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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와 직선제 '명암' 노태우 별세…정·재계 한마음 애도(종합)

"사인은 다계통 위축증, 오후 1시46분 별세"
국가장·국립묘지 안장 '관심'…아들 재헌씨 5·18 사죄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유새슬 기자 | 2021-10-26 19:34 송고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지병 악화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사진은 1988년 취임 선서하는 노 전 대통령 모습.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 캡처) 2021.10.26/뉴스1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지병 악화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사진은 1988년 취임 선서하는 노 전 대통령 모습.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 캡처) 2021.10.26/뉴스1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오후 1시46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향년 89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여야는 노 전 대통령의 명암을 모두 짚으면서도 한마음으로 영면을 기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빈소는 오는 27일 오전 10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이날 오후 6시 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신경질환인 다계통위축증을 앓아 오신 노 전 대통령이 이날 오후 12시45분 응급실에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1시간여 후인 오후 1시46분 서거하셨다"며 "임종 당시 가족 한 명이 곁에 있었다"고 말했다.

김 병원장은 "노 전 대통령은 병원 재택의료팀 돌봄 아래 약 10년 정도 자택 치료를 받았다"며 "워낙 고령에다가 오랫동안 와상상태로 지내면서 여러 질병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여야는 애도를 표했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독재자였던 노 전 대통령은 12·12 군사 쿠데타의 주역이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강제 진압에 가담한 역사의 죄인"이라면서도 "재임 기간 북방정책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중국 수교 수립 등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퇴임 이후 16년에 걸쳐 추징금을 완납하고 이동이 불편해 자녀를 통해 광주를 찾아 사과하는 등 지속적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의 마지막은 여전히 역사적 심판을 부정하며 사죄와 추징금 환수를 거부한 전두환씨의 행보와 다르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의 영면을 기원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27일 빈소를 찾아 애도를 표할 예정이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오른쪽)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인 등 관련 내용을 밝히고 있다. 2021.10.2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오른쪽)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인 등 관련 내용을 밝히고 있다. 2021.10.2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고인은 후보 시절인 1987년 6·29 선언을 통해 직선제 개헌 요구를 받아들여 직선제 하에서 대통령에 선출됐다"며 "재임 당시에는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 북방외교 등의 성과도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허 대변인은 그러나 "12·12 군사쿠데타로 군사정권을 탄생시킨 점, 그리고 5·18민주화운동에서의 민간인 학살 개입 등의 과오는 어떠한 이유로도 덮어질 수 없다"며 "국민의힘은 불행한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27일 조문을 계획하고 있다.

재계도 노 전 대통령의 영면을 기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을 통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최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의 딸 소영씨는 현재 이혼 소송 중이다.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국가장'(國家葬)으로 진행될 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내란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만큼 국립묘지에 안장되지는 못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행정안전부는 "노 전 대통령의 장례 방식은 유족 의사를 듣고 정부 절차를 거쳐야 결정된다"면서도 "국가장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국가장 여부는 행안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마친 후 대통령이 결정한다. 장례위원회 위원장은 국무총리가, 장례 절차를 총괄 진행하는 집행위원장은 행안부 장관이 맡는다.

국가장을 주관하는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며 장례 기간은 5일이다. 국가장 기간 중에는 조기(弔旗)를 게양한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12·12, 5·18과 관련해 법정에 서 있는 모습 © News1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12·12, 5·18과 관련해 법정에 서 있는 모습 © News1

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 국가장 대상자에 포함되지만 반란수괴, 내란, 비자금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아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만큼 국가장이 진행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국가장법은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인물에 대한 장례 실시 여부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도 예우를 박탈당한 인물에 대한 장례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다.

