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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압수수색 때 '횡령 확인'…전국에 단 3명 '엄친딸 회계사' 경찰관

최지원 서울경찰청 범추팀 경위, 회계사 경찰 특채 1기
"경력 활용해 범죄수익금 피해자에 돌려줘 뿌듯"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2021-11-07 07:10 송고
최지원 서울경찰청 범죄수익추적팀 경위가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10.25/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한국은 '사기 공화국'으로 불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사기 범죄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기를 비롯한 경제범죄들은 날이 갈수록 고도화·지능화해 경찰관에게 전문 지식이 요구된다.

일명 '범추팀'으로 불리는 범죄수익추적수사팀의 전문요원들은 경찰 내 손꼽히는 경제범죄 전문 경찰관이다. 이들 가운데 공인회계사 자격이 있는 경찰은 전국에 단 세 명밖에 없다. 최지원 금융범죄수사대 범추1팀 경위(29)가 그중 한사람이다.

2015년 공인회계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최 경위는 국내 1위 회계법인과 국내 대기업에서 회계사로 일하다 2019년 회계사 경찰 특채 1기로 뽑혔다. 이 대목에서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들 것이다. "그는 왜 경찰이 됐을까?"

◇"회계사 경력 활용해 정의 실현"

-이유가 무엇인가.

"공무원인 아버지가 경찰에서 회계사 특채를 모집하고 있다는 말씀을 전해주셨다. 새로운 업무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회계사 경력을 수사에 활용해 사회 정의를 실현하면 매우 보람 있을 것 같았다."

- 경찰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낮에는 회사 다니고, 저녁에는 노량진의 체력시험 학원에 다니며 단련했다. 회계사로 일하면서 체력이 많이 떨어졌는데 나중에는 팔굽혀펴기 만점 수준이 됐다."

-회계사와 경찰 중 무엇이 더 힘든가.

"둘 다 힘들다. 그런데 경찰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업무를 더 많이 한다. 실수하면 안된다는 책임감이 크다. 경찰이 압수한 회계 장부와 계좌를 분석해 혐의와 범죄 수익금을 특정하고 피해자들에게 돌려주는 정당한 '공권력 집행 과정'에서는 뿌듯함을 느낀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수사 단계 몰수·추징 보전 매우 중요"

-범추팀은 어떤 곳인가.

"가장 중요한 업무가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이다. 범죄 수익금을 추적해서 남아 있는 범죄 수익금을 몰수 보전 신청, 혹은 피의자 명의의 재산을 찾아서 추징 보전 신청을 할 수 있다. 이런 절차를 통해 나중에는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줄 수 있게 된다. 그 외에도 수사팀을 위한 법리 검토, 기술 지원, 압수수색 지원을 하고 있다."

몰수·보전이란 피의자가 법원의 선고 전 부동산 등 불법 취득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고, 추징 보전은 피의자가 범죄로 취득한 수익금을 사용했을 경우 그만큼 징수하기 위해 다른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다. 경찰의 신청, 검찰의 청구, 법원의 인용을 통해 결정되고 법원의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환수 절차가 진행된다.

2015년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윤리연구센터의 설문 조사 결과, 고등학생 56%가 "10억원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다"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경찰에 의해 몰수·추징 보전 당한다면 수감이 결정되는 순간 10억원을 피해자에게 고스란히 돌려줘야 한다.

범죄자가 범죄로 벌어들인 돈을 갖지 못하게 해 결국에는 사회의 범죄 의지를 꺾는 게 범추팀의 역할이다. 최 경위는 "재산 범죄는 범죄 수익 보전의 골든타임인 경찰 수사 단계에서 조기에 추적하고 보전하는 것이 재범 방지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의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활동이 강화되면서 그 액수도 매년 크게 늘고 있는데, 연도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액(법원 인용 기준)은 △2018년 212억원 △2019년 702억원△ 2020년 813억원 △2021년 1~6월 5073억원으로 급증했다.

-범추팀에는 어떤 사람들이 근무하나.

"수사의 연장선이다 보니 회계·세무 지식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수사적인 시각도 굉장히 중요하다. 저희 1팀은 팀장님 포함 총 4명이 있는데 모두 수사를 전문적으로 오래 하신 분들이다. 금융감독원이나 국세청에서 전문가들이 파견오기도 한다."

범추팀은 2018년부터 전국 지방경찰청에 본격적으로 편성됐다. 그전에는 자금추적팀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됐으나 경제범죄 수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개편한 것이다. 서울경찰청에는 금융범죄수사대 산하에 2팀,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 산하에 2팀 등 총 4팀이 있다.

이지원 디자이너 © 뉴스1

◇"지능적·고차원 경제 범죄 증가"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초임 때 버닝썬 사건이 터져 처음 압수수색을 나갔다. 회계장부와 계좌를 같이 보면서 횡령을 처음 눈으로 봤다. 신기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사회적 이슈가 되니 부담이 컸다. '신속하고 꼼꼼하게 보라'는 지시에 야근하면서 힘들었지만 수사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보람을 느꼈다."

-최근에는 어떤 사건을 맡았나.

"올해는 가상화폐 관련 사기가 많았다. 존재하지 않는 코인인데 '여기에 투자하면 원금과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면서 유사 수신하는 사건이 있었다. 팀원들이 모두 투입돼 밤낮으로 일했고, 범인이 차명으로 은닉한 예금·채권·주식·가상화폐·부동산 등 200억원 상당의 재산을 동결했다. 피해자 회복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보람됐다. 올해는 저희 팀이 총 900억원의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했다."

-경제범죄의 추세는 어떤가.

"지능적이고 고차원적인 경제 범죄가 너무 늘고 있다. 자본시장 및 유사수신 범죄는 최근 들어서 대형화하고 첨단화하면서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 신종 범죄가 나타나니까 계속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 올해 금수대에서는 가상자산 역외 탈세, 신종 펀드 등 학습 스터디를 구성해 내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함께 공부했다."

-포부가 있다면.

"회계사 특채 1기이기 때문에 앞선 사례가 없다. 지금 하는 업무가 재밌기도 한데 다음에는 경찰 내부에서 수사팀 등 다른 업무에도 도전하고 싶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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