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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77시간 더위·배고픔에 울었지만…미혼모는 매일밤 술자리

과자 1봉지, 젤리, 주스 2개 등만 두고 나가…뜯지 못한 2L생수병 그대로
한달여간 거의 매일 놀러 나가 아이 방치…확인된 방임 횟수만 26차례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2021-11-15 06:00 송고 | 2021-11-15 16:25 최종수정
미혼모 A씨/뉴스1 © News1

"나흘간 평균 최고기온 33.7도를 웃도는 폭염…. 홀로 집안에 있던 생후 38개월 아이는 에어컨을 켜지도, 2L짜리 생수병을 열 수도 없었다. 간단한 단어 정도밖에 구사할 수 없던 어린 아이는 집밖을 나가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더위와 배고픔에 지친 아이는 그저 울부짖으며 어머니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 7월21~24일 인천 남동구 한 빌라 주거지에서 미혼모 A씨(32)의 방치로 홀로 77시간을 견뎌야 했던 생후 38개월 B양은 극심한 고통과 외로움에 몸부림치다 끝내 숨졌다.

A씨는 21일 오후 3시17분 주거지에 과자 1봉지, 빵, 젤리, 어린이용 주스 2개, 2L짜리 생수 1병만을 남기고 잠들어 있던 B양만 홀로 둔 채 집을 나갔다. A씨가 다시 귀가한 날짜는 24일 오후 8시6분.

당시 인천의 최고기온은 21일 33.9도, 22일 33.5도, 23일 33.4도, 24일 34.3도로 폭염경보가 내려져 있었다. 체감온도는 35도가 넘었다.

에어컨을 켜거나 생수병이나 빵, 젤리 봉지 등을 뜯을 수 없던 B양은 A씨가 귀가한 24일 숨진 채로 발견됐다. 당시 주방 수도밸브는 잠겨 있었고, 화장실 문도 고장나 들어갈 수도 없는 상태였다. 또 현관문도 잠겨 있었다.

A씨는 어디에 있었을까? A씨는 이 나흘간 올 6월20일부터 오픈채팅방에서 알게 돼 사귀게 된 C씨 주도로 열린 술모임에 참석하며 C씨와 시간을 보냈다. C씨는 6월20일부터 7월24일까지 거의 매일 열린 이 술 모임에 참석하며 육아에서 해방된 기분을 만끽했다.

A씨는 2017년 우연히 알게 된 2살 연하 남성과 교제하다 임신해 2018년 6월 모텔에서 B양을 출산했다. 미혼모센터의 도움을 받아 생활해오다가 임대주택을 제공받아 2019년 6월14일부터는 현 주거지에서 B양과 단둘이 생활해왔다.

A씨의 방임은 올 4월7일부터 시작됐다. 지인들의 술자리 모임에 참석하면서다. 이후 5월 중순 무렵 오픈채팅방을 통해 C씨를 알게 됐고, C씨 주도 하에 거의 매일 열리던 지인들과의 술자리 모임을 참석하고자 B양을 방치한 채 집을 나왔다. A씨가 4월7일부터 7월17일 사이에만 B양을 홀로 두고 외출한 방임 행위가 확인된 것만 26차례에 달했다.

방임 기간 중인 7월16일에는 B양만 홀로 두고 외출했다가, 주방 개수대에 수돗물이 넘쳐 이웃집까지 물이 새면서 다음날인 17일 이웃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A씨는 당시 B양이 주방 개수대 수도꼭지를 만졌다고 생각해 밸브를 잠갔다. 화장실 문은 이 무렵 고장나 A씨나 B양은 화장실을 들어가지 못했다.

이웃은 A씨가 B양을 홀로 방치해오던 최근 한달여간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기도 했다.

A씨는 7월24일 B양이 숨져있는 것을 보고도 주거지 밖을 나가 C씨에게 향했다. 다시 귀가한 것은 7월28일 오후 4시55분께. 당시 B양의 몸에는 다량의 구더기가 나오는 등 심한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A씨는 또 한 차례 주거지를 나와 현실을 외면했다.

A씨는 8월4일 오후 2시7분 또다시 귀가했으나, 주거지를 나왔다가 8월7일 오후 3시40분 119에 신고했다.  

A씨는 119 신고 당시부터 경찰의 3차례 조사 내내 사망 인지와 외출 시점 등을 잇따라 번복하며 엇갈린 진술을 반복해왔다. "저녁에 외출하고 잠깐 나간 사이에 보일러가 켜져 있었다" 등 거짓 진술도 되풀이했다.

그러나 수사에 나선 경찰에 의해 무더위 속 아이를 홀로 방치해오다가 아이를 숨지게 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당초 A씨 긴급체포 당시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해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A씨가 B양을 방치한 기간에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으로 판단해 죄명을 아동학대살해죄로 변경했다. 또 사체유기죄도 추가 적용해 총 3개 혐의로 검찰에 A씨를 넘겼다.

A씨는 재판에 넘겨져 지능지수 70수준의 장애가 있는 점 등을 주장하며 정상참작을 호소한 데 이어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다면서 혐의를 일부 부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가 피해 아동이 38개월에 불과해 스스로 보호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피해 아동을 방치하는 동안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할 장애가 있거나, 다른 사람이 피해 아동을 돌보지 못할 상황이라는 점도 충분히 인식했다고 판단해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의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도 명했다.

A씨는 1심 선고 후 사흘 뒤 1심 판단이 부당하다면서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도 A씨의 항소에 맞항소했다.

A씨의 항소심 재판은 서울고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기일은 지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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