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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영장 기각에 공수처 '무리수' 논란…'고발 사주' 수사 차질 불가피

법원 "정당한 방어권 행사 넘어 증거인멸·도망 우려 보기 어려워"
'무리수' 공수처 "법원판단 존중…증거보강 후 재청구 여부 결정"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21-10-26 23:09 송고 | 2021-10-26 23:38 최종수정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1.10.2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1.10.2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고발사주 의혹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구속을 피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1월 출범 이후 처음 법원에 청구한 피의자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1호 영장 청구'가 무리수로 결론났다. 공수처가 총력전을 펼쳐온 고발사주 의혹 수사 역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세창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손 검사에 대한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피의자에 대한 출석요구 상황 등 이 사건 수사진행 경과 및 피의자의 정당한 방어권 행사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또한 "심문 과정에서 향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의 구속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지난달 9일 손 검사를 입건하면서 적용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비밀누설,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를 구속영장에 모두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손 검사는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성명불상자'에게 지시해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등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하게 한 뒤 이를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해 야당 측이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공수처는 손 검사 구속영장에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영장심사가 2시간40분만에 종료되면서 기각 판단이 나올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법원이 피의자 방어권 침해를 주장한 손 검사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공수처는 1호 영장 청구 기각이란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아들게 됐다.

여야가 각기 다른 셈법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는 고발사주 의혹 수사가 대형 암초를 만난 셈이다. 한달 반이 넘도록 지지부진해 아직까지 핵심 피의자 소환조사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선 개입 우려가 없도록 신속한 수사를 하겠다는 공수처의 계획이 사실상 틀어진 셈이다.

공수처는 입장문을 내고 "아쉽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추후 손준성 검사에 대한 조사와 증거 보강 등을 거쳐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손 검사가 이날 심문에서 향후 공수처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손 검사에 대한 소환조사는 이뤄지겠지만 핵심 피의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언제 소환 가시권에 들어올 지 불투명해졌다. 윤 전 총장을 불러 조사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3일 고발장 전달 전후로 제보자 조성은씨와 통화한 녹취가 공개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아직 소환되지 않고 있다. 출범 이후 처음 사건 주임검사로 여운국 차장검사를 지정하고 인력의 절반 이상을 투입하며 총력전을 벌였지만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 전 총장 측과 야권은 공수처를 겨냥해 "야당 경선·대선에 대한 황당한 개입"이라고 맹공을 펼치고 있고 여권에선 공수처 수사가 너무 더디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점도 공수처에 부담이다.

이같은 정치적 논란에 대한 부담을 지다보니 피의자에게 대선 일정을 언급하는 대형 사고도 터졌다. 손 검사는 전날 공수처 모 검사가 자신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메시지엔 '대선 후보 경선 일정 등을 고려해 신속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조속한 출석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손 검사 측은 "야당 경선에 개입하겠다는 수사를 하겠다는 정치적 의도 때문에 피의자 방어권이 침해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인권수사기구를 표방한 공수처가 한 차례의 소환조사도 없이 체포영장 기각에도 불구,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무리수를 둔 것은 공수처의 설립 취지나 그간 내세워온 수사원칙을 고려할 때 향후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점 때문에 법조계에서도 체포영장 기각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사례가 이례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점을 감안하면 법원이 영장을 기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었다.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제8조(임의수사의 원칙)는 강제수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대상자의 권익 침해의 정도가 보다 낮은 수사의 방법과 절차를 사용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도 이날 논평을 내고 "공수처가 피의자가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방어권 보장을 위한 기회와 시간을 보장하지 않은 채 이례적으로 인신(人身)을 구속하는 영장을 청구해 우려스럽다"며 "이런 수사방식이 용납될 경우 체포영장이 기각되면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관행이 자리잡게 돼 구속영장 청구가 남용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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