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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피해자가 제출한 피의자 휴대폰서 해당 범죄 증거만 사용 가능"

휴대폰서 과거 범죄 사진 발견해 함께 기소…1심 유죄→2심 무죄
법원 "다른 범행 발견했다면 탐색 중단하고 피의자 참관시켰어야"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2021-11-18 14:42 송고 | 2021-11-18 16:42 최종수정
 © News1 임세영 기자
 © News1 임세영 기자

불법촬영 피해자가 범행을 알아채고 피의자의 휴대전화를 뺏어 수사기관에 제출했다면 사건과 관련된 사진 등으로 증거가 제한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8일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의자의 정보 저장매체를 제3자가 임의제출했으나 정보 제출범위에 대한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다면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사실 자체와 구체적·개별적 관계가 있는 정보로 제출의사가 제한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저장매체 정보 탐색·출력시 피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목록을 교부하는 등 피의자 절차보장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전자정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의 2013년 범죄에 무죄를 선고하고 2014년 범죄는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대학 교수인 A씨는 2014년 12월 제자 B씨가 술에 취해 잠든 사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가 발각됐다. B씨는 현장에서 A씨의 휴대전화를 뺏어 경찰에 임의제출했다. 

경찰은 휴대전화에서 B씨에 대한 범행 관련 사진 등을 확보한 후 A씨의 참여의사를 확인하지 않은채 휴대전화의 전자정보를 탐색하다 A씨가 2013년 또 다른 학생을 대상으로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을 확인했고 사진을 출력해 증거로 삼아 B씨의 사건과 함께 기소했다. 

1심은 2013년과 2014년 범행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40시간 성폭력범죄 재범예방 수강을 명했다.

반면 2심은 "2014년 범행 증거 확보를 위한 탐색 과정에서 2013년 범행 증거를 발견했다면 그 즉시 절차를 중단한 후 영장을 발부받고 A씨의 참여권을 보장했어야 한다"며 2013년 범행의 증거능력을 부정해 무죄를 선고하고 2014년 범행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2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저장매체 임의제출에서 제출 범위에 관한 의사가 불명확한 경우 어느 범위까지 관련성을 인정할지 △임의제출된 저장매체 탐색과정에서 피의자의 참여권 보장이 필수적인지 △제출자가 피해자인 경우 취득경위의 위법성을 고려해 제출범위를 제한할지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했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의 쟁점이 '자녀 입시비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사건과 유사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 교수의 상고심 주심 대법관 역시 천대엽 대법관이다. 

정 교수 측이 2019년 동양대 조교 김모씨로부터 강사휴게실 PC를 임의제출 받을 당시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위법수집 증거"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PC 속 전자정보의 실질 소유자인 정 교수 등의 참여권 보장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저장매체의 기록 열람·복사가 이뤄졌다는 취지다. 

다만 정 교수 사건에서는 PC가 정 교수 소유물이 아니었고 제출자가 동양대 물품관리 책임자였던 반면 이 사건에서는 휴대폰이 개인 소유이며 제출자가 피해자였다는 점이 서로 다르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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