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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금리' 끝…집값·은행이자·산업계까지 '전방위 영향'(종합2보)

금통위, 기준금리 0.75→0.10% 인상…0%대 탈피
국채·주식 위험 선반영…은행이자·집값 '이제부터'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21-11-25 18:14 송고
2021.11.25/뉴스1
2021.11.25/뉴스1

역사상 유례가 없던 '제로(0) 금리' 시대가 25일 끝났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고자 기준금리를 0%대로 내린 지난해 초반 이후 1년8개월 만의 일이다.

기준금리가 8월 한 차례 오른지 3개월 만에 다시 오르면서, 집값과 대출이자, 산업계까지 전방위로 영향이 미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의 인상 시그널이 오래 이어졌던 터라 악영향은 제한된 모습이며, 은행은 오히려 예·적금 이자를 빠르게 올리고 있다.

진짜 문제는 내년이다. 시장에선 이듬해 기준금리가 여러 차례 더 오를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러면 가계 이자 부담이 더욱 불어나는 등 부작용 체감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11월 정례회의를 열고 종전 연 0.75%였던 기준금리를 1.0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기준금리 제도가 도입된 2008년 3월 이래 제로 금리가 실현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지난해 3월,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떨어뜨리며 '빅컷'(0.50%p 인하)을 단행했다. 기준금리 제도 사상 첫 0%대 금리였다.

이후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 0.25%p 추가 인하돼 역대 최저인 0.50%까지 떨어졌다. 그로부터 역대 가장 낮은 금리가 유지되다가, 올해 8월에 이르러 0.75%로 0.25%p 전격 인상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1.11.25/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1.11.25/뉴스1

현 기준금리 1.0%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기준금리였던 1.25%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0%대 초저금리 시대에 종말을 직접적으로 고했다는 의미가 있다.

금융권은 기준금리가 이제 오를 일만 남았다고 보고 있다. 내년 말까지 1.25%에서, 높게는 1.75~2.00%까지도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시장이 점치고 있는 내년 1분기 인상 가능성과 관련해 "1분기의 경제 상황에 달려있겠지만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성장세도 견조하고 물가 안정도 높고 또 금융 불균형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면서 "그런 걸 감안해서 정상화할 상황이 된다면 원론적으로 생각해 봐도 1분기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다.

내년 1분기 이후로도 기준금리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1분기 한 차례 인상된 뒤, 하반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에 맞춰서 한 차례 더 인상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금통위가 결정하는 기준금리는 우리나라 모든 대출·예금 금리 산정에 주춧돌 같은 역할을 하는 정책금리이다. 금통위는 물가 동향, 국내외 경제 상황, 금융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 8회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있다.

이렇게 결정된 기준금리는 초단기 금리인 콜금리에 즉시 영향을 주며 장단기 시장금리와 예금·대출 금리 변동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론 실물경제 활동에 영향을 주게 된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이 가운데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주목받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가계 대출'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이날 연구 보고서에서 올해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가계대출 금리가 평균 1.03%p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과 연체 금액은 각각 17.5조원, 3.2조원씩 늘어난다. 가계 부담이 급증한다는 분석이다.

한은의 경우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 대출 차주의 이자 부담이 6조원가량 불어난다고 추산했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됐다. 이날 4대 시중은행의 변동금리(신규코픽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연 3.58~5.08%로 한국은행이 올해 처음 기준금리를 올린 8월 말 2.62~4.19%보다 상단 기준 0.89%p 올랐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금리는 3.02~4.17%에서 3.40~4.63%로 상단 기준 0.46%p 올랐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 금리에 미리 반영된 영향이다.

은행권에선 신용대출 금리 상단이 5%를 가뿐히 넘을 것이라 보고 있다. 고정금리는 물론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도 6%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국고채 금리는 이날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는데, 이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국채 금리에 선반영된 여파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이주열 총재는 "금리인상을 선반영하는 과정에서 (인상 영향을) 더 반영했던 참가자들이 채권을 매수해서 투자 포지션을 조정하는 영향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오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일 대비 3.8bp(1bp=0.01%) 하락한 연 1.975%에 거래됐다. 2년물과 5년물도 각각 4.2bp, 2.7bp 떨어져 1.773%, 2.21%를 나타냈다.

2021.11.22/뉴스1
2021.11.22/뉴스1

반면 은행권 예·적금 금리는 신속히 인상됐다. 이미 4대 시중은행인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예적금 상품 금리를 0.20~0.40%p 올리거나 곧 올릴 예정이다.

은행권이 예대 마진이 커지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해 이례적으로 빠른 수신금리 반영에 나선 것이다. 통상 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3~4 영업일 뒤 수신금리를 조정해 왔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수 심리를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매수세가 둔화하며, 상승 폭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5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 변동률은 0.21%를 기록했다. 1주 전보다 0.02%p 줄었다. 역대급 상승세를 보인 8월 말(0.4%)의 절반 수준이다.

시장은 7개월여 만에 '매수자 우위'로 돌아섰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5일 99.6을 기록해 4월5일(96.1) 이후 기준치(100) 이하로 처음 떨어졌다. 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매도자가 많으며, 200에 가까울수록 매수자가 많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금리 인상에 따른 보합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지만, '폭락' 만큼은 기우라면서, 오히려 전월세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입주 물량이 적어 조세 전가처럼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 역시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며 "(금리 인상이) 매매시장 안정화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전월세 시장은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식 시장에서는 국채처럼 금리 인상이 가격에 선반영된 탓에 부정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 총재의 간담회 발언이 예상보다 매파(긴축 친화)적이지 않아 큰 영향까지는 없으리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매크로팀장은 "이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지만 예상보다 매파적인 발언은 아니었던 것으로 평가한다"며 "금리의 추가 인상이 예상되나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중소·벤처기업,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대출에 의존해 온 일부 취약 주체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정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정책자금 대출 금리의 경우 당분간 올리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모습이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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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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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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