "용어의 대중화 등 국민들이 알기 쉽게 정보를 제공하는 게 정부나 사업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련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중립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김준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상호접속 제도와는 달리 망 이용 계약은 사업자 간 사적 계약으로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있다. (계약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기 어렵고, 관련 용어가 통일되지 않은 채로 각자의 생각대로 언급해 분석하기 다소 어렵다"며 "소송으로 분쟁이 심화되고 역차별 문제 등 산업 생태계 피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정부도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으로, 우선 사업자 간 자율적 협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고흥석 군산대 미디어문화학과 교수, 김선미 고려대 정보문화연구소 연구교수, 김준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조대근 서강대 겸임교수, 노창희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겸직교수, 진성오 국회의원 보좌관. 2021.12.03/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왼쪽부터) 고흥석 군산대 미디어문화학과 교수, 김선미 고려대 정보문화연구소 연구교수, 김준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조대근 서강대 겸임교수, 노창희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겸직교수, 진성오 국회의원 보좌관. 2021.12.03/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망 사용료 법제화 놓고 "시장 실패에 대한 판단 앞서야"

현재 국회는 망 사용료와 관련한 개정 법률안을 추진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18일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글로벌 플랫폼은 그 규모에 걸맞게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며 "합리적 망 사용료 부과 문제와 함께 플랫폼과 제작업체 간 공정한 계약(표준계약서 등)에 대해서도 챙겨봐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법제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한국의 입법 과정에 대해서는 존중하지만, 망 사용료 직접 규제로 인한 부작용이 클 거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규제를 해야 하는 시장이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선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냐, 시장 실패가 존재하냐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며 "알려지지 않은 시장에 대한 법은 쉬운 결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과정이 생략되면 법이 만들어진 이후에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망 사용료 의무화 입법을 준비한 국회 김영식 의원실(국민의힘) 진성오 보좌관은 "충분한 논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법을 서둘렀다가 사고가 터진 경우가 있다"면서도 "관련 법안이 여러 개 나올 때마다 내용이 구체화되고 기존 법안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이 보완, 추가되는 경우가 많다. 유관 법안이 한꺼번에 병합 심사되는 과정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미디어정책학회가 주최한 이날 세미나에는 사회자로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로 참여했으며, 조대근 서강대 겸임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해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소모적인 분쟁 해소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또 토론자로 고흥석 군산대 미디어문화학과 교수, 김선미 고려대 정보문화연구소 연구교수, 노창희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겸직교수, 김준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 진성오 국회의원 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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