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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200시간 초과 근무…K방역엔 보건 인력 피눈물 녹아 있다"

[인터뷰] 박건희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
"정부 주도 K-방역은 '업보'…위드코로나 더 늦췄어야"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21-10-28 10:00 송고 | 2021-10-28 18:31 최종수정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코로나19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 공청회'에 참석한 박건희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제일 왼쪽). 2021.10.2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코로나19 발생 후 전세계에 명성이 드높아진 'K-방역'은 IT강국으로서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의료인과 보건 인력의 땀과 피눈물이 더해진 결과였다. 최고 한달 200시간의 초과근무라는 살인적인 상황, 끝이 없는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오는 우울감과 번아웃(탈진감)을 버텨온 일선 보건소 직원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 성적표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지난 25일 오후 정부가 마련한 '코로나19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 공청회'에서는 "보건소도 한달에 100시간, 200시간 초과 근무하는 곳이 아닌 주 52시간 근무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호소가 터져나왔다. 이 말을 했던 주인공은 박건희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 예방의학 전문의인 박 단장은 2018년 2월 안산 상록수보건소장으로 부임해 코로나19 사태의 방역을 일선에서 진두지휘하다가 지난 8월에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으로 취임, 1300만명 경기 도민의 감염병 예방 및 대응을 총괄하고 있다. 

뉴스1은 박 단장으로부터 보건 근로자들이 코로나19와 어떻게 싸웠는지, 단계적 일상회복 진입 후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는지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박건희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 News1

-한달에 200시간 초과근무라는 상황이 너무 참담하다. 많은 보건소 직원들이 이렇게 일하나.

▶보건소에는 공무직 직원들과 공무원들이 섞여 있다. 공무직은 주52시간 정책 때문에 이렇지 않지만 근로기준법이 아닌 공무원법을 적용받는 공무원들은 일이 많은 달 이렇게 일했다. 상록수 보건소 경우 공무원 약 70명 중 100시간 이상 초과 근무자가 5~10명, 150시간 이상도 3~4명, 200시간 이상도 1~2명 나왔다. 200시간을 30으로 나누면 6시간, 즉 휴일 없이 하루 6시간을 초과 근무한 셈이다. 

전국 보건소에서는 업무 과중을 버티지 못해 사직하는 이들도 많고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정신과약이나 영양제를 먹으며 버티는 직원도 많다. 

-1~4차 대유행까지 겪고 있는데 언제가 가장 힘들었나.

▶지난해 말과 올해 초 3차 유행 당시 요양원 어르신들 예방접종 전이라 끔찍한 일이 많았다. 아프신 분을 병상이 없어 이송을 못하기도 했고 병원에서 돌아가시는 일도 많아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보건소에 1개 팀이 더 생겨 인력난이 좀 나아졌나 했지만 3~5월은 예방접종 업무로 다시 힘들어졌다. 7월부터 현재까지는 예방접종이 본격화된 데다가 4차 대유행까지 겹쳐 엄청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역학조사, 예방접종, 접종 증가로 많아진 이상반응 신고, 피해보상 접수 일이 늘어났고 진단검사도 많아진데다가 지난달부터 재택치료 업무까지 더해졌다.

-일상회복이 시작되면 일이 더 늘어날 텐데.

▶그럴 것 같다. 우선 군에서 파견된 지원 인력, 다른 일 담당자였지만 보건 업무를 돕던 인력들이 다시 (원래 근무부서로) 돌아갈 것 같은데 그러면 원래 있던 약 5명만 남아 절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해진다. 예방접종이 줄기는 해도 재택치료가 늘어난다. 일상회복 때도 역학조사를 계속한다면 수도권 경우는 보건소에 20~30명은 필요하다.

-위드코로나로 가도 역학조사는 계속되어야 하나.
   
▶확진자 동선 추적 등의 역학조사를 못한다면 강력한 거리두기를 지속하거나 2만~3만명의 확진자 발생을 용인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만큼 역학조사는 중요하다. 이것을 꼼꼼히 하느냐 잘 못하느냐로 확진자 수가 확 달라진다. 증상 발현과 확진 사이의 시간을 좁혀야 그사이 환자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또 동선을 파악하고 접촉자를 빨리 찾아내야 소위 n차 감염을 막을 수 있다.

역학조사를 더 잘하자고 독려하면 일선에서는 "포기하고 싶다" "여기서 더 어떻게 하느냐"고 힘들어한다. 하지만 여기에 구멍이 뚫리면 확진자, 사망자가 늘고 거리두기는 강화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일상회복 후 감염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는가. 일반 국민들은 예방접종률이 높아서 확진자는 많아질 수 있어도 위중증이나 사망자는 그렇게 많지 않아질 것으로 보는데.   

▶나는 정부가 '(자유를 얻는 대신) 높은 발생률을 감당할 것이냐, (역학조사와 거리두기로) 낮은 발생률을 유지할 것이냐'란 중요한 질문을 빠뜨리고 있다고 본다. 확진자 추적관리를 안하면 금방 확진자는 2만~3만명이 될 것이다. 위드코로나가 되면 확진자가 이렇게 늘 수도 있고 이것을 감당하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으면 되는데 정부는 어느 쪽을 택할지 국민에게 묻지 않고 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예방접종완료율이 80%가 되어도 중증화율은 0.5~1%, 치명률(확진 환자 중 사망률)은 0.1~0.2% 정도로 예측된다. 하루 1만명 환자만 잡아도 매일 중환자가 50~100명, 사망자가 10~20명 발생한다는 의미다. 1년에 500만 명 정도가 확진된다면 치명률을 0.1~0.2%로 계산했을 때 5000에서 1만명 정도의 사망자가 나오고 중환자 병상이 부족하여 치료를 제대로 못 받게 되면 그 숫자는 더 증가할 수 있을 것이다.

-박 단장이라면 '높은 발생률을 감당하느냐, 낮은 발생률을 유지하느냐' 중에 뭘 선택할 것 같나.

▶당분간은 최대한 확진자 발생을 누르면서 더 좋은 백신과 먹는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을 쓸 것이다. 그 이유는 코로나19의 장기 후유증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가볍게 앓았다고 생각해도 심뇌혈관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수십년이 지나야 어떤 병이 코로나19의 영향이었음을 알게 될 수도 있어 최대한 안 걸려야 한다고 본다.
 
-영국은 지난 7월 '자유의 날'을 시작하면서 보리스 존슨 총리가 "법이 아니라 개인들이 정보에 입각해 행동을 선택하라"고 선언했다. 우리도 일상회복과 함께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며 정부 부담을 줄이면 안될까.

▶영국같은 유럽 국가들처럼 우리는 왜 못하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이런 정부 주도 방식이 K-방역의 '업보'다. 영국은 방역에 실패해 그간 사망자가 많았지만 반면 그 과정에서 자연면역이 형성된 사람이 많다. 그래서 위드코로나 후 재확산이라 해도 어떤 수준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백신으로 얻어진 면역뿐이고 미접종자들 중 자연면역자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일상회복 후 재확산하면 그 양상이 영국이나 미국과 다를 것이다. 1년반 동안 아낀 목숨을 한꺼번에 다 잃을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설 것이기는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료인들이나 지방 공무원들의 뼈를 갈아넣는 고통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ungaung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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