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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여사 물질에 떠오른 한지…"이태리 문화재 복원에도 한류"(종합)

김여사, 로마미술대 학생들과 한지 전문가 간담회·제작 실습 참여
한지, 건축도면·수세기 전 작품 복원에 활용…"대체불가능한 종이"

(로마=뉴스1) 박혜연 기자, 조소영 기자 | 2021-10-31 06:15 송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29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단독 면담을 위해 바티칸 교황청에 도착해 영접인사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21.10.29/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29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단독 면담을 위해 바티칸 교황청에 도착해 영접인사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21.10.29/뉴스1

"물질에도 박자가 있다.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대한민국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 보유자 안치용 장인이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국립 로마미술대에서 우리나라 전통한지 제작 시연을 보였다.

이날 오후 로마미술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로마미술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지장과 이탈리아 한지 전문가들의 간담회와 한지 제작 특강이 열렸다.

안 한지장이 한지 섬유가 풀어진 물 위에서 틀을 좌우로 흔들고 앞뒤로 흔들자 틀 위에 한지 모양이 형성됐다. 그는 "몸과 줄이 유연하게, 힘이 안 들게 하기 위해 몸하고 같이 움직여야 좋은 한지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학생 두 명이 용기를 내 한지 제작 체험을 해봤다. 모양이 약간 일그러지고 "이거는 형성이 안 된 것"이라는 안 한지장 말에 현장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김 여사는 안 한지장 제안을 받고 "저도 실패하겠지만 한 번 해보겠다"며 조심스럽게 실습에 나섰다. 김 여사가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하고 박자를 맞춰 앞물질과 옆물질을 하자 안 한지장은 "많이 보셔서 잘하신다"고 격려했다.

김 여사가 한지 틀을 바닥에 있는 판에 내려놓자 한지가 떠졌다. 한지 뜨기 실습에 처음으로 성공한 사람이 나오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박수가 터졌다.

이어 다른 학생들이 다시 용기를 내 한지 뜨기에 나섰다.

실패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안 한지장은 "너무 빠르다"며 "형성되는 시간을 줘야 하는데 너무 빨리 해서 지금 (틀에) 앉기도 전에 옆으로 흘렀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마지막 한 여학생이 한지 뜨기에 성공하자 관심 있게 지켜보다가 크게 박수를 보냈다.

김 여사는 한지 말리기 작업 시연에 참관하며 완성된 한지를 직접 만져보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간담회에 한지로 만든 손가방을 착장하고, 인사말도 한지에 적어올 정도로 한지의 유용성을 직접 보여주려는 모습이었다. 

김 여사는 이날 간담회 인사말에서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인들은 한지라고 부르는 종이에 나라의 중대사를 기록하고 기쁨과 슬픔을 그림으로, 글자로 담아왔다"며 "한지에 담은 글들은 천년의 세월을 건너 오늘에 전해진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본인 한국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1300년 전에 인쇄된 한지 유산"이라며 한지가 '천년지'로 불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여사는 "세계문화유산의 보고인 이탈리아에서는 문화재 복원에도 한류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교황 요한 23세의 지구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같은 소중한 인류의 유산들이 한지를 이용하여 완벽하게 복원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현재 옛 문화유산을 복원하는 데 한지를 다양하게 쓰고 있다.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 기도문이 적힌 종이(카르툴라)와 6세기 비잔틴 시대 로사노 복음서, 17세기 이탈리아 화가 피에트로 다 카르토나의 작품 등이 한지를 이용해 복원됐다.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PAL)는 2016년 우리나라 한지 5종에 대해 문화재 보존·보수용으로 적합하다는 '유효성 인증'을 했다.

김 여사는 "K-팝, K-무비, K-게임, 전세계인들이 K를 즐기고 있다"며 "천년 전부터 한국에서 만들어 온 한지가 천년 후에도 인류의 귀중한 자산으로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리카르도 아요싸 국립로마미술대 종이연구실장은 "한지를 공부할수록, 한지를 연구할수록 한지의 깊은 역사에 대해서 저희가 더욱더 깨달을 수 있기 때문에, 한지에 대한 연구가 저희에게는 더욱더 특별하게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아요싸 실장은 "저희의 목표는 한지를 현대미술계에 도입하는 것"이라며 "12월에 개최 계획인 전시회도 한지와 현대미술 간의 통합을 시도해 볼 것인데, 종이를 만들어 보기도 하면서 종이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 깨달았다"고 감탄했다.

루이지 쿠포네 국립로마산업미술대 에코디자인 교수는 "(한지의) 가장 독보적인 특징이 친환경적인 한지의 특성과 외적인 한지의 여러가지 특성들, 그리고 닥나무의 태양열 전도율"이라며 "한지가 다른 종이에 비해 더욱더 빛나는 종이가 될 수 있음을 믿고 있다"고 밝혔다.

키아라 포르나챠리 바티칸 박물관 종이복원실장도 "한지 섬유의 특성으로 인해 한지가 복원에 굉장히 유용한 종이로 저희에게 이미 대체 불가능한 종이가 됐다"며 "한지로 저희는 대형 종이작품, 건축도면, 1600년대 지구본, 천구본 등 작품들을 복원하는 작업에 한지를 계속 활용해오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안 한지장은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자란 닥나무는 질기고 긴 섬유를 갖게 된다"며 또 "돌이나 방망이로 두들기는 섬세한 도침으로 종이의 질김과 강도가 높아지면서 부드럽고 우아한 표면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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