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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영 "날 버티게 하는 힘"…아버지 노태우 향한 애정 글 재조명

"아버지 좌우명 '참고 용서하고 기다리라'…내게 인내심 교훈 주셨다"
노태우 前 대통령 26일 별세…향년 89세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2021-10-27 11:23 송고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지병 악화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고인은 1987년 6월 항쟁 직후 집권 민정당(민주정의당) 대선 후보로서 '6·29 선언'을 발표해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인 뒤 그해 12월 13대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 직선제 도입 후 첫 대통령이었다.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 캡처) 2021.10.26/뉴스1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지병 악화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고인은 1987년 6월 항쟁 직후 집권 민정당(민주정의당) 대선 후보로서 '6·29 선언'을 발표해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인 뒤 그해 12월 13대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 직선제 도입 후 첫 대통령이었다.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 캡처) 2021.10.26/뉴스1

노태우 전 대통령이 향년 89세로 지난 26일 별세했다. 이 가운데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담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과거 페이스북 글이 27일 재조명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장녀인 노 관장은 지난 4월10일 페이스북에 '아버지의 인내심'이라는 글을 올리고 노 전 대통령의 소식을 전했다.

노 관장은 아버지를 향해 "한마디 말도 못 하고 몸도 움직이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워 어떻게 십여년을 지낼 수 있을까. 나는 단 한 달도 그렇게 살 수 없을 것 같다"며 "소뇌 위축증이란 희귀병인데 대뇌는 지장이 없어서 의식과 사고는 있다. 이것이 더 큰 고통"이라고 했다.

그는 "(아버지가) 때로는 눈짓으로 의사 표현을 하시기도 하는데, 정말 하고픈 말이 있을 때 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온 얼굴이 무너지며 울상이 되신다. 아버지가 우는 모습이다.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어머니가 곁을 죽 지키셨다. 어머니의 영혼과 몸이 그야말로 나달나달해지도록 아버지를 섬기셨다. 어느 소설에서도 이토록 서로를 사랑한 부부를 찾기 어려울 것 같다"며 "한 분은 침대에 누워 말없이, 다른 한 분은 겨우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매일 아침 견우와 직녀가 상봉하듯 서로를 어루만지며 위로하는 두 분을 보면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 사랑일까 싶다"고 했다.
노 관장은 글에서 아버지 노 전 대통령을 향한 존경의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어제 (아버지가) 또 한고비를 넘겼다. 호흡 보조장치에 문제가 생겼던 것"이라며 "지상에서 아버지(그리고 어머니)께 허락된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지만, 아버지는 나에게 확실한 교훈을 주셨다. 인내심"이라고 밝혔다.

이어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버티고 계신 아버지를 뵈면, 이 세상 어떤 문제도 못 참을 게 없었다"며 "'참.용.기'(참고 용서하고 기다리라)가 아버지의 좌우명이다. 정말 어려운 길임에 틀림없다"고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별세한 26일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에서 한 시민이 노 전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정상회담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고인은 1987년 6월 항쟁 직후 집권 민정당(민주정의당) 대선 후보로서 '6·29 선언'을 발표해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인 뒤 그해 12월 13대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 직선제 도입 후 첫 대통령이었다. 2021.10.2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이 별세한 26일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에서 한 시민이 노 전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정상회담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고인은 1987년 6월 항쟁 직후 집권 민정당(민주정의당) 대선 후보로서 '6·29 선언'을 발표해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인 뒤 그해 12월 13대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 직선제 도입 후 첫 대통령이었다. 2021.10.2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노 관장은 어버이날이었던 지난 5월8일에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아버지가 오늘따라 두 눈을 크게 뜨고 계신다. 이때다 싶어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쏟아냈다"며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한 추억을 떠올렸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향해 "나와 동생이 어릴 때 함께 많이 놀아 주신 것 감사하다. 다이아몬드 게임도 자주 하고 함께 만화책도 보고. '바벨 2세'를 먼저 보겠다고 저희와 다투셨다"며 "아빠 작곡 작사곡을 직접 피아노 치시며 노래하시던 것이 생각난다. 퉁소도 자주 부시고"라고 회상했다.

이어 "중학교에 입학해 공부를 어찌하는지 몰라 쩔쩔맬 때, 아빠가 중요한 개념 밑에 밑줄을 그으며 외우라고 가르쳐 주셨다"며 "대학교 입학하고는 타자기를 선물하시며 영타 치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고 했다.

노 관장은 "아빠의 사랑 듬뿍 받고 자랐다. 그게 저를 버티는 힘이다"라며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사랑해요, 감사해요"라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전립선암 수술 이후 건강이 악화된 데다 희소병인 소뇌위축증을 앓으며 오랜 기간 병상에서 생활해 왔다.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이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지난 26일 서울대병원에서 별세했다. 그의 빈소는 이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호실에 차려졌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페이스북 갈무리 © 뉴스1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페이스북 갈무리 © 뉴스1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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