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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 민간인 학살을 무용담처럼"…베트남 참전 해병대원의 고백

베트남 참전용사, 증인 출석…"부대원들, 아무 죄의식 없이 이야기"
"중대장 지시로 살해…전쟁 얼마나 참혹한지 경종 울리고 싶어"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2021-11-16 17:42 송고 | 2021-11-16 18:02 최종수정
제주43평화상 특별상을 수상한 베트남 퐁니마을 학살 생존자 응우옌티탄(왼쪽))이 지난 2019년 4월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 청원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4.4/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게 민간인 학살 피해를 입은 마을의 생존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베트남 참전 군인이 증인으로 나와 "부대원들이 민간인들을 학살한 장면을 무용담처럼 이야기를 한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베트남 퐁니마을에서 발생한 학살사건 피해자 응우옌티탄(61·여)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3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변론기일에 류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류씨는 1967년 해병대에 입대해 1967년 10월에 베트남 파병을 갔던 참전 용사다. 그는 1968년 2월 작전 중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그가 말한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은 바로 한국군이 베트남 민간인들을 살인한 장면이다.

류씨 증언에 따르면 그는 부대 전방에서 첨병 역할을 하던 중 베트남인들이 도로를 막고 눈에 핏발을 세우면서 소리를 지르고 삿대질을 하는 상황을 목격했다. 그는 "옆에 보니 거적대기 위에 수많은 시체들이 위에 있었다"며 "그래서 뭔가 큰일이 있었구나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시체가 100구 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70여구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기지에 복귀한 류씨는 자초지정을 부대원들에 물었는데 옆에 소대원들이 무용담처럼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죽인 현장 장면들을 무용담처럼 이야기를 한 거죠. 아무 죄의식도 없고 그냥 무용담처럼 죽어가는 모습도 이야기도 하고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산하 베트남전쟁TF(태스크 포스) 소속 변호사들 및 학생들이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국가배상소송 1차 변론기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2020.10.12/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원고 측 대리인은 "왜 민간인들을 살해하게 된 거냐. 누가 지시한 거냐"고 물었다. 류씨는 "물어보니 중대원들이 어떻게 할까요 했더니, 중대장이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해 살해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류씨는 한국 군이 작전 수행 중 베트콩들이 민간인을 집단 살해하고 사라지는 게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그는 "자살 행위다. 베트콩은 게릴라전을 한다. 노출되는 걸 각오하고 청룡부대 코앞에서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류씨는 최근에야 자신의 부대가 했던 민간인 학살이 일어난 곳이 베트남 퐁니마을이었다는 점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증언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저는 우리 후대들에게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그런 세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를 내가 보고 행동한 것들을 통해 세상에 경종을 울리고 싶습니다. 전쟁을 무슨 놀이로 알고, 전쟁을 부추기는 세력도 있는데, 다 죽여버리고 싶다. 전쟁을 막을 수만 있다면 남은 여생을 바치고 싶습니다."

그는 또 정부와 정치권이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고 사과하고 보상하고 미래를 위해 좋은 파트너가 되도록, 판결 이전에 정부가 그런 정책을 솔선수범해줬으면 좋겠다"며 "우리 기업이 중국 다음으로 베트남에 많이 가있다. 관계 개선이 절실하다. 용단과 결단력을 정치권이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응우옌티탄과 민변베트남TF(태스크포스)에 따르면 1968년 2월12일 한국군 청룡부대 제1대대 제1중대 소속 군인들은 베트남 꽝남성 퐁니 마을에 들어가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 74명을 학살했다.

당시 8세였던 응우옌티탄은 복부에 총격을 입는 부상을 당했고, 가족들 역시 죽거나 다쳤다. 응우옌티탄은 지난 2015년부터 한국에서 이 같은 피해사실을 알리고, 한국 정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해 왔다.

지난 2018년에는 국회 정론관에서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생존자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학살 상황을 증언했고, 지난해에는 피해자 103명이 모여 진상조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청와대에 냈다.

그러나 같은해 9월 국방부는 "사실 확인을 위해서는 베트남정부와 공동조사가 필요한데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놨다. 이에 이들은 최근 유엔(UN)에까지 진상규명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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