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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만 로맨스' 조은지 ·백경숙 "의견 충돌? 당연히 있었죠!" [N:딥풀이]①

영화 '장르만 로맨스' 감독, 제작자 인터뷰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21-11-28 09:00 송고
영화 '장르만 로맨스' 조은지 감독(왼쪽),과 백경숙 대표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옷을 맞춰 입었어요, 블랙 앤 화이트로."

각자의 의상을 가리키는 두 사람은 생김새부터 말투까지 어느 것 하나 닮은 데가 없었다. 검은색의 우아한 블라우스를 입은 영화사 비리프의 백경숙 대표와 깔끔한 흰색 코듀로이 셔츠를 입은 조은지 감독은 성격도 입은 옷 색깔처럼 서로 달랐다. 시원시원한 말투와 카리스마를 장착한 백경숙 대표가 과감하고 강렬한 검은색이라면, 섬세하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조은지 감독은 완벽주의적이고도 사려깊은 흰색이었다. 두 사람은 '위드코로나' 시대 개봉한 첫번째 한국 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완성시킨 주역들이다.

'장르만 로맨스'는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얽힌 사람들의 사생활을 유쾌한 톤으로 그려낸 드라마 혹은 코미디 혹은 로맨스 혹은 그 모든 장르 사이에 있는 영화다. '장르만 로맨스'라는 제목처럼 이 영화는 '애매한' 장르 안에서 여러 관계들이 빚어내는 상황을 통해 웃음과 공감, 재미를 준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다루며 '캐릭터 맛집'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지난 17일에 개봉한 '장르만 로맨스'는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2주째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26일까지 누적관객수는 43만4379명이다. 천만 영화 '극한직업' 이후 배우 류승룡이 택한 첫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으며, 배우이기도 한 조은지 감독의 첫 상업장편영화 연출 데뷔작이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얻었다. '2박3일'이라는 제목의 단편 영화로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조은지 감독은 방은진, 문소리 등의 뒤를 이어나갈 촉망 받는 '배우 출신' 감독이다.

조은지 감독의 파트너, '장르만 로맨스'의 기획자이자, 제작사 대표인 백경숙 대표는 스크립터로 시작해 영화 '좋지 아니한家'(2006) '내사랑'(2007) '쩨쩨한 로맨스'(2010) '베스트셀러'(2010) '연가시'(2012) '방황하는 칼날'(2013) '비스트'(2019) 등 유명 작품들의 프로듀서로 활약해왔다. '방황하는 칼날'과 '비스트'를 연출한 이정호 감독의 아내이자 영화적 동지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동료로서 서로를 알아왔던 백 대표와 조 감독은 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통해 제작자와 감독으로 만났다. 두 사람에게 '장르만 로맨스'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프로듀서로 여러 편의 한국 영화들을 담당해왔던 백경숙 대표에게 이 영화는 이정호 감독과 함께 설립한 첫번째 영화 제작사(비리프)에서 선보이게 된 첫 작품이다. 아직 감독 보다는 배우라는 옷이 더 편안하다는 조은지 감독에게도 이 영화는 처음 연출하게 된 장편 상업 영화다. 첫 아이와도 같은 영화를 선보이는 두 사람의 눈에서는 설렘과 우려가 동시에 묻어났다. 이제는 언니와 동생처럼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하게 된 이들이 풀어놓는 '장르만 로맨스'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은 영화 만큼이나 의외의 요소들이 가득해 흥미로웠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 백경숙 대표(왼쪽)와 조은지 감독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옷은 정말 일부러 블랙 앤 화이트로 맞춰 입은 건가.

▶(조은지) 어젯밤에 전화 통화에서 무슨 색깔 입을까 얘기했었다.

▶(백경숙) 우리 감독님이 인터뷰할 때 사진 잘 넣으라고 이 옷을 사줬다. 어제 통화하면서 '나 감독님이 사준 옷 입고 갈 거야' 그랬더니 '그럼 난 흰 색' 하면서 블랙 앤 화이트로 맞춰 입고 왔다.

