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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미래 10년 짊어진 날…남궁훈은 왜 18년전 실패를 떠올렸을까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각자대표 선임
"내 인생 가장 큰 사업 실패는 엔토이…메타버스 시대 만나 이제서야 B2C2C 흥행"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2021-12-02 07:10 송고 | 2021-12-02 07:16 최종수정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각자 대표 (카카오 제공) © 뉴스1

"내 인생 가장 큰 사업 실패는 아마도 엔토이였던 것 같다."

최근 카카오가 미래 10년을 이끌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에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를 선임했다. 남궁 대표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카카오 공동체(계열사)의 글로벌 사업 확장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카카오가 이니셔티브센터장 선임 소식을 발표하기 직전, 남궁 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18년 전 자신이 총괄한 커뮤니티 서비스 '엔토이'를 언급했다. 

엔토이는 메타버스, 블록체인,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등 최근 급부상한 개인간(C2C) 모델의 '원조'다. 이용자가 생산자가 되기도 하고 소비자가 되기도 하는 자유로운 거래가 이뤄지는 서비스다. 현재 메타버스의 가장 성공 모델인 로블록스가 구현한 세상을 18년 전에 구상한 셈이다. 결과는 실패. PC 시대를 지나 갓 태동한 모바일 시대에 C2C 모델은 '너무 일찍 터트린 샴페인'이었다. 

의욕넘치던 30대의 남궁 대표에게 '실패의 쓴맛'을 안겨준 엔토이 사업을 왜 직접 언급했을까. 변화의 흐름을 너무 일찍 간파한 실패의 교훈을 체득할 만큼 시간이 흘러  카카오의 미래 10년을 짊어진 그가 던진 화두다. 그만큼 "이제는 때가 왔다"는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하다. 

그는 "실패 속에서 많이 배우기도 했지만 가장 결정적 실패 원인은 B2C에서 바로 C2C로 넘어갈 것이라는 착각이었다"며 "PC 시대의 B2C는 모바일 시대에 B2B2C로 부흥했고, 메타버스 시대를 만나 이제서야 B2C2C가 흥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궁훈, 김범수 의장과 '카카오 미래 10년' 진두지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는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디지털 헬스케어 등 기술발전으로 파생되는 기회를 관찰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조직이다. 카카오에선 공동체의 '미래 10년'(beyond 모바일)을 준비하는 조직으로 불린다.

김범수 의장의 오랜 '심복'인 남궁 대표가 카카오의 미래 10년을 지휘할 적임자라는 데 이견이 없지만, 이번 선임의 배경에는 남궁훈 대표의 사업 역량과 추진력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과거 2003년 NHN 시절, 당시 김범수 대표와 남궁훈 사업본부장으로 호흡을 맞추며 엔토이 사업에 뛰어든 경험과 실패의 교훈이 메타버스가 화두로 떠오른 이때, '카카오 시즌2'를 진두지휘하기에 적합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18년 앞선 소셜미디어 '엔토이'의 실패

남궁훈 대표와 김범수 의장은 인연이 남다르다. 삼성SDS 선·후배로 첫 인연을 맺었다. 게임사 창업을 꿈꿨던 김 의장은 1998년 삼성SDS를 퇴사하고 서울 한양대학교 앞에 PC방을 차렸다. 당시 창업을 고민하던 남궁 대표는 김 의장의 제안으로 PC방에 합류했고, 두 사람은 이듬해인 1999년 게임 포털 '한게임'을 창업했다.

여느 PC방처럼 고객 관리를 수기로 하던 김 의장은 번거로움을 해결하고자 고객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한게임 사업을 위한 초기 운영 자금이 됐는데, 전국 PC방을 돌며 '영업'을 뛴 인물이 바로 남궁 대표다.

한게임과 네이버의 합병(NHN) 이후 남궁 대표는 NHN엔터테인먼트 사업부장 및 NHN 한국게임 총괄 등을 지냈다. 남궁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언급한 '엔토이'는 그가 2003년 NHN엔터테인먼트 사업부장으로 재직했을 때 선보인 소셜미디어다.

엔토이는 네이버(검색 포털), 한게임(게임 포털)과 함께 NHN의 3대 서비스로 꼽힌 야심작이었다. 이용자는 엔토이에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온라인 스타(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일종의 가상화폐인 '우유'를 주고받을 수 있다.

당시 NHN엔터테인먼트는 엔토이 이용자에게 뮤직비디오 만들기, 노래방, 토이방 꾸미기 등의 멀티미디어 툴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고자 했다. 남궁 대표는 엔토이 사업이 자리 잡게 되면 이용자 간 자유로운 콘텐츠 거래를 지원하는 C2C 커뮤니티로 발전시키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당시 남궁 대표는 엔토이를 출시하며 "온라인에서 초기 B2B 방식으로 온라인 광고나 솔루션을 판매하다가 서비스 유료화 및 아바타를 통한 수익모델을 확보한 B2C로 변화했다. 그 다음 단계는 C2C로 이어질 것"이라며 "(엔토이는) 이용자가 생산자가 되고 소비자가 되기도 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창작자가 콘텐츠를 플랫폼에 발행하고 다른 이용자의 콘텐츠 소비를 통해 돈을 벌게 되는 순환 구조는 현재 플랫폼 생태계로 등장했지만 18년 전에는 통하지 않았다. 이용자들이 이같은 서비스를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엔토이는 출시 1년 만에 서비스를 접었다.

◇"메타버스 시대는 B2C2C가 흥행할 것"

앞서 남궁훈 대표는 지난달 페이스북을 통해 "메타버스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메타버스의 3D적 특성, 기술적 특성을 논하지만 인문학적 특성, 경제·경영학적 특성은 흔히 간과하는 것 같다"며 C2C 세상이 열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엔토이를 선보인 2003년에는 실패한 모델이) 이 시대에 이르러 디지털 세상에서 일단 대중의 디지털 경제 활동이 가능해진다"라며 "최근 게임업계에서 불고 있는 P2E(돈버는 게임) 바람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남궁 대표는 PC 시대는 'B2C'로, 모바일 시대가 'B2B2C'로 부흥했다고 분석하며 메타버스 시대는 'B2C2C'의 시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카카오 이니셔티브센터는 이같은 관점에서 자사 미래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게임즈를 이끌어온 남궁 대표는 메타버스 시대의 주요 요소가 되는 엔터테인먼트·플랫폼 사업에 강점이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배재현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지난 3분기 카카오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등 카카오 공동체 내에서 역량을 집중 시켜 메타버스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며 "그라운드X(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의 기술력과 카카오 내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웹툰, 게임 등 콘텐츠 외에도 글로벌에서 사업 범위를 넓히기 위해 카카오의 서비스와 기술 역량을 활용해서 새로운 시도를 진행 중이다"라며 "아울러 AI를 활용한 글로벌 신사업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내년에는 콘텐츠와 더불어 새로운 글로벌 사업 성과에 대해서도 좋은 소식을 들려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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