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故 이 중사 아버지가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공군 성추행 사망사건' 군수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딸 이중사의 사진을 들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2021.9.2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
"앞으로 아이 이름과 얼굴, 공개하셔도 됩니다"
지난 9월28일 서울 신촌 군인권센터. 고(故)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는 딸의 사진을 두 손에 들고 흔들어 보였다. 이 중사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성추행과 2차 가해를 당한 뒤 자신의 피해를 호소하며 극단 선택했다.기자회견을 도운 지원단체는 갑작스러운 공개에 "아버님은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면서라도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하실 수 있는 최후의 것들을 다 하고 있다고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회사 시스템에 올라온 사진을 살펴보니 이 중사의 얼굴엔 블러 처리가 돼 있었다. 사진을 찍었던 사진부 기자에게 "유족 측에선 모자이크 안 해도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 기자는 "(이 중사 사진은) 의도와는 다른 2차 가해 우려가 있어서 다 같이 공개 안 하기로 했어"라고 답했다. 뉴스1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매체가 이 중사의 얼굴이 희뿌옇게 가려져 있었다.
이 중사의 사망 소식이 지난 5월 처음 세상에 알려졌을 때는 국민적인 공분이 일었고 이목이 집중됐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이 중사의 얼굴'에 주목했다.이 사건의 연관 검색어로는 '이 중사 얼굴' '이 중사 인스타'가 함께 올라 있었고, 실제 기자 주변에도 공개되지 않았던 이 중사의 얼굴을 찾아보고 사건의 원인을 이 중사의 외모에 돌리는 사람이 있었다.
이 중사가 극단 선택한 후 공군 법무실 내부에서는 피해자가 누구인지에 집중하고 이 중사의 외모를 평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 피해자의 신상을 캐려는 시도가 이어졌고 외모를 두고도 무수한 소문이 돌았다. 성범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쏠리는 이 비정상적인 시선은 이어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호기심이겠지만 성폭력 피해로 일상을 잃어버린 피해자에게는 일상 회복을 방해하는 커다란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미디어상의 희뿌연 딸의 모습이 안타까웠겠지만 기자들의 우려도 현실적으로 일리가 있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사건 수사단계에서부터 미심쩍은 정황이 있다며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부실 초동수사 의혹이 제기된 공군 군사경찰과 군검찰 관계자들은 모두 불기소됐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주말에도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언론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 중사의 아버지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이 중사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
수사와 재판에 대한 감시가 필요한 이때, 이 중사의 사건은 점점 잊히고 있다.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중사의 얼굴이 아니라 아버지가 죽은 딸의 사진을 프로필에 담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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