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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 사회'…"여~보세요?" 전화 안되던 불편 넘어 '경제'가 멈춘다

[KT통신대란] 유무선 인터넷 마비로 드러난 초연결사회의 단면
식당·병원·기업 업무 마비에…장중 발생해 증권 거래까지 '불통'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2021-10-26 11:56 송고 | 2021-10-26 14:26 최종수정
25일 오전 11시30분쯤 KT 유·무선 인터넷망에서는 장애가 발생해 데이터 전송이 이뤄지지 않는 '먹통' 사태가 발생했다. 2021.10.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25일 오전 11시30분쯤 KT 유·무선 인터넷망에서는 장애가 발생해 데이터 전송이 이뤄지지 않는 '먹통' 사태가 발생했다. 2021.10.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25일 발생한 이번 KT 유·무선 인터넷망 마비 사태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초연결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인터넷망의 완전 '불통'은 오전 11시20분부터 오전 11시57분까지 겨우 37분간 지속됐을 뿐이었지만, 그 잠깐 사이 전국이 그야말로 마비됐다.
과거에는 통신사에서 문제가 생겼을 경우, 국민들의 피해는 단순히 '전화'가 안돼 불편함을 겪는 선에서 그쳤다. 그러나 이번 KT 사태는 데이터로 모든 것이 연결된 '초연결 사회'에서 통신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일상 경제'가 멈춘다는 현실을 드러냈다.

25일 오전 11시쯤 전국 KT인터넷 장애가 발생해 점심 장사를 앞둔 대구의 한 음식점에서 종업원이 작동을 멈춘 포스기를 만져보고 있다. 2021.10.25/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25일 오전 11시쯤 전국 KT인터넷 장애가 발생해 점심 장사를 앞둔 대구의 한 음식점에서 종업원이 작동을 멈춘 포스기를 만져보고 있다. 2021.10.25/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KT 인터넷 점유율 41.3%…전국 음식점·병원·기업·증권까지 혼란 속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유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KT는 국내 초고속인터넷 2277만5734회선 중 940만6416회선을 서비스 중이다. 시장점유율은 41.3%에 달한다.

KT 라우터에 문제가 발생해 이날 전국 인터넷망의 4할 이상이 '먹통'이 되면서 음식점·병원 등은 물론, 기업들의 업무와 증권 거래에서까지 혼란이 속출했다.
KT망을 이용하는 음식점들은 점심 장사를 망쳤다. QR인증을 위한 태블릿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손님을 받을 수 없었고, 식사를 마친 손님이 결제를 하려고 해도 포스(POS)망이 마비가 돼 카드 결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손님들은 현금, 또는 계좌이체를 통해 음식값을 지불해야 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씨(38)도 "우리 식당도 오늘 점심 때 카드결제가 안돼 현금을 받거나 계좌이체를 받았고, KT 휴대폰을 쓰는 손님은 삼성페이나 모바일 뱅킹도 안돼 명함 남기고 '외상'까지 받았다"

배달을 하는 업체들은 더 손해가 컸다. 배달 플랫폼을 통해 들어온 배달 주문을 가게 인터넷이 연결이 안돼 확인하지 못해 점심 장사를 망친 곳도 많았다.

병원, 약국 등도 업무가 마비된 것은 마찬가지였다. 많은 환자들이 점심시간에 틈을 내 병원에 방문했지만 진료 접수나 수납이 불가능해 업무가 지연됐으며, 약국에서도 처방전 입력 프로그램이 접속이 안돼 혼란을 겪었다.

장중 '먹통'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동학개미운동' 이후 크게 늘어난 개인 주식투자자들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021.10.2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장중 '먹통'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동학개미운동' 이후 크게 늘어난 개인 주식투자자들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021.10.2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비대면 사회 도래로 피해 더 커져…동학개미들 손해도 '눈덩이'

기업에서도 업무 마비 상태가 줄을 이었다. KT 기업망 역시 이번 인터넷 불통을 피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KT 기업망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들은 업무에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며 재택근무를 도입한 기업들이 많아 이로 인한 피해도 발생했다.

이날 집에서 KT 인터넷 망을 이용해 재택근무를 하던 정모씨(33·여)는 "줌 인터넷 회의를 하던 중 인터넷에 문제가 생겨 끊기니 눈 앞이 캄캄했다"며 "KT에서는 37분만에 복구됐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오후 2시가 넘어서까지 접속이 끊기는 등 문제가 발생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장중 '먹통'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동학개미운동' 이후 크게 늘어난 개인 주식투자자들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KT 인터넷망 마비로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정상 이용하지 못해 큰 손해를 봤다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KT 인터넷망 마비 시간에 체결되지 못한 거래대금이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실질적 보상은 어려울듯…KT, 아현 사태 때도 '1개월 요금 감면'만

이번 인터넷 마비로 각 소상공인은 물론 병원, 기업, 주식투자자 등이 개별적으로 입은 피해는 추산하기도 어려운 수준이지만, 보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37조의11에 따르면 서비스가 중단돼 이용자들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자들은 이용자에게 피해를 보상하도록 돼있다. 통신사 등 기간통신사업자는 '2시간'이 기준이다.

이번 KT사태 역시 KT에서는 오류 발생 지속시간을 오전 11시20분부터 11시57분까지 약 37분간이라고 발표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이 규정하는 2시간보다 짧다.

그러나 다수의 이용자가 KT가 발표한 복구 시간 이후로도 통신 서비스 접속 장애를 겪었다고 호소하고 있어, 실제 접속 장애 발생 실태에 대한 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KT에서 보상을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요금 감면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개별 피해자들이 입은 실질적 피해에 대한 보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KT는 지난 2018년 아현지사 화재로 인해 발생한 유·무선 서비스 먹통에 대해서도 1개월 요금 감면만을 제공하기로 한 바 있다.

KT 측은 "아직 원인 파악을 하는 단계라 손해배상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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