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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생전 '아들 통해' 5·18 사죄했지만…전두환은 '뻔뻔'

全 여전히 헬기사격 부인…"광주시민 학살 관계없다" 주장도
5월 단체 "盧, 위로 있었지만 진상규명 등 노력 안 기울여"

(무안=뉴스1) 전원 기자 | 2021-10-26 16:08 송고 | 2021-10-26 21:10 최종수정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가 지난해 5월2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5·18 민주영령을 추모합니다'라고 적힌 조화를 아들 노씨를 통해 보냈다. 2020.5.29/뉴스1 © News1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가 지난해 5월2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5·18 민주영령을 추모합니다'라고 적힌 조화를 아들 노씨를 통해 보냈다. 2020.5.29/뉴스1 © News1

26일 별세한 노태우 전 대통령과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0년 5·18 학살의 핵심책임자지만 이들의 최근 행보는 궤를 달리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이 5·18 학살에 대해 사죄의 뜻을 밝힌 반면 전 전 대통령 측은 여전히 사죄와는 먼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지병 악화로 서울대병원에서 향년 8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79년 9사단장, 수도경비사령관을 역임했고,1980년에는 국군보안사령관에 취임해 제5공화국 출범 후 정부 제2장관에 임명됐다.

신군부의 중심에 있었던 노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과 함께 5·18 학살의 책임자 중 한명으로 지목돼 왔다. 이후 신군부 지도자 등은 1980년 5월 학살에 대해 사죄하거나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5·18민주화운동이 발생한지 39년이 지난 2019년 5월 신군부 지도자의 직계가족 중 처음으로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재헌씨가 국립5·18민주묘역을 찾아 참배와 함께 사죄의 뜻을 밝혔다.

당시 거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노 전 대통령은 '5·18묘역에 다녀와야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언급했고 이에 재헌씨가 묘역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재헌씨는 같은 해 12월과 지난해 5월, 올해 4월 등 4차례 국립5·18민주묘역을 찾아 오월 영령들에게 참배하고 사죄의 뜻을 밝혔다. 또 오월어머니집, 옛 전남도청 등을 찾아 가족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표명하고, 1980년 5월의 역사를 다시 되짚어봤다.

특히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지난해 5월29일에는 아버지의 이름이 적힌 조화를 오월 민주영령에게 직접 헌화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조화에는 '13대 대통령 노태우 5·18 민주영령을 추모합니다'라고 쓴 리본이 달렸다.

이후 민족민주열사묘역(망월동 구묘역)을 찾아 5·18 당시 독일 기자였던 힌츠펜터 추모비를 살펴본 후 이한열 열사 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한열 열사 묘에는 미리 준비한 어머니 김옥숙 여사의 조화를 올려놓았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숙 여사도 대통령의 취임식 직후인 1988년 2월25일 광주 망월동 묘역(현 5·18구묘역)에 잠들어 있던 이한열 열사의 묘에 헌화하고 참배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의 이같은 행보에 5월단체 등은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공식적인 사죄와 함께 1980년 5월의 진실을 밝히는 것, 회고록 수정 등이 진행돼야 광주시민들이 진정성을 느끼고 용서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1988년 2월25일 광주 북구 망월동 구묘역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순 여사가 이한열 열사의 묘역 앞에서 참배하고 있는 모습.(독자제공) 2019.8.29/뉴스1 © News1
1988년 2월25일 광주 북구 망월동 구묘역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순 여사가 이한열 열사의 묘역 앞에서 참배하고 있는 모습.(독자제공) 2019.8.29/뉴스1 © News1

반면 전 전 대통령은 여전히 사죄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았지만 현재까지도 헬기사격은 없었다면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특히 건강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하면서 골프를 치는 모습이 포착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은 5·18에 대한 질문에 "광주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나는 학살에 대해 모른다", "나는 광주시민 학살하고 관계 없다", "발포명령을 내릴 위치에 있지도 않은데 군에서 명령권 없는 사람이 명령을 하느냐"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지난 2019년 12월12일에는 서울 강남의 한 고급식당에서 5·18 광주학살의 책임이 있는 정호용, 최세창씨 등과 부부동반으로 호화점심을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전씨의 부인인 이순자씨의 경우 전씨의 1심 재판을 앞두고 재판부에 대한 불신을 제기, 5·18과 6·10항쟁 등을 깎아내리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씨는 전씨가 치매를 앓고 있다고 주장하며 "재판장도 어떤 압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전 전 대통령에 대해선 '민주화의 아버지'로 치켜세웠다.

전씨는 지난 8월9일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재판 시작 20분 만에 퇴정했다. 이후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지난 2019년 3월 11일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9.3.11/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지난 2019년 3월 11일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9.3.11/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아들 노재헌씨가 오월영령에 참배도 하고 피해 희생자들에게 사죄하는 방명록도 남기질 않았냐. 이 모습은 그나마 위로를 줄 순 있지만 그에 수반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 회고록을 수정하게 돕던가 소장하고 있던 자료를 충실하게 제공하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며 "그런 행보가 없었기 때문에 전두환과 노태우의 차이를 뚜렷하게 느끼지 못하겠다"고 평가했다.


jun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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