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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여력 있다'는 정부…의료계 ‘병상 없다·거리두기 강화’ 아우성

수도권 중환자 병상가동률 '풀베드' 기준 육박…서울은 80% 넘어
전문가들 "예상보다 접종효과 빨리 떨어져…부스터샷 확대해야"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2021-11-19 04:10 송고 | 2021-11-19 08:59 최종수정
최근 수도권의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75% 이상을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 15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돌보고 있다.  © News1 김영운 기자
최근 수도권의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75% 이상을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 15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돌보고 있다.  © News1 김영운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 위드코로나로 진입한 후 연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증환자, 사망자 수가 크게 늘면서, 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풀베드'(full bed, 더이상 외부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태)인 80%를 넘나들고 있다. 
특히 고령층 중심의 위중증 환자가 크게 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의료현장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지만, 여전히 방역당국은 의료여력이 있다며 위드코로나를 잠시 중단해야되는 상황인 '비상계획'을 가동할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수도권 중환자실 가동률이 75%에 육박했지만, 아직 4개 병상 중 1개 병상은 비어있으니 여유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는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라고 했다. 수도권 의료현장에서는 아직 비상계획이 발동되지 않았는데도, 중환자 병상이 모자라 환자들이 대기를 해야 하며, 준중환자 병상 마련하라는 행정명령으로 인해 의료인력 소진이 심하다고 아우성이다.

앞서 방역당국은 지난 12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22개소 및 700병상 이상 종합병원 7개소에 준중증 병상 약 454개를 확보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방역당국은 입원환자소개, 시설공사 등에 3~4주 이상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후에는 순차적으로 병상이 확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전공의 A씨는 "원래 환자들이 입원하던 병동들을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병동으로 내놓으라고 명령이 떨어졌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소아 병동 하나를 없애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도 코로나 병상을 만들면 금방 찬다"며 "정부에서 보는 관점과 의료현장에서 보는 관점이 너무나도 다르다"고 덧붙였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B씨도 "준중환자 병동을 만들게 되면 인력배치를 다시 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코로나19 환자가 아닌 다른 환자를 보는 의료진을 배치해야한다"며 "의료인력 지원도 충분하지 않아서, 병원 내 의료진으로 모두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C씨는 "준중환자 병동에는 중환자실과 달리 간병인이 들어올 수 있는데, 준증환자 간병인이 확진 판정을 받아서 준증환자를 모두 다른 병동으로 이송했다"며 "일반병동과 준증환자 병동은 따로 격리가 되어있지 않아서, 코로나가 병원 전체에 퍼질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뉴스1에 "현장에서는 거의 병상이 없는 상태로 느껴진다"며 "준중증환자 병동에서는 기계호흡 등은 할 수 없다. 도움은 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상 확충에는 한계가 분명하고 병상 확충에 따라 코로나가 아닌 일반진료에 제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환자 수를 용인한 상태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뉴스1에 "수도권에 있는 중환자병상은 거의 모두 다 채워졌다고 보면 된다. 병원마다 1~2병상은 비상 상태를 대비하여 여분을 두고 있는 것이다"며 "100%는 절대 찰 수 없고, 80-90% 차면 최대치"라고 강조했다.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코로나19 종합상황실에서 의료진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코로나19 종합상황실에서 의료진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News1 성동훈 기자

◇전문가들 "사회적 거리두기 다시 강화해야…접종효과 급감이 원인"

전문가들은 단계적 일상회복이 지속되는 이상 중환자 수는 의료체계가 감당할 범위를 계속 뛰어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접종효과가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지는 만큼 부스터샷 간격을 줄이고, 경구치료제 도입 전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김우주 교수는 "가장 좋은 방안은 거리두기를 확대해서 신규 확진자, 중환자 및 사망자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며 "부스터샷을 빠르게 접종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는데, 실제로 부스터샷 시행이 시작돼 효과를 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면역감소, 델타변이바이러스, 방역 긴장감 해이, 겨울철의 4대 악조건이 다 벌어지고 있다"며 "최악의 겨울이 오고 있다"고 했다.

김탁 교수도 "접종 효과가 예상보다 빨리 떨어져 요양원,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과 고령층을 중심으로 유행하면서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예상보다 높아진 것이 중증병상 부족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병상을 만드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어서 고위험군에 대한 추가접종이 완료되고 경구치료제가 도입되기 전까지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의 일부 재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 78%… '서킷브레이커' 조건 이미 뛰어넘어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17일 오후 5시 기준 서울의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병상 가동률은 80.8%(345개 중 279개 사용)이다. 앞서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를 중단하는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 기준치로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 75% 이상'을 제시했는데 서울은 이미 훌쩍 넘은 셈이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78.2%로 전날의 76.7%보다 증가했다. 경기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76.4%(263개 중 201개 사용), 인천 72.2%(79개 중 57개)를 기록했다. 

전국적으로도 63.8%의 가동률(1127개 중 719개 사용)로 여유있는 편이 아니다. 중환자 환자 병상 사용이 수도권이 집중돼 있는 양상인데, 전국에 아직 30% 후반대의 여유가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전날 비대면 백브리핑에서 '현장에서는 이미 수도권 중환자 병상이 100% 찼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상계획 발동 기준을 중환자 병상 75%에서 더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질문에 "시차까지 고려해 75%를 선정해 더 낮출 필요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의료여력이 충분하다고 했다.

손 반장은 "비상계획을 발동할 상황이 아니다. 일상회복을 중단하고 종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것으로 문제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며 "위중증 환자는 506명인데, 사용 중인 병상은 719병상(전국 기준)이다. 위중증 기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증 가능성이 있다든지 중환자실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 중환자실에서 함께 보고 있다"고 일축했다.

다만 확진자가 집중 발생하는 지역·시설 특성에 따라 방역조치를 세분화, 강화할 예정이다. 요양병원 면회 제한, 진단검사를 의무화하는 조치를 예로 들었다.

한편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위중증 환자 병상 확보에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 참석 대상은 22개 모든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이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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