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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재구성]세제 먹이고 짓밟고…공분 산 고양이 잔혹 살해범

일명 '경의선 자두 사건' 30대 남성 실형 선고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2021-11-13 06:36 송고 | 2021-11-13 09:30 최종수정
© News1 DB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2019년 11월21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에서 식당 주인이 키우던 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A씨(당시 39)에게 동물보호법 제정 후 처음으로 실형이 선고됐다.  

이번 사건은 4개월여 전인 같은 해 7월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소 고양이에게 거부감을 갖고 있던 A씨는 이날 식당 앞 산책로에서 잠을 자던 검정 점박이 고양이 '자두'를 발견했다.  

A씨는 고양이를 골탕먹이기로 하고 미리 준비해 간 세탁세제를 섞은 사료와 물을 먹였다.  

그런데 고양이가 A씨를 피해 테라스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화가 난 A씨는 다른 고양이가 보는 앞에서 '자두'의 꼬리를 움켜쥐고 수차례 바닥과 벽에 내리찍었다.

A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고양이 머리에 세제 섞은 물을 뿌리고는 발로 밟아 죽인 후 사체를 화단의 구석진 곳에 버렸다.  

이 사건은 '경의선 자두 사건'이라 불리며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21만명 넘는 동의를 얻는 등 사회적으로도 큰 공분을 일으켰다.  

A씨는 법정에서 그동안 길거리를 가다가 반려동물을 보면 말도 걸고 쓰다듬기도 했지만,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후 극심한 정신적 고통 속에 화풀이로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빚 독촉에 시달려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평소 산책하러 다니는 길에 고양이가 너무 많아, 갑자기 튀어나와 놀라거나 다리를 물리는 일을 겪으면서 고양이에 거부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통행을 막아가며 고양이에게 사료를 줘 불편을 겪자 고양이를 학대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했다.  

A씨는 살해 당한 고양이가 "주인이 없는 길고양이인 줄 알았다"고도 주장했다.  

반려동물은 민법상 '재물'로 간주된다. 길고양이를 살해하면 동물보호법만 적용되지만, A씨처럼 주인이 있는 고양이를 죽게 하면 '재물 손괴 혐의'가 함께 적용된다.  

결국 A씨는 동물학대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고양이에 거부감이 있다는 이유로 고양이를 학대하고, 미리 세탁 세제를 섞은 사료를 준비하고, 범행 이후에는 범행에 사용된 물품을 수거하고 태연히 현장을 이탈하는 등 그 범행 전후의 정황도 좋지 않다"고 질타했다.  

또 "가족처럼 여기던 고양이를 잃은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사회적 공분을 초래했다"며 피고인의 성행·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검사는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주인 있는 고양이인 줄 알고서도 재물손괴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생각된다"며 원심을 유지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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