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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票)퓰리즘 저항이냐, '기재부의 나라'냐…당정갈등도 막바지

소득세법·예산안 등 '文정부 최후' 당정갈등 지속
홍남기 행보에 "포퓰리즘 타파" vs "기재부 나라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21-12-01 06:05 송고 | 2021-12-01 08:37 최종수정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1.11.30/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1.11.30/뉴스1

정부와 여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싸고 현 정부 임기 사실상 마지막 갈등을 겪고 있다.

그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정부 경제팀은 입법부인 국회, 특히 여당(더불어민주당)과 여러 정책 사안을 놓고 갈등했다.
이에 홍 부총리가 정치권 포퓰리즘에 저항했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반면, 위기 시기에 곳간을 닫아놓고만 있었다는 비판도 상존하는 상황이다.

1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과 기재부는 전날 윤호중 원내대표 등 당 관계자와 홍 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예산 협의를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양측은 지역상품권 발행 규모와 소상공인 지원 방안에 있어 서로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당정이 재정 지출을 얼마나 확대할지를 놓고 이견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당정 갈등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확산 일로를 걸었다.
◇당정은 재난지원금 '앙숙'…與 압박에 회자된 '홍백기'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논의 당시 홍 부총리는 소득 상위 30%를 뺀 나머지 70%에게만 지급을 추진했다. 반면 여당은 전 국민 지급을 밀어붙였고, 그 의견이 최종 채택됐다.

이 과정에서 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는 홍 부총리의 '선별 지원' 고집에 경질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따른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에서도 재정 지출을 보다 확대하려는 여당 지도부와 지출을 최대한 효율화하려는 홍 부총리 사이 잡음이 지속됐다.

결과적으로 60여년 만에 첫 4차 추경이 국회 문턱을 넘을 정도로, 홍 부총리는 당의 압박에 수차례 무릎을 꿇었다.

홍 부총리가 '홍백기', '홍두사미' 등의 별명을 얻은 것도 이때부터다.

당초 홍 부총리는 취임 당시 '예스맨'이 부총리 자리에 앉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청와대 등의 지시에 군말 없이 따르는 일꾼 성향의 부총리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던 홍 부총리가 투사로 변신해 여당에 맞서기 시작한 것은 효율적 재정 집행과 선별 지원을 향한 신념 때문으로 풀이됐다. 국민 혈세를 한 푼이라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곳간지기'로서의 책임감이 뒷받침됐다는 해석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2021.9.13/뉴스1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2021.9.13/뉴스1

◇홍남기, 사표 내고 마음 굳혔나…정치권에선 "정치쇼" 질타

홍 부총리가 서서히 심지를 굳히기 시작한 것은 '사의 표명' 소동이 있었던 지난해 11월 초부터다.

당시 당정은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요건을 놓고 또 한 차례 내홍을 겪고 있었다. 정부는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춰 과세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당은 반대로 기존 요건을 유지하자는 입장이었다.

양측은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갑론을박을 벌였으며 승기는 다시 여당에 넘어갔다. 이에 홍 부총리는 "누군가 (정책 번복에)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가 사표를 반려하면서 홍 부총리는 단 하루 만에 부총리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러한 와중에 정치권에서는 당시 홍 부총리의 사표를 '정치쇼'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 정도로 정부와 정치권 간 기싸움은 고조된 상태였다.

◇올들어 "기재부의 나라냐" 질책까지…'해임 건의' 카드 수차례

새해 벽두부터 당정 갈등은 격화됐다. 당시 여당은 4차 재난지원금 보편·선별 병행 지급을 추진하려 했지만 홍 부총리가 발표 5시간 만에 반기를 들자 '해임 건의' 카드를 꺼내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 즈음 세간에서는 민주당 출신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가 "손실보상을 법제화한 해외 사례를 찾기 힘들다"고 한 김용범 기재부 전 차관을 향해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 호통을 쳤다는 언론 보도가 회자됐다.

또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가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협의하면서 홍 부총리를 향해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질책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홍 부총리는 "지지지지(知止止止)의 심정으로 걸어가겠다"는 글을 남겨 거취까지 고민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여당의 해임 건의 카드는 올여름에도 사용됐다. 당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당론으로 채택했던 더불어민주당은 홍 부총리가 '소득 하위 80% 지급' 입장을 굽히지 않자 "당내에서 해임 건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라며 그를 압박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의 고집에 여당은 하위 88% 지급으로 절충했다. 당시 홍 부총리는 이미 재임 1000일(9월4일)을 눈앞에 둔 역대 최장수 기재부 장관이었다.

직책에 미련을 두지 않고 맞서는 홍 부총리의 태도에 점차 승리를 거두는 횟수가 늘어난 것이다.

◇"곳간지기 자격 없다" 비판 vs "재정 원칙 수호" 옹호

이처럼 여당의 재정 지출 확대 기조에 저항한 홍 부총리의 행보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홍 부총리가 재정 건전성에 과도하게 집착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국민들을 외면했다고 지적한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홍 부총리를 향해 "서민의 피눈물 외면하는 곳간지기는 자격이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부총리가 민생현장이 얼마나 급박하고 어려운지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외면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정말 '한가한 소리'라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게다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최근 기재부를 해체하는 정부 조직 개편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예산 편성권을 비롯한 각종 권한이 기재부에 집중되면서 다른 부처의 기능을 막고 있다는 주장인데, 그 기저에는 홍 부총리의 소신에 막혀 여러 번 고생한 경험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홍 부총리의 '선별 지원' 소신은 현 국가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꼭 필요한 것이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재정을 뿌려 표심을 얻으려는 포퓰리즘이 꿈틀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어렵다.

특히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재정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함에 따라 재정 준칙을 도입하려 한 것은 재정 당국 수장으로서 올바른 판단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 동안은 재정준칙이 없어도 상한 선을 지키는 방향이 유지됐는데, 최근 몇년간 추세는 그렇지 않다"면서 "결국 국회나 정부가 스스로 재정건전성을 관리하지 못한다면 재정준칙 도입을 서두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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