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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연상호 감독이 밝힌 #디스토피아 #세계관 #시즌2 [N인터뷰](종합)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2021-11-25 14:24 송고
연상호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 뉴스1
연상호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 뉴스1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의 연상호 감독이 '지옥'의 흥행의 소감부터 시즌2 가능성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연상호 감독은 25일 '지옥' 공개 기념 화상인터뷰를 통해 '지옥'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6부작 시리즈다.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양익준 등이 출연했다

'지옥'은 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 집계에 따르면 드라마와 예능 등 TV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순위를 정하는 '넷플릭스 오늘 전 세계 톱 10 TV 프로그램(쇼)' 부문에서 24일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9일 공개된 '지옥'은 공개 하루 만인 20일 1위에 오른 바 있다. 다음날인 21일 '아케인'에 밀려나 2위에 올랐지만, 22일 1위를 탈환한 후 그 자리를 사흘째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 '지옥' 포스터 © 뉴스1
넷플릭스 '지옥' 포스터 © 뉴스1
-하루 만에 전세계 1위를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는데.

▶일단 당황스러웠고 어리둥절했다. 공개되고 하루 만에 1위를 했다고 하니 어리둥절한 기분이었다. 또 연락을 되게 많이 받았다.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셔서 감사했다.

-전작들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디스토피아 사회를 그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저는 대학시절에 미술을 전공했는데, 미술은 자신의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어떤식으로 그려낼까가 중요하다. 자기가 보고 있는 것을 어떻게 묘사하느냐가 중요한 작업이다. 제가 영화와 시리즈라는 매체로 전환을 했을 때도 미술 작업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일어나는 현상에서 어떤 지점에 포커싱해서 그려내는가가 작업을 하는데에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고 생각한다. 종교적인 것에 중점을 둔 것은 종교와 인간의 관계가 인간의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지옥'이라는 제목은 어떻게 짓게 됐나.

▶'지옥'이라는 제목은 그냥 단순하게 '지옥'이라고 정했던 것 같다. 큰 의미를 담지는 않았는데 제목을 짓고 나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중에 크게 생각들었던 것이 지옥이라는 단어가 처음에 어떻게 생겨났을까라는 상상이었다. 이전의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실체가 없는 것에 지옥이라는 단어를 붙이게 됐는지를 생각해보게 됐다. 그런 상상들이 '지옥'이라는 작품을 할 때 큰 모티브가 됐다.

-원작과 극본을 함께 쓴 최규석 작가와 어떻게 역할 분담을 했나.

▶사실은 최규석 작가와 저는 대학 때부터 친한 친구였다. 역할 분담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친한 친구였기 때문에 역할 분담을 따로 하지 않았다. 포괄적으로 같이 구상하고 이미지도 포괄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분담이라고 하기에는 둘이 같이 붙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지옥'의 세계는 어떻게 만들었나.

▶'지옥'이라는 작품을 할 때는 고지와 시연이라는 상황만 가지고 최규석 작가와 제가 마치 게임 속 메타버스에서 이런 현상이 있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지켜보는 과정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일종의 최규석이라는 크리에이터와 제가 관찰할 수 있는 가상세계라고 생각했다.

-전반부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부분에서 진입장벽이 크다는 평도 있는데.

▶애초에 넷플릭스와 '지옥'이라는 작품을 구상할 때는 이 작품이 아주 보편적인 대중들을 만족시킬 거라는 생각보다는 이런 장르물을 딥하게 보시는 분들이 좋아할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런데 생각외로 많은 분들이 작품을 봐주시고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시는 게 신기했다. 시리즈라는 형식를 통해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 세계에 빠져드는 데에 시간은 일정 부분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신록 / 넷플릭스 지옥 제공 © 뉴스1
김신록 / 넷플릭스 지옥 제공 © 뉴스1
-죽음을 고지 받는다는 것이 신선한 설정이었는데.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죽음이라는 종착지가 분명하게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부산행'의 경우 부산이라는 종착지가 이런 인간의 인생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종착지가 예상치 못하게 고지됐을 때 인간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상상에서 '지옥'은 출발했다. 비슷해보이지만 다른 식의 미묘한 설정의 차이로 평범한 삶과 극적인 삶의 차이가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미묘하지만 독특한 설정이 색다른 이야기를 만드는 데에 주요한 포인트였던 것 같다.

-배우들과의 협업은 어땠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참여해주셨던 모든 배우들이 맡은 역할에 현실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어주시려고 했다는 거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제일 좋았던 건 감독과 배우라는 게 아니라 이 세계를 만들기 위해 여러 재능을 가진 이들이 다 같이 모여 구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박정자 역의 김신록에 대한 호평도 이어지는데.

▶김신록 배우는 '방법'이라는 드라마에서 처음 뵀다.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었는데 ('방법'을 연출한) 김용완 감독이 김신록 배우를 추천했다. 연극을 오래하셨다더라.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서 스티븐 연의 부잣집 친구 역으로 살짝 나온 적이 있는데 그때는 인상적인 배우인가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하지만 김신록 배우가 연극에서 보여주는 연기가 엄청나기 때문에 백소진('방법' 속 정지소 분)의 엄마 역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방법'의 완성된 버전에서 처음 뵀는데 백소진의 엄마가 이렇게 중요한 역할일까라고 생각하면서 몰입하면서 봤고 김신록 배우를 유심히 봤던 것 같다. 그래서 박정자 역에서도 김신록 배우가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캐스팅하게 됐다.
넷플릭스 '지옥' 스틸컷 © 뉴스1
넷플릭스 '지옥' 스틸컷 © 뉴스1
-결말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데, 시즌2 구상을 하고 있나.

▶'지옥'이라는 작품을 구상할 때부터 최규석 작가와 이 ('지옥' 속) 상황을 두고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하나의 스토리만 구상하기 보다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그 중에서 하나의 스토리로 묶일 수 있는 것들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시즌2라고 말하기 보다는 이 이후에 일어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여름부터 이야기를 만들고 있었고 만화로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이 이후의 이야기를 만화로서 선보여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후속 이야기의 영상화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를 해봐야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종교를 가지고 있나.

▶얼마나 종교에 충실한가라는 의미로 따지자면 특정 종교가 있다고 얘기하기 힘들수도 잇다. 종교라고 하는 것이 사실은 믿음보다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저도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기는 하다.

-'살인인가 천벌인가' 카피는 어떻게 생각했나.

▶'살인인가 천벌인가'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 보다는 이것이 구분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는가가 작품이 던지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감독 자신이 생각하는 인간다움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

▶사람한테는 사람의 행동을 만들어내는 요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환경일수도 있고 이데올로기일 수도 있는데, '지옥'이라는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건 어려움에 처한 인간이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었다. 이런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단순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원초적인 인간다움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이거나 구상적인 작업이 있나.

▶넷플릭스와 함께 영화를 촬영 중이다. 강수연 배우님하고 '지옥'에서 함께 했던 김현주 배우, 류경수 배우까지 해서 '정이'라고 하는 SF 영화를 만들고 있다. 이전에 했던 작업과는 결이 다르다. 어떻게 보면 단편소설 같은 짤막한 이야기라고 생각을 하고 SF 단편소설을 쓰는 느낌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SF로서 리스크 같은 것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넷플릭스에서는 오히려 단편소설과 같은 SF를 만드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는 피드백을 줘서 같이 작업하고 있다.


tae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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