▶(조은지) 바둑이 되자고 했다.(웃음) 원래 내 취향대로는 되게 밝은 색이었는데 대표님이 좀 세 보이고 싶다고 그래서 매장에서 옷 고르며 한참 고민했다. 그래 그래도 원하시는 걸 해야지 하면서 샀다.

-영화 선보이게 된 소감이 어떤지 말해달라.

▶(조은지) 일단 굉장히 설레고 기대도 되는 만큼 또 두렵기도 하고 또 긴장도 되고 여러 가지 어떤 감정이 오간다. 좀 많은 분들이 저희 영화를 봐주시고 좀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굉장히 크다.

-조은지 감독은 간담회 후에 많이 울었다고 들었다.

▶(조은지) 그때 좀 긴장을 많이 해서 좀 긴장이 풀리면서 좀 그랬던 것 같다. 대표님 앞에서 눈물을 훔치고 대표님이 눈물을 닦아주고 올라가는 길에도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오열은 아닌데 계속 이제 긴장이 확 풀리면서 뭔가 마음이 좀 놓였던 것 같다.

▶(백경숙) (조은지 감독 바라보며) 그러고 나서 다음날 또 긴장한다.(웃음) 긴장하고 또 풀리고 또 긴장하고 그런 걸 반복한다.

▶(조은지) 대표님께 매일 전화를 드린다. '어떻게 해야 하죠?' 이러면서.

-백경숙 대표는 프로듀서로서 수많은 영화를 개봉시켰고, 조은지는 배우로서 여러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러나 '장르만 로맨스'는 제작사 대표와 (상업 영화)감독으로서 각자에게 '첫 영화'다. 개봉하며 느끼는 소회들이 많이 다른가.

▶(조은지) 나는 많이 다른 것 같다. 같은 부분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아무래도 이 작품이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고, 많은 분들이 같이 공감을 해 주셨으면 하는 부분에서 굉장히 긴장도 많이 되고 좀 많이 다르다.

▶(백경숙) 개봉하는 순간 몸에서 뭔가 이렇게 큰 게 확 빠져나오나 보다. (개봉 후)항상 짧게는 한 달 길게는 3개월 정도 우울과 바닥과 혼란기를 거치게 된다. 아무것도 못하고 그때는 시나리오도 못 보고 아무 것도 못 한다. 그냥 계속 이렇게 애매하고 멍한 상태로 지나는 시간이 항상 있다. 그러다가 끝날 때쯤 되면 또 새로운 것에 눈을 반짝이고 있고, 새로운 걸 발견하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듯이 저번 애(영화)를 잊는다. 그리고 새로운 사랑에 꽂히는 거다.

▶(조은지) (백경숙 대표 바라보며) 그래도 미련을 좀 더 준다, '장르만 로맨스'는.

▶(백경숙) 당신을 평생 제 기억 속에 남겨드리겠다.(웃음)
영화 '장르만 로맨스' 조은지 감독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영화 '장르만 로맨스' 백경숙 대표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장편 상업영화) 첫 작품이라 특별한가.

▶(조은지) 아마 같은 마음일 거다. 그러니까 대표님도 나도 그렇다. 대표님이 먼저 이제 이 시나리오를 기획하시고 그리고 나를 선택해 주시고 저한테 이 작품을 맡겨주셨다. 처음에는 딱 둘이었거든. 그때의 기억을 좀 회상해 보면 지금 마음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백경숙) 맞다. 시작에도 둘만 있었고 끝날 때도 둘만 있다. 딱 그렇게 돼 있다. 우리가 배신을 당한 건 아니고(웃음), 스태프들의 일이 다 끝나서 우리 둘이 남게 된 거다.

-어떻게 보면 개봉을 하고 외로울 수 있는 상황인데,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많이 되겠다.

▶(조은지) 나는 굉장히 의지를 하고 있다. 나는 아무래도 너무 처음이고 그리고 나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계신다. 또 내가 마음을 자꾸 표현한다. 내가 어떤 감정인지에 대해서. 그래서 너무 잘 알고 계실 거다. 왠지 하루에 한 두 번은 통화를 해야지 마음에 안심이 된다.

