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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읽는 경제]'국가부도의 날' 한국은행의 외환정책

IMF 이전 경상수지 적자…'달러 곳간' 메말라 환율 방어 역부족
외환 정책 자유화 방향으로 틀어…환율정책 목표는 '시장 안정'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2021-11-14 09:00 송고
영화 <국가부도의 날> 포스터. © 뉴스1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한국은행 통화정책팀 소속의 한시현(김혜수 분) 팀장을 중심으로 우리나라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 속에서 한국은행은 정부의 경제 부처와 함께 IMF 협상 과정에 참여하며 외환시장 전반을 관리한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대한민국의 중앙은행으로서 우리나라 외환정책을 책임지고 있다. 외화자금 운용, 정부·금융기관으로부터의 외화예금 수입, 외국 중앙은행·금융기관으로부터의 예금 수입, 외화자금 차입과 융자는 물론 정부의 환율정책, 외화 여·수신 정책에 대해 협의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달러가 우리나라 안팎으로 드나들며 국내에서 얼마나 보유되고 쓰이는지를 총괄하고 있다는 의미다.

영화 속 한 팀장이 IMF 위기를 앞두고 경제 부처 관료에게 던진 아래 대사에서는 한국은행의 이러한 역할을 엿볼 수 있다. 한 팀장은 우리나라가 가진 달러가 금세 바닥나면서 '국가 부도'사태가 올 수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한다.

"동남아를 시작으로 달러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한보 사태, 기아자동차 부도, 그때 경제 각 부처의 미흡한 대응으로 인해 우리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의심이 시작됐고, 지난 8월부터 해외 자본은 한국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원화 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외환보유고를 투입해서라도 환율을 방어하고 있는데, 이렇게 환율 방어에 들어가고 있는 돈이 일주일에 20억 달러, 일주일에 20억 달러가 오직 원/달러 800원이라는 환율을 지키기 위해서 투입되고 있습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 © 뉴스1

1990년대는 전 세계적으로 자본시장 자유화의 바람이 불던 시기였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해외에서 자본을 들여와 문어발처럼 사업을 확장했다. 종합금융사는 해외에서 1년 이하 단기로 달러를 차입한 뒤 기업들에 높은 금리를 받고 대출해줬다.

그러다 1997년 1월 한보철강 부도를 시작으로 삼미, 진로, 대농, 한신공영, 기아의 대기업 연쇄 부도 사태가 터졌다. 경제가 잘 굴러갈 때는 차환(롤오버·Rollover), 즉 대출 연장이 무리 없이 이뤄졌지만 위기의 조짐이 나타나자 외국의 큰손은 국내에서 달러를 급히 빼내기 시작했다.

같은해 7월에는 태국 바트화 폭락을 기점으로 아시아 전체로 외환위기가 번져나갔다. 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국제 환투기 세력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문제는 우리나라 역시 외환위기를 방어할만한 '체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IMF 사태를 즈음해 경상수지는 적자 행진을 계속했다. 경상수지란 상품·서비스를 외국과 거래한 결과로 나타난 수입과 지출의 차액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났다는 것은 쉽게 말해 해외로부터 달러를 벌어 들였다는 의미로, 경상수지 적자가 났다는 것은 달러가 해외로 빠져 나갔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1994년 47억9350만달러 적자, 1995년 102억2970만달러 적자에 이어 1996년에는 244억6110만달러라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고비용·저효율의 경제구조 속에서 반도체 가격이 폭락한 영향이 컸다. 연이은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우리 정부가 유사시를 위해 외환보유고에 달러를 쟁여둘 여력도 덩달아 줄었다. '달러 곳간'이 메말라가고 있었다는 뜻이다.

IMF 사태 당시 우리나라에 달러가 부족했던 배경이다. 달러가 국내에서 급격하게 빠지면 달러 가치 상승과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환율은 치솟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는 '달러 곳간'을 열어 환율을 달러당 800원대로 무리하게 유지하려했다. 달러는 금세 바닥났다. 1997년 11월 외환보유액은 20억달러밖에 남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같은해 12월 3일 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했다. 결과는 가혹했다. 우리나라는 IMF의 처방에 따라 금리를 20%로 인상하고 기업 구조 조정을 강행하기 시작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 © 뉴스1

위기 수습 과정에서 한국은행은 외환정책을 자유화 방향으로 틀었다. 이전에는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거래 과정을 일일이 심사했다면, IMF 사태 이후에는 해외 거래를 시장에 맡기고 증빙 서류만 제출토록 했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수익 창출 과정에서 외환 부문이 불안해지는지 여부를 사전에 점검하는 거시건전성 정책이 도입됐다. 환율 정책의 목표는 환율 변동성 완화 등의 '시장 안정'으로 바꿨다.

현재 한국은행은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한 방향으로 쏠리지 않도록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를 테면 시장의 공포 심리가 달아올라 '달러 사재기'가 발생할 경우 한국은행은 시중 은행을 통해 시장에 달러를 공급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진 지난해 3월 19일에는 미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통화스와프 계약 발표의 영향으로 달러/원 환율은 다음날인 20일 3.3% 하락하며 안정세를 되찾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도 꾸준히 쌓아올렸다. 지난 9월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640억달러로 전 세계 9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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