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응답하라 1988>의 덕선 엄마(이일화 분), 선우 엄마(김선영 분), 덕선 아빠(성동일 분), 택이 아빠(최무성 분), 정환 엄마(라미란 분), 정환 아빠(김성균 분). (사진=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캡처) © 뉴스1 |
정환 엄마(라미란 분) "아, 근데 택이 이번에 상금 얼마 받았어요?"
택이 아빠(최무성 분) "5000만원…."
덕선 엄마(이일화 분) "아이구야~! 택이 오늘 큰 턱 한번 쏴야겠다. 아이구야~, 어마어마하다."
정환 엄마 "땅! 땅이 최고야. 택이아빠, 무조건 땅 사요. 요새 일산이 뜬대!"
덕선 아빠(성동일 분) "아따~! 아무것도 모르면 말을 마쇼! 아, 일산에 볼 것이 뭐 있간디~! 맨 논밭 뿐인디. 좌우당간. 목돈은 은행에다 딱! 박아놓는 것이 제일로 안전하당께!"
정환 엄마 "으이구~! 은행이자 뭐, 그거 얼마나 한다고."
덕선 아빠 "아, 물론 뭐~, 금리가 쪼까 떨어져가꼬 뭐, 한 15%밖에 안 하지만…. 아, 그래도 따박따박 이자 나오고 은행만 한 곳처럼 안전한 곳이 없제!"
선우 엄마(김선영 분) "음~, 쌩돈 5000만원을 뭐 한다꼬 은행에 처박아 놓습니까? 택이 아빠, 아파트 하나 사이소. 강남서 제일 잘 나가는 아파트! 저, 뭐라카드라! 저…, 그 은마아파트! 그게 한 5000만원 한다카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이웃사촌으로 지내는 네 가족의 대화다. 극 중 천재 바둑기사인 최택(박보검 분)이 바둑대회에서 딴 5000만원 상금을 어디에 투자할지를 두고 이들의 의견은 세 갈래로 갈린다. 덕선 아빠는 은행 예금을, 선우 엄마는 강남 아파트를, 정환 엄마는 일산 땅을 추천한다.1988년 9월 24일에 이들이 나눈 대화를 현재 시점에서 되돌아보자. 택이 아빠가 은행 예금과 강남 아파트, 일산 땅 가운데 어느 한 곳을 택해 아들의 5000만원 상금을 투자했더라면 33년 후인 현재 기준으로 재산은 얼마나 늘게될까.
◇은행에 33년 돈 묻어두면 6.4배↑
극 중 덕선 아빠가 예금을 추천하고 있다. (사진=<응답하라 1988> 캡처) © 뉴스1 |
먼저 덕선 아빠 말대로 5000만원을 은행에 예금할 경우를 알아보자.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988년 기준 예금금리는 10.0%였다. 이후 1999년 한자릿수로 하락해 등락을 반복하던 예금금리는 2013년 2%대로 떨어진다. 이윽고 2015년에는 1%대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1.05%를 기록했다.1988년 5000만원을 은행에 넣는다면 매년 이자가 붙으면서 2000년 기준 3억1947만원으로 돈이 불어난다. 1988년에 비하면 6.4배 늘어난 금액이다.
◇강남 아파트값 33년간 22배 상승
선우 엄마는 강남 아파트를 투자처로 권유한다. (사진=<응답하라 1988> 캡처) © 뉴스1 |
선우 엄마 추천대로 택이 아빠가 강남에 아파트를 샀다면 어땠을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조사해 2017년 발표한 '1987년 이후 서울 아파트값 변화 분석' 보고서를 보면, 1988년 강남권 아파트 평당(3.3㎡당) 가격은 285만원이다. 택이의 5000만원 상금으로 당시 17평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
33년이 흐른 지금 강남권 아파트 가격은 무려 22배 뛰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 가격은 평당 6228만원을 기록했다. 이를 단순히 대입해보면 아파트 가격이 약 11억원으로 올랐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산 땅값 3.5배 올라…개발시 수백배 폭등
정환 엄마는 일산의 땅을 살 것을 추천한다. (사진=<응답하라 1988> 캡처) © 뉴스1 |
<응답하라 1988>의 덕선 아빠가 "일산에 볼 것이 뭐 있간디~! 맨 논밭 뿐인디"라고 한 것처럼 일산은 당시 허허벌판이었다. 그러나 한국토지공사는 1988년 9월 일산과 함께 분당, 평촌, 중동을 묶어 수도권 1기 신도기 건설에 착수한다. 극 중 정환 엄마의 말대로 일산이 한창 뜨고 있었던 것이다.
땅값은 크게 들썩였다. 당시 기사를 찾아보면 일산의 경우 △대지는 1986년 기준지가인 평당 5만~10만원에서 1989년 18만원으로 140% △임야는 1만~1만50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180% △논밭은 8000~1만5000원에서 2만~5만원으로 204.3% 상승했다.
이후 땅값이 얼마나 올랐는지는 일률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토지의 경우 입지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큰 탓이다.
다만 국토교통부가 공개하는 '표준지 공시지가'(주변 토지를 대표하는 땅값)를 토대로 대략적인 가격을 알아볼 수는 있다. 2021년 기준으로 일산지역 표준지 공시지가를 평당으로 계산해보면 △아파트 용도가 약 450만~850만원 △상업용이 약 450만~3000만원 △단독주택이 약 550만~1100만원 △논밭은 약 50만~350만원이다.
일산으로 한정되진 않지만 공식 통계를 통해 경기도 땅값이 그간 얼마나 상승했는지 알아볼 수도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지가 변동률 조사에 따르면 일산 동구·서구를 포함한 경기도 지역의 지가지수(2020년 9월1일=100)는 1988년 28.87에서 2020년 101.26으로 3.5배 올랐다.
택이 아빠가 1988년 일산에 땅을 샀더라면 대략 3.5배, 즉 1억7500만원으로 올랐을 거란 얘기다. 물론 운 좋게도 샀던 땅이 개발되면서 가격이 수백배 폭등했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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