▶(백경숙) 전화가 딱 오면 '네 여보세요' 하고 봤더니 어느 날은 '나 꿈꿨어' 이렇게 시작을 하고 어느 날은 '어떡할까?' 이렇게 시작하고. 그러다 언젠가는 전화가 안 오는 거다. 오후 4시가 넘었는데 그때는 이제 내가 불안해지는 거지. 그래서 내가 전화를 했다. '왜 오늘은 안 해?'

▶(조은지) 불안해 하셨다고 한다.(웃음)

▶(백경숙) 나 역시 감독님이 있어 의지가 된다. 조은지 감독님은 스스로 계속 땅굴을 파는 스타일이다. 무슨 문제가 있으면 옆에다 '이제 이런 문제가 있어'라고 말을 해서 푸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이 아니고 이 문제가 왜 생겼는지 계속 땅꿀을 판다. 무슨 문제든 간에 늘 답은 '나 때문이야'로 끝난다.(웃음)

-영화를 만들면서 의견 충돌 같은 것도 있었나.

▶(조은지) 충돌이 없을 수는 없는 것 같다. 당연히 그 대표님 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들과도 충돌은 당연히 있다. 그런데 그것은 서로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 안에서도 서로 인정할 부분들은 인정을 했다. 물론 대표님이 많이 인정해주셨다. 죄송하다.(웃음) 돌이켜보면 물론 작품을 위해서 하셨던 행동들과 이제 그런 마음가짐이셨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대표님이 나를 굉장히 응원해 주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되게 많이 들었다.

▶(백경숙) 촬영하면서 안 싸울 수는 없는 것 같다. 당연히 부딪힐 수밖에 없고 오히려 안 싸우고 가면 더 안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나는 생각한다. 대립하거나 싸우거나 하는 것들이 감독님 말씀하신 대로 작품에 관련된 거다. 사람을 미워하거나 저 사람에 대해서 막 거부를 했으면 지금 이러고 웃으면서 함께하지 못 한다. 그러나 온전히 일에 관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괜찮다.

-'장르만 로맨스'는 백경숙 대표가 기획한 작품이라 들었다. 조은지 감독을 연출자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백경숙)우리 둘 사이에 중간에 지인이 겹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사석에서도 자주 보고 그랬었다. 내가 이 시나리오를 2016년도에 시나리오 마켓에서 픽업을 했는데 그러고 나서 1년 반 2년 동안 감독을 못 찾았었다. 그러다 조은지 감독의 단편 연출 데뷔작 '2박3일'을 봤는데 내가 원하는 게 거기에 있었다. 그 애매한 선, 그런데 그 애매함이 나쁘지 않은, 그러니까 나는 규정 지어지는 감정이 되게 싫었었다. '이 장면은 슬픈 거야' '기쁜 거야' '얘는 나쁜 애야' '좋은 애야' 이렇게 안 하고 싶었는데 그게 거기 있는 거다. 그리고 시작 때부터 끝날 때까지 하나로 밀고 나가는 힘이 있더라. 감독님이 '나 하겠다' 이런 얘길 안하고 거꾸로 물어보더라. '날 뭘 믿고?' 이러면서 내게 제안한 게 '제가 각색을 한번 해볼게요, 한번 해보고 제 결이랑 맞다고 느끼면 그때 나를 선택해도 늦지 않을 거예요'라고 거꾸로 제안을 줬었다. 그리고 사라지더라. 이상했다. 보통 계약을 하고 각색을 하는데 왜 계약도 안 하고 먼저 그냥 각색을 하느냐.(웃음)

▶(조은지) 그렇게 해야하는 줄 몰랐다.(웃음)

▶(백경숙) 몰랐구나.

▶(조은지) 나는 확실하게 저 자신한테 뭔가 확인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게 꼭 대표님의 어떤 각색을 도움이 되기보다는 제 자신한테 좀 확신이 필요했던 것 같다.

<【N:딥풀이】②에 계속>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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