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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공군 성추행 사망' 故이예람 중사 얼굴보다 더 중요한 것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2021-10-19 06:04 송고
공군 故 이 중사 아버지가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공군 성추행 사망사건' 군수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딸 이중사의 사진을 들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2021.9.2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앞으로 아이 이름과 얼굴, 공개하셔도 됩니다"

지난 9월28일 서울 신촌 군인권센터. 고(故)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는 딸의 사진을 두 손에 들고 흔들어 보였다. 이 중사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성추행과 2차 가해를 당한 뒤 자신의 피해를 호소하며 극단 선택했다.

기자회견을 도운 지원단체는 갑작스러운 공개에 "아버님은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면서라도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하실 수 있는 최후의 것들을 다 하고 있다고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회사 시스템에 올라온 사진을 살펴보니 이 중사의 얼굴엔 블러 처리가 돼 있었다. 사진을 찍었던 사진부 기자에게 "유족 측에선 모자이크 안 해도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 기자는 "(이 중사 사진은) 의도와는 다른 2차 가해 우려가 있어서 다 같이 공개 안 하기로 했어"라고 답했다. 뉴스1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매체가 이 중사의 얼굴이 희뿌옇게 가려져 있었다.

이 중사의 사망 소식이 지난 5월 처음 세상에 알려졌을 때는 국민적인 공분이 일었고 이목이 집중됐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이 중사의 얼굴'에 주목했다.

이 사건의 연관 검색어로는 '이 중사 얼굴' '이 중사 인스타'가 함께 올라 있었고, 실제 기자 주변에도 공개되지 않았던 이 중사의 얼굴을 찾아보고 사건의 원인을 이 중사의 외모에 돌리는 사람이 있었다.

이 중사가 극단 선택한 후 공군 법무실 내부에서는 피해자가 누구인지에 집중하고 이 중사의 외모를 평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 피해자의 신상을 캐려는 시도가 이어졌고 외모를 두고도 무수한 소문이 돌았다. 성범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쏠리는 이 비정상적인 시선은 이어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호기심이겠지만 성폭력 피해로 일상을 잃어버린 피해자에게는 일상 회복을 방해하는 커다란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미디어상의 희뿌연 딸의 모습이 안타까웠겠지만 기자들의 우려도 현실적으로 일리가 있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사건 수사단계에서부터 미심쩍은 정황이 있다며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부실 초동수사 의혹이 제기된 공군 군사경찰과 군검찰 관계자들은 모두 불기소됐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주말에도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언론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 중사의 아버지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이 중사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

수사와 재판에 대한 감시가 필요한 이때, 이 중사의 사건은 점점 잊히고 있다.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중사의 얼굴이 아니라 아버지가 죽은 딸의 사진을 프로필에 담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아닐까.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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