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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김창룡은 부끄럽지도 않나?

'층간소음·데이트폭력' 경찰 부실 대응…근본적 해결없을까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2021-11-22 16:01 송고 | 2021-11-22 16:39 최종수정
층간소음으로 흉기를 휘둘러 일가족 3명을 다치게 한 A씨(40대)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2021.11.17/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층간소음으로 흉기를 휘둘러 일가족 3명을 다치게 한 A씨(40대)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2021.11.17/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경찰이 되는 순간 사명감은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덕목이고, 경찰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일을 하는 조직이다"

현직 경찰관으로 추정되는 한 회원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이렇게 썼다. 경찰이라면 수긍할 수밖에 없는 내용일 것이다. 그러나 이 당연한 것이 지켜지지 않다가 경찰의 근본을 의심하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인천 층간소음 갈등 살인미수 사건'에 대한 부실대응은 경찰이 '국민의 안전'을 뒷전으로 미룬 불명예 사례로 기록됐다.

사건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흉기 든 피의자가 피해자를 공격하는 것을 보고도 현장에서 이탈했다. 다른 경찰관은 피해자 가족의 도움 요청을 뚜렷하게 인지하고도 즉각 범행 현장으로 향하지 않았다.

피해 가족이 "경찰이 사건을 키웠다"고 적어 올린 국민 청원 글은 하루만에 청와대 답변 요건인 20만건을 넘겼다. 국민이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준다.
문제는 경찰의 부실대응 논란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학대 의심 정황과 관련 신고가 있었는데도 안일한 대응으로 입양아가 숨지게 된 '정인이 사건'이 그랬다. 데이트폭력으로 신변보호 받던 여성이 스마트워치 비상 버튼을 두 번 눌렀으나 경찰이 엉뚱한 곳에 출동해 인명 피해자가 된 사건도 그러하다. 마지막 순간까지 경찰을 기다렸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

경찰은 부실대응 도마에 오를 때마다 재발방지책을 내놨고 관련자를 징계하는 처방을 내렸다. 경찰청장이나 시도경찰청장은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유감 표명과 함께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22일 인천 층간소음 난동 사건 및 서울 신변보호 대상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대상자에게 책임을 묻는 동시에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공허할 뿐이다. 한두번 들어본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이 아니다. 매번 똑같은 사과를 반복하는 김 청장은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 

상당수 시민들은 이미 김 청장의 사과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재발방지-관련자 징계-지휘부의 사과'는 그동안 숱하게 반복됐기 때문이다. 말뿐인 대책이라는 시민의 냉소는 사실 경찰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특히 '경찰권 확대'로 요약되는 검경 수사권조정이 올해 본격 시행됐으나 시민들은 경찰의 수사권을 확대해도 되는지도 다시 묻고 있다.

전문가들은 '땜질 처방'이 아닌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것이 '실전 교육'과 '경찰 임용제도 손질'이다. 사건 발생 후 급하게 내놓은 대책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한다.

일례로 피가 사방으로 튀는 살해 현장을 가상으로라도 경찰 교육 당시 경험하게 해야 현장에서 당황하지 않고 대응한다고 강조한다. 또 과잉진압이라며 무작정 비판하지 않고, 가이드라인에 따라 경찰이 적법하게 '무기'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인다.

또한 이번 기회에 경찰 임용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발 당시 성적순이 아닌 사명감과 책임감, 강력범죄 등 사건 현장 대응 역량을 우선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 내부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경찰이 임용 당시 마음가짐을 잊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교육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경찰은 국민 안전을 지키는 조직'이라는 초심만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극이 많다는 것이다. 국민은 경찰다운 경찰을 경험하고 싶다.


d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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