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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분해 500년 걸리는 비닐, 이젠 재활용한다…SK의 무한도전

SK지오센트릭-에코크레이션, 열분해 기술 현장 공개
폐플라스틱 60%, 기름·납사·가스 재활용…11월 상업가동

(대전·인천=뉴스1) 문창석 기자 | 2021-10-19 15:02 송고
지난 18일 전범근 에코크레이션 대표가 기자에게 폐비닐 재활용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18일 전범근 에코크레이션 대표가 기자에게 폐비닐 재활용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18일 인천시 서구의 한 폐기물 공장 한켠에는 약 3미터 높이의 거대한 비닐 묶음이 쌓여있었다. 약 10개인 비닐 묶음은 개당 1.3톤으로, 슈퍼마켓에서 쓰는 비닐 봉투부터 택배 포장재와 과자·라면 봉지까지 온갖 종류의 비닐이 압축돼 있었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는 기자에게 전범근 에코크레이션 대표가 말했다. "이걸 전부 다시 쓸 수 있다는 거예요."

현재 비닐 등 버려지는 플라스틱 소재는 상당수는 재활용되지 않고 일반 쓰레기와 함께 매립장에 묻히거나 소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선 하루에만 1998톤의 플라스틱이 폐기됐다. 매립시 완전 분해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500년으로 추산된다. 조선 초기에 쓴 비닐봉투가 땅에 묻히면 이제서야 자연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소각하더라도 온실가스가 발생해 대기를 오염시킨다.
SK지오센트릭은 국내 열분해 전문기업인 에코크레이션과 협력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다시 석유로 뽑아내는 '도시유전'으로의 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매립·소각했던 비닐 등 폐플라스틱을 다시 플라스틱이나 기름으로 재활용할 수 있게 된 건 큰 성과라는 평가다. 이 기술이 적용된 에코크레이션의 공장은 다음달 상업 가동할 예정이다.

에코크레이션의 열분해 기술이 적용된 뉴에코원 공장 엔지니어가 열분해유 생산 설비를 시험 가동하고 있다(SK이노베이션 제공). © 뉴스1
에코크레이션의 열분해 기술이 적용된 뉴에코원 공장 엔지니어가 열분해유 생산 설비를 시험 가동하고 있다(SK이노베이션 제공). © 뉴스1

일반 가정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은 수집·운반 업체가 1차로 수거하고, 중간처리업자가 재활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해 폐기물을 선별한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건 매립되거나 화력발전소에서 소각 원료로 쓰인다. 비닐의 경우 오염도가 심하거나 과자·라면 등 내부에 알루미늄으로 코팅된 소재는 모두 소각한다.

SK지오센트릭과 에코크레이션이 완성한 재활용 공정은 이 폐비닐을 원료로 투입하고 450도의 열을 가해 탄소화시켜 석유 성분으로 전환한다. 이를 통해 각종 플라스틱의 원재료인 나프타(Naphtha)와 기름, 가스 등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회사 측은 1개 반응로에 투입되는 플라스틱 10톤(하루 기준) 중 6000리터의 석유를 회수할 수 있다고 본다. 순수한 플라스틱의 경우 95% 이상 재활용할 수 있는데, 폐비닐의 경우 오염도가 높고 이물질도 많아 60% 정도만 가능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열분해유는 보일러나 선박엔진, 중장비엔진의 연료로 쓰인다. SK지오센트릭은 열분해유를 지난달 말부터 국내 최초로 정유·석유화학 공정의 원료로 쓰고 있으며, 뉴에코원이 생산할 열분해유도 SK 공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부산물인 나프타도 플라스틱 원료로 재활용된다. SK지오센트릭은 이를 다시 제품으로 성형해 포장재 완제품 형태로 공급하는 순환경제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재생 레진(Resin)을 순수 레진 수준의 고순도 플라스틱으로 전환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함형택 친환경제품솔루션센터장이 친환경 단일 재질 플라스틱 용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SK이노베이션 제공). © 뉴스1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함형택 친환경제품솔루션센터장이 친환경 단일 재질 플라스틱 용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SK이노베이션 제공). © 뉴스1

이번 기술의 핵심은 '친환경'이다. 기존에도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해 재활용하는 기술은 있었지만, 독극성을 가진 염소도 함께 배출되는 문제가 있었다. 일반적인 열분해 과정에선 염소 농도가 2500~3000ppm인데, 현행법에서 정한 부생유의 염소 농도는 300ppm 이하여야 한다. 뉴에코원은 반응로의 품질 개선과 촉매제를 통해 염소 농도를 100ppm 미만까지 줄이고, 배출되는 황화합물도 기준치 이하까지 제거했다.

이 기술에는 SK이노베이션의 연구센터인 환경과학기술원이 기여했다. 연구원은 뉴에코원과 공동으로 염소 잔류량을 줄이는 데 핵심인 촉매를 공동으로 연구해 개발했고, 열분해유 속 불순물을 제거하는 후처리 기술도 개발해 열분해유를 친환경 원료유로 탈바꿈 시켰다.

SK지오센트릭은 글로벌 기술과 자체 기술이 결합된 대규모 열분해유 공장을 울산에 건설하기로 했으며, 오는 2024년 상업 가동이 목표다. SK 관계자는 "완공시 연간 20만톤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연간 약 108만배럴의 열분해유가 생산된다"며 "진정한 도시 유전이 탄생하게 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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