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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파월 없었으면 버락 오바마도 없었다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박병진 기자 | 2021-10-19 08:48 송고 | 2021-10-19 14:02 최종수정
18일 영면한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이 생전 유엔 안보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18일 영면한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이 생전 유엔 안보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미국 유색인종 최초로 합참의장(육군 대장)을 거쳐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영면했다. 향년 84세다.
그는 유색인종으로는 최초로 미국의 사실상 서열 2위인 국무장관에 발탁된 인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미국의 공식 서열 2위는 부통령이다. 대통령 유고시 부통령이 권력을 승계한다. 그러나 평시에 미국 행정부는 대통령과 국무장관 중심으로 돌아간다. 사실상의 서열 2위인 것이다.

국무장관은 미국의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최고위 공무원으로, 미국 공무원 사회의 꽃이다. 그런 자리에 유색인종으로 처음 발탁된 인물이 바로 파월이다.

◇ 첫 흑인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 그는 한때 최초 흑인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가 되지는 못했다. 대신 그는 2001년부터 2005년까지 국무장관을 지냈다.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이 2010년 12월 1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대화를 하고 있다. 흑인 최초로 미국 합참의장과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 전 장관은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 합병증으로 별세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이 2010년 12월 1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대화를 하고 있다. 흑인 최초로 미국 합참의장과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 전 장관은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 합병증으로 별세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그로부터 4년 후인 2009년 미국에서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버락 오마바 대통령이다.

오바마 이전 유색인종으로 미국에서 가장 최고위직까지 올라갔던 인물이 바로 파월이었던 것이다. 그는 국무장관직을 훌륭히 수행해냈고, 유색인종도 주요 보직을 맡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파월이 흑인 대통령 시대의 초석을 닦은 셈이다.

◇ 코로나 합병증으로 사망 : 파월의 사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합병증으로 알려졌다.

그의 유족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을 통해 "우리는 훌륭하고 사랑스러운 남편이자, 아버지, 할아버지이면서 위대한 미국인을 잃었다"고 고인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두 번의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친 상태였다. 이른바 돌파 감염으로 결국 사망한 것이다. 

◇ 동두천에서 근무하기도 : 뉴욕시립대 학사장교(ROTC)로 군문에 들어선 파월은 베트남전 참전과 1970년대 후반 중령으로 한국 동두천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이어 흑인 최초로 육군 대장에 올라 군의 최고위직인 합참의장(1989~1993년)을 지냈다.

합참의장 시절에는 '아버지' 조지 H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주도한 걸프전을 지휘해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임기 말기인 1987년 흑인 최초의 국가 안보보좌관을 시작해 행정부와 연을 맺은 그는 레이건을 포함해 모두 4명의 미국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국민적 명성에 90년대 중반 한때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 후보로 거론됐던 그는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에 발탁됐다.

2002년 4월4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옆에 서 있는 가운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중동과 관련해 연설하고 있는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2002년 4월4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옆에 서 있는 가운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중동과 관련해 연설하고 있는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 이라크 전은 오점 : 그러나 2003년 2월 유엔 안전보장의사회에서 파월은 이라크 내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한다는 연설을 하면서 그의 명성에 큰 오점을 남겼다. 당시 그가 제시한 증거도 나중에 거짓으로 판명됐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를 근거로 이라크 침공을 감행했으며, 결국 사담 후세인 정권을 굴복시켰다. 그러나 전쟁의 명분이었던 대량 살상무기기 없는 것으로 드러나 미국의 도덕성에 오점을 남겼다.

파월은 2005년 ABC와 인터뷰에서 "당시 나의 발언은 확실한 오점"이라며 "그 기록은 내 역사의 일부가 될 것이기 때문에 너무 고통스럽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 부시 “모든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다” : 그럼에도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그의 업적을 찬양하며 애도하고 있다.

파월 전 장관을 국무장관으로 발탁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로라와 저는 파월의 죽음에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다"며 "그는 훌륭한 공직자였고, 많은 대통령들이 파월 장군의 조언과 경험에 의존했다"고 밝혔다.

그는 파월 전 장관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행정부 당시 국가안보보좌관, 자신의 부친인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및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합참의장, 자신의 행정부 시절 국무장관을 역임한 것과 2차례 대통령 자유훈장을 받은 것을 거론하면서 "그는 모든 대통령들이 총애했고, 국내외에서 높은 존경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 오바마 “파월 공화당 인사였지만 날 지지해 줘” : 민주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파월 장군은 모범적인 군인이자 모범적인 애국자였다"며 "파월 장군과 함께 일했던 모든 사람들은 그의 명료한 생각, 사방을 둘러보는 면모, 실행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치켜세웠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특히 "파월 장군과 같이 과거 공화당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이 2008년에 기꺼이 나를 지지해 준 것에 깊이 감사했다"며 “과거 자신이 무슬림이라는 의혹이 일었을 때 파월 전 장관이 오바마는 무슬림이 아니라 기독교 신자지만, 무슬림이어도 그게 무슨 문제냐고 말해줬다”고 술회했다.

역시 민주당 출신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부부도 파월을 추모했다.

18일 영면한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역시 국무장관을 지냈던 힐러리 클린턴과 함께 한 세미나에 참석한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18일 영면한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역시 국무장관을 지냈던 힐러리 클린턴과 함께 한 세미나에 참석한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조 바이든 대통령도 "우리의 위대한 미국인 중 한명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히 등 애도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그의 영면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는 것이다.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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