지금까지 치러진 유일한 국가장은 지난 2015년 11월 김영삼 전 대통령 장례다. 2011년 이전에는 '국장·국민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직 대통령의 장례가 국장 또는 국민장으로 치러졌다.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장으로, 최규하·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민장으로 진행됐다. 이승만·윤보선 전 대통령은 국장이나 국민장이 아닌 가족장을 진행했다.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 여부는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이들 중 생존한 전두환·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장례 형식을 결정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국립묘지 안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재임 중 업적을 고려해 안장대상심의위원회가 허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이 전해진 26일 오후 대구 동구 신용동 용진마을 노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시민들이 생가 마당에 세워놓은 동상 앞에서 명복을 빌고 있다. 2021.10.2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이 전해진 26일 오후 대구 동구 신용동 용진마을 노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시민들이 생가 마당에 세워놓은 동상 앞에서 명복을 빌고 있다. 2021.10.2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노 전 대통령의 별세에 종일 그의 일생과 가족, 과오에 대한 소식이 이어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일과 같다는 점은 주목을 끌었다. 육군사관학교 동기이자 희노애락을 함게 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친구의 별세 소식에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1932년 대구 달성에서 출생한 고인은 1955년 육사를 졸업한 뒤 수도사단 맹호부대 대대장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1979년 9사단장, 수도경비 사령관을 역임했는 데 이때 전 전 대통령과 주축이 돼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켰다,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무차별 진압하는 데 개입했고, 같은해 국군보안사령관에 취임해 제5공화국 출범 후 정무 제2장관에 임명됐다.

1982년 초대 체육부 장관에 임명된 뒤 같은 해 4월 내무부 장관으로 전임하고 1985년 제1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정의당 전국구 의원으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전 전 대통령 임기 말 후계자로 낙점된 고인은 6월 항쟁에서 분출된 국민의 직선제 개헌 요구를 전면 수용하고 '보통 사람'을 슬로건(구호)으로 내세워 1987년 12월 13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다.

노 전 대통령은 민정당이 13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자 여소야대 정국을 극복하기 위해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총재와 3당 합당을 성사시켰다.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가 2020년 5월2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김의기 열사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김 열사는 1980년 5월30일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 6층에서 5·18민주화운동 진상을 쓴 '동포에게 드리는 글'을 인쇄하다가 추락해 숨졌다. 2020.5.29/뉴스1 © News1 한산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가 2020년 5월2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김의기 열사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김 열사는 1980년 5월30일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 6층에서 5·18민주화운동 진상을 쓴 '동포에게 드리는 글'을 인쇄하다가 추락해 숨졌다. 2020.5.29/뉴스1 © News1 한산 기자

노 전 대통령은 13대 대통령을 퇴임한 뒤 1995년 내란 혐의로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구속기소 돼 1997년 4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7년을 선고받았고, 같은 해 12월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사면됐다.

슬하에 재헌·소영씨 1남1녀를 뒀다. 아들 재헌씨는 노 전 대통령을 대신해 매년 광주를 찾으며 5·18 영령에 사죄하고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직계가족 중 5·18민주묘지를 찾아 사죄한 사람은 재헌씨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딸 소영씨는 아트센터 나비 관장으로 본업인 미술 전시일에 집중하면서 간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근황을 알렸다. 소영씨는 지난 4월 페이스북에 "아버지는 눈짓으로 의사 표현을 하시기도 하는데, 정말 하고픈 말이 있을 때 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온 얼굴이 무너지며 울상이 되신다"며 "아버지가 우는 모습이지만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재헌·소영씨보다 언론의 관심을 더 많이 받은 사람은 노 전 대통령의 손녀이자 최 회장과 소영씨의 차녀 최민정씨다.

최씨는 지난 2014년 11월 재벌가 자제로서는 파격적인 해군 소위로 임관해 군생활에 나섰다. 중국에서 대학을 다닐 당시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를 충당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2017년 11월 중위로 전역한 최씨는 이듬해 중국 투자회사를 거쳐 지난 2019년 SK하이닉스에 입사해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경남 진해 해군사관학교 교정에서 열린 제117기 해군 해병대 사관후보생 임관식에서 SK최태원 회장의 차녀 민정씨가 어머니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 재벌가 자제 중 해군 장교로 입대한 이는 최민정 소위가 처음이다. 117기 해군,해병대 소위 임과후보생은 108명이고 이중 여성은 최 소위를 포함해 13명이었다. 2014.11.26/뉴스1 © News1 최재호 기자
경남 진해 해군사관학교 교정에서 열린 제117기 해군 해병대 사관후보생 임관식에서 SK최태원 회장의 차녀 민정씨가 어머니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 재벌가 자제 중 해군 장교로 입대한 이는 최민정 소위가 처음이다. 117기 해군,해병대 소위 임과후보생은 108명이고 이중 여성은 최 소위를 포함해 13명이었다. 2014.11.26/뉴스1 © News1 최재호 기자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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