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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미혼남녀 짝짓기에 “시대착오적” 여성단체 발끈

대전 서구 주관 ‘심통방통, 내 짝을 찾아라’ 행사 철회 촉구
서구 "아이 낳기 좋은 환경 만들기 일환…개최 여부 재검토"

(대전=뉴스1) 최일 기자 | 2021-10-28 14:47 송고 | 2021-10-28 14:49 최종수정
대전 서구가 주관하는 ‘심통방통, 내 짝을 찾아라’ 홍보 포스터. (대전 서구 제공) ©뉴스1

대전의 한 기초자치단체가 공공기관 소속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7년째 진행해 온 ‘짝짓기’ 행사에 대해 여성단체들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발끈, 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전 서구(구청장 장종태)는 대전과 세종, 충남지역 소재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만 26~38세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내달 5일까지 신청을 받아 20명을 선정, 내달 13일 구청사와 한밭수목원 일원에서 ‘심통방통(心通旁通), 내 짝을 찾아라’ 행사를 개최하기로 했다.

‘심통방통, 내 짝을 찾아라’는 저출산 극복과 결혼에 대한 긍정적 가치관 확산을 위해 2015년 시작됐다. 자기소개와 미션 데이트, 추억의 게임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고, 그동안 세 커플이 가정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열렸고, 올해는 11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의 전환과 맞물려 오프라인 행사로 기획됐다.

지난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심통방통, 내 짝을 찾아라’ 행사 모습. (대전 서구 제공) ©뉴스1

장종태 구청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미혼남녀 공직자들이 즐겁게 교류하면서 좋은 인연을 찾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전여성단체연합과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28일 공동 입장문을 내 “엇나간 출산장려정책이자 철 지난 만남의 장이다. 시대착오적 관점으로 점철돼 있다”라며 심통방통 사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공공기관 미혼남녀 만남 사업을 만혼(晩婚) 예방과 출생률 제고를 위해 시행한다고 하는데, 이는 ‘저출생’(여성계에선 ‘저출산’을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성차별적 표현으로 간주)의 원인이 무엇인지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출생의 원인은 경제적 어려움,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직장문화, 미흡한 보육 인프라 등 다양하다. 공공기관이 해야 할 일은 일자리, 주거, 보육, 복지 등 시민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사회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지 미팅을 주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번 사업은 다양한 가족 형태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다양한 가족 형태가 등장하고 결혼에 관한 인식도 바꾸었는데, 남녀의 결혼을 통한 출산만이 ‘정상가족’이란 인식에 머물러 있다. 공공기관이 해야 할 일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족 구성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대전 서구가 주관하는 ‘심통방통, 내 짝을 찾아라’ 참가 신청서. (대전 서구 제공) ©뉴스1

또한 “참여 조건도 차별적이다. 지자체가 나서 공공기관 내 만남을 주선하는 것은 특정 계층의 특권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만 26~38세의 기준은 무엇인가? 공공기관이 결혼정보회사인가? 지원 신청서에 사진, 직장명, 부서·직위, 취미, 특기 자기소개, 좋아하는 이상형 등을 작성하도록 돼 있는데, 민감한 개인정보를 어떻게 관리하고 전달할 것인지도 불투명하다”고 했다.

이들은 “광주시도 4월 공공기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두근두근 하트 줌(ZOOM)’ 사업을 추진하다가 시의회와 시민들의 반대로 사업을 보류했다”며 사회적 비판을 받는 사업에 대한 재고도 없이 지속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에 대해 대전 서구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아이 낳기 좋은 환경 만들기의 일환인 심통방통 사업을 추진한 지 올해로 7년째인데, 지역 여성단체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행사 개최 여부를 다시 논의하고 있다”라며 철회 가능성을 내비쳤다.


choi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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