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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스페이스X처럼" 재사용 발사체 첫 걸음…'엔진 재점화' 기술 확보됐다

다중궤도·정지궤도·재사용 발사체의 원천 기술
"누리호 개발 인프라로 설계·제작 후 단기간에 성능 시험"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2021-11-25 07:15 송고


우주 발사체의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엔진 재점화' 기술이 확보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단연소사이클 방식의 엔진 재점화 실험에 성공한 장면을 공개했다.

엔진 재점화 기술은 말 그대로 한 번 점화된 엔진을 멈췄다가 다시 점화시켜 추력을 자유자재로 확보하는 기술로, '재사용 발사체'를 향해 가는 원천 기술로 여겨진다.
미국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을 통해 '저렴한 발사'로 경쟁력을 확보, 민간 우주 발사 시장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현재 스페이스X는 발사체의 1단을 최대 10회 재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엔진 시험은 9톤급 개발 시제 모델로 이뤄졌으며 320초간 연소되고 종료된 엔진이 370초 후에 재점화에 성공했다.

한영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엔진 개발부장은 "단순히 불을 다시 붙인다는 것이 아니고 재점화를 위해서 냉각, 제어 등 고려해서 준비해야할 게 많다"고 설명했다.
항우연 측에 따르면 지난달 누리호 발사 전에 최초로 재점화에 성공했고, 두 번째 시험에서도 안정적으로 재점화에 성공했다. 향후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등 안정성 확보를 위한 시험에 나설 예정이다.

한부장은 "후속발사체가 어떤 엔진이 명확하게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현재는 기술 검증을 하며 실현하는 초기 개발 단계다"라며 "향후 (후속 발사체 계획)이 확정되면, 실제 비행을 위한 엔진을 만들고 거기에 맞게 기술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재사용 발사체의 길을 여는 '재점화 기술'…경제성 확보

스페이스X의 경우, 1단이 초기연소로 기체에 추진력을 제공하고 난 뒤, 연소종료 및 분리되고 이후 낙하 중 안정적인 속도와 자세로 떨어지기 위해 재점화를 한다. 

재점화 기술은 '재사용 발사체'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 기술로 여겨진다. 다만, 재사용 발사체를 만들려면 재점화 엔진뿐 아니라 복잡한 자세 제어 기술 확보 및 낙하 중 안정성 확보를 위한 각종 부품 및 설계 기술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재점화 기술에서 출발한 재사용 기술이 확보되면, 발사 단가를 낮춰 '경제적'인 발사체 운용이 가능하다. 

단시간 내에 재점화 기술이 활약할 수 있는 영역은 위성 분야다. 재점화 기술이 적용 안 된 누리호의 경우에는 정해진 궤도 하나에만 인공위성을 올려놓을 수 있다. 하지만, 재점화 기술이 적용되면 궤도 진입과 재점화를 반복하며 여러 궤도에 위성을 올려놓을 수 있게 된다.

다중 궤도에 위성을 올려놓을 수 있으면, 한 번의 발사로 올릴 수 있는 위성의 종류가 늘어나 경제성이 확보된다.

또 재점화 기술을 확보하면 정지궤도에 위성을 효율적으로 올릴 수 있다. 정지궤도는 고도 3만6000㎞에 있다. 현재 누리호가 시험 중인 고도 700㎞ 궤도의 수십배 높이기 때문에, 한 번의 점화로 계속 추력을 받아 도달하기보다는 중간에는 엔진의 출력을 끄고 관성으로 비행하는 '관성비행'을 활용하면 연료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누리호와는 다른 차세대 다단연소사이클 방식 엔진

누리호는 가스발생기 사이클 방식이 쓰였지만, 이번 개발에는 다단연소사이클 방식의 엔진이 쓰였다.

한영민 발사체엔진 개발부장은 "발사체 엔진을 1,2,3,4세대로 나눠보면 (누리호에 들어간) 75톤급 엔진은 2세대 정도 되고, 이번 다단연소사이클 엔진은 4세대라고 부를 수 있다"며 "다단연소사이클은 버리는 추진제도 없고, 연소압력도 (가스발생기에 비해) 크게 높일 수 있어 성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스발생기 사이클(개방형 사이클) 방식은 연료의 일부를 부연소실(가스발생기)에서 연소 시켜 터보펌프를 가동한다. 터보펌프는 연료와 산화제를 주연소실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터보펌프를 가동하고 발생한 연소 가스는 외부로 배출된다.

반면 다단연소사이클 엔진은 예연소기에서 연소시켜 터보 펌프를 구동시키지만, 발생 가스가 주연소실로 보내져 추가로 연소된다.

가스발생기 사이클은 터보펌프 작동 후 버리는 가스 때문에 상대적으로 효율이 떨어지지만, 개발 비용이 조금 더 낮다는 장점이 있다.

다단연소사이클은 복잡하지만, 연료 효율이 좋고, 부품 내의 그을음 등이 적어 회수 후 재사용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지난 15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국내 연구진들에 의해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개발 현장을 공개했다.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 중인 누리호는 1.5톤급의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투입할 수 있는 3단형 우주발사체로, 내년 2월과 10월 두 차례 발사 예정이다. 사진은 누리호 75톤급 엔진 연소시험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020.1.19/뉴스1

◇빠른 선행 연구 가능한 배경은?…'누리호 인프라'덕분

누리호가 발사하기도 전에 얻은 성과로 꼽히는 것 중 하나는 '시험 인프라' 확보다. 각종 시험 인프라가 확보돼 향후 연구·개발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 엔진 개발은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확보된, 엔진 시험 설비가 이용됐다.

한영민 부장은 "이번 시험 설비는 누리호 개발에 쓰인 7톤 엔진 시험한 설비를 활용했다"며 "과거에 외국 설비를 쓸 때는 기간이 오래 걸리고, 시험 비용을 많이 달라고 했다. 그때 서러움이 있었다. 지금은 선행 연구를 할 수 있는 이유가, 시험 설비 인프라가 깔려서 설계해서 제작만 하면 시험을 할 환경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체 설비를 활용해) 개발 기간이 짧아지면 인건비 등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며 "누리호를 개발하면서 구축한 인프라가 차기 엔진이나 발사체 개발하는데 상당히 도움을 주고 있다. 누리호 발사와 함께 차기 엔진 개발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도 시험 설비 덕이다. 시험 설비가 없었으면, 설계만 하고 검증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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