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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대신 '비정상 비행' 불러달라"…'졌잘싸' 올림픽 정신, 누리호서도?

과거 나로호 당시엔 '불꽃쇼', '세금낭비' 비아냥 여론 들끓어…달라진 여론 분위기

(고흥=뉴스1) 김승준 기자 | 2021-10-21 08:04 송고
순수 우리기술로 만들어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 하루 전인 20일 오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을 나와 발사대로 향하고 있다. 누리호는 길이 47.2m에 200톤 규모로, 3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아래 있는 1단에는 75톤급 엔진이 묶음으로 4개, 2단에는 1개, 3단에는 7톤급 엔진이 1개 들어간다. 총 연료 56.5톤과 산화제 126톤이 연소하며 최대 1500㎏의 물체를 고도 600~800km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성능을 지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021.10.20/뉴스1
순수 우리기술로 만들어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 하루 전인 20일 오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을 나와 발사대로 향하고 있다. 누리호는 길이 47.2m에 200톤 규모로, 3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아래 있는 1단에는 75톤급 엔진이 묶음으로 4개, 2단에는 1개, 3단에는 7톤급 엔진이 1개 들어간다. 총 연료 56.5톤과 산화제 126톤이 연소하며 최대 1500㎏의 물체를 고도 600~800km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성능을 지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021.10.20/뉴스1

"실패라는 용어보다는 '비정상 비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려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누리호 발사에 앞서 지난 14일 언론간담회를 개최해 기자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과기정통부는 "비행시험은 연구개발 중 축적의 과정으로 성패에 집중하지 않고 발사의 어려움, 의미, 발사 이후 계획을 중심으로 한 보도를 요청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러한 과기정통부의 고민이 일부는 기우로 드러나고 있다. 언론의 보도나 시민의 온라인 반응이 '축적의 시간'이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대를 보이기 때문이다. '메달따면 좋지만 최선에서 나오는 감동'으로 대표되는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드러난 시대 변화가 누리호 발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일명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 정신이 실패가 불가피한 과학의 세계에서도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과기정통부를 비롯한 발사 참여자들의 '호된 여론'에 대한 우려는 과거 나로호 발사 때의 질타와 무관하지 않다. 2번의 발사 연기와 2번의 '비정상 비행' 끝에 3번째에 성공한 나로호는 그 과정에서 많은 질타가 있었다. 당시 '세금 낭비', '불꽃 쇼'와 같은 표현이 세간에 퍼지며, 개발진의 스트레스가 가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언론 취재 지원 설명회 발표자료 갈무리) 2021.10.21 /뉴스1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언론 취재 지원 설명회 발표자료 갈무리) 2021.10.21 /뉴스1

이때의 상황을 다룬 2012년 '과학커뮤니케이션 전략과 사회 여론의 형성:나로호 1·2차 발사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나로호 1,2차 발사 실패 후 이뤄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대한 예산 축소, 당시 원장 조기 사임, 발사체 사업단 분리 등의 조치는 러시아와 항우연 사이의 책임소재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 당시 여론을 감안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 논문에서는 이같은 여론 악화의 배경을 과장된 홍보로 보기도 했다. 논문에서는 "실제로 당시 홍보를 담당한 교과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발사홍보팀 내부에서 나로호 발사의 성격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자는 의견이 일부 있었지만 그럴 경우 홍보효과가 매우 축소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였다고 한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나로호 홍보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가 불명확하게 서술되는 등 개발 의의를 과장하는 홍보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번 누리호 발사에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 장관부터 성공과 실패보다는 사업의 의미에 집중하자고 발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10.2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10.2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20일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누리호의 성공 확률에 대한 질문에 "성공과 실패를 구분하기보다는 다른 의미를 찾고 있다"며 "비행 시험을 통해 확인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또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누리호) 발사는 실패 확률이 있기도 하지만 실패를 해도 국민들의 성원과 지지를 얻고 계속 개발은 이루어져야 한다"며 "최근 언론 보도에서 '실패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내지는 '실패를 통한 축적이다' 이런 식의 타이틀이 뽑히는 경우가 많다. 실패를 하더라도 계속 도전할 수 있는 있게끔 북돋아주는 분위기가 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국가우주산업 개발이나 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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