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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결별 통보에 스토킹 시작…결국 잔혹한 선택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2021-11-27 07:04 송고
 
 

"고인이 된 피해자와 유가족분들께 씻을 수 없는 죽을 죄를 지었고 아울러 노부모와 동생들에게도 실망을 줘 깊이 반성하고 있다.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없도록 죄값을 받겠다"
일용직 노동을 하며 생활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던 김모씨(당시 40대)는 2018년 20대 여성 A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씨가 A씨를 처음 본 건 2015년5월쯤이다. 당시 한국인과 결혼해 베트남에서 귀화한 A씨를 알게 돼 약 2년 동안 교제했다. 주로 김씨가 A씨가 일하던 식당을 오가며 만났다.

김씨와 A씨 사이 금이 가기 시작한 건 2017년 9~10월쯤 A씨가 제3의 남성과 교제하고 있다고 김씨가 의심하기 시작한 때부터다. 이 문제로 김씨는 A씨와 다투다 2017년 10월24일쯤 A씨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게 된다.

일용직 노동을 하면서도 상당한 교제비용을 쓰며 진심을 다했다고 생각한 김씨는 A씨의 결별 통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심지어 김씨는 A씨가 외지생활과 외로운 결혼생활로 본인을 이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김씨는 A씨를 스토킹하기 시작했다. 2017년 11~12월쯤 두차례에 걸쳐 A씨가 일하는 식당에 찾아가 대화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고, 2017년 12월25일 크리스마스에는 A씨의 가족과 대화하고 싶다며 A씨 자택에 침입했다가 신고를 당하기도 했다.

'보복하겠다'는 감정은 이때 처음 생겼다. 3일 뒤인 2017년 12월28일 범행에 사용할 흉기 등 범행도구를 구입했고, 2018년 1월2일에는 범행 후 극단적 선택에 사용할 물품을 구매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까지만 해도 스스로 '분노조절이 어렵다'고 생각해 한동안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당장 범행에 나서지는 않았다.

5개월이 지난 2018년 5월23일. 김씨는 이때까지도 A씨에 대한 반감과 집착을 버리지 못했고,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파탄에 빠진 게 A씨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범행에 나서게 된다.

이번에는 '거짓 사랑을 한 A씨로 인해 배신감과 깊은 상처를 받았고, 용서할 수 없으니 함께 세상을 뜨겠다'는 유서도 남겼다.

앞서 구입한 범행 도구들을 챙긴 후 A씨 자택 앞에서 기다리던 김씨는 계단에서 기다리다가 외출하는 A씨를 발견해 대화를 나누자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흉기를 보고 놀라 도망갔으나 계단에 넘어졌고, 김씨는 반항하는 A씨를 수차례 찔렀다. A씨는 그 자리에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는 "계획적 범행은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살인죄는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인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범죄로, 어떤 방법으로도 피해 회복이 불가능한 중대한 범죄"라며 "범행은 계획적으로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범행 과정에서 김씨가 보여준 범행의 수단과 방법이 잔혹하다"고 했다.

이어 "두 자녀의 어머니가 범행으로 사망했고, 유족은 평생 치유할 수 없는 고통을 안은 채 살아가게 됐다"라며 "김씨가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의 정신적인 문제가 사건 범행에 일부 영향을 미쳤고, 김씨가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으며 중한 범죄전력이 없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d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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