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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입' 꾹 닫은 금통위…총재 '입'만 보는 시장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2021-11-24 07:01 송고 | 2021-11-24 09:40 최종수정
지난 10월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한국은행 제공) 2021.10.12/뉴스1

25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거란 금융권 전망에는 거의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금통위가 줄곧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강하게 던져온 결과다. 금통위 의장인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15일 국정감사에서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큰 어려움이 없다"며 인상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금융권의 눈은 이미 내년으로 달려가 있다. 금통위가 한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려서 내년 말까지 1.25%에서 1.50%까지 상승할 거란 전망이다. 채권시장은 더욱 앞서 나가고 있다. 내년까지 기준금리가 1.75%에서 2%까지도 오를 거란 기대감이 상당히 반영됐다고 한다. 금융시장은 경쟁하듯 기준금리 인상 논거를 쏟아내며 달궈지는 양상이다.

반년 전인 지난 5월과는 딴판이다. 금통위는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로 강하게 내세우는 '금융불균형'을 5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에서 처음으로 명시했지만 금융시장 반응은 심드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에 더 방점이 찍힌 탓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연내 금리 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상황의 전개에 달려있다"는 발언 역시 금리인상 시사라기보다는 특유의 화법 정도로만 해석됐다.

그러다 이 총재가 6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금년 내 적절한 시점부터 통화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하겠다고 하는 방향을 분명히 밝힌바 있다"고 발언하면서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시장이 순식간에 떠들썩해지더니 지난 8월에는 실제로 기준금리가 0.25%p 오른 0.75%로 인상됐다.

시장의 관심이 이 총재의 '입'에 온통 쏠려 있는 이유다. 시장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금통위가 약한 금리인상 시그널을 내보낸 지난 5월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금리가 전격적으로 오르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금융시장은 통방문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이 총재의 복심(腹心)을 알아채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학습해버린 듯 하다.

물론 이 총재가 금통위 결정을 홀로 내리는 것은 아니다. 금통위는 의장을 맡고 있는 이 총재를 포함해 임지원·조윤제·서영경·주상영·이승헌·박기영 위원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지, 내릴지, 그대로 유지할지를 두고 한표씩 던져서 다수결로 결정되는 구조다. 위원 한 명당 금통위의 지분 7분의 1을 갖고 있는 셈이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위원들의 성향을 두고 기준금리 인상 옹호론자인 '매파'와 그 반대인 '비둘기파'라는 용어까지 붙여가며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다. 그러나 강한 수위의 매파적 발언을 매번 쏟아내는 이 총재와 달리 다른 금통위원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듣기 힘들다.

이 총재를 제외하면 올해를 통틀어 한은 홈페이지에 공개된 금통위원 발언은 고작 4건에 불과했다. 서영경 위원의 서울 IB포럼 발표자료(3월), 은행연합회 발표자료(4월), 대한상공회의소 발표자료(9월)와 고승범 전 위원의 여신금융협회 특강자료(5월)가 그것이다. 코로나 시국이긴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사상 유례가 없는 '제로 금리' 시대를 이끌어온 금통위가 대중은 물론 시장과의 소통을 게을리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과 대조를 이룬다. ECB가 지난해 2월 발표한 '커뮤니케이션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ECB는 대중과의 소통을 꾸준히 늘려왔다. 2000~2006년 연평균 약 90회 수준이었던 ECB 이사들의 연설은 2014~2018년 연평균 약 120회로 증가했다. ECB는 이 보고서에서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은 대중과 시장이 중앙은행의 행동을 이해하도록 돕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고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ECB는 "통화정책은 지난 20년 동안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통화정책은 전보다 훨씬 더 과학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아직도 과학과는 거리가 멀다"고 고백했다.

이 총재의 '복심'까지 챙겨가며 향후 기준금리를 점치듯 알아맞히는 국내 금융시장과는 비교하기가 무색할 정도다. 다수의 금통위원들이 소통 전략을 세우기는커녕 입을 꾹 닫은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신뢰성 제고는 점점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로 멀어지고 있다. 

금통위는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을 선진적인 수준으로 이끌어 가고 있나. 아니, 적어도 그런 노력은 하고 있나. 그저 무사 안일주의에 빠져 행정적으로 금통위 업무에 임하는 건 아닌지 뒤돌아봐야 한다.


se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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