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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읽는 경제] '응답하라 1988' "쪼까 떨어진" 연 15% 금리

1965년 박정희 정부 '금리현실화'…예금금리 26.4%로 급등
70~80년대 고도성장기 두자릿수 금리…서민 자산증식 수단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2021-10-17 09:12 송고
<응답하라 1988> 성동일. 사진=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캡처. © 뉴스1
<응답하라 1988> 성동일. 사진=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캡처. © 뉴스1

성동일(덕선 아빠) "아, 물론 뭐~. 금리가 쪼까 떨어져가꼬 뭐, 한 15%밖에 안하지만…. 아~ 그래도 따박따박 이자 나오고 은행만한 곳처럼 안전한 곳이 없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극중 한일은행 직원인 성동일(성동일 분)은 천재 바둑기사 최택(박보검 분)의 우승 상금 5000만원을 은행에 넣어두라고 조언한다.
지금이야 예금 이자가 1~2%대로 떨어졌지만 1980년대만 하더라도 은행 이자는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88년 당시 평균 예금금리(1년 이상 정기예금)는 10.0%였다.

덕선 아빠의 말처럼 당시 이자가 15%로 높진 않지만 예전에 비하면 "쪼까 떨어진" 것은 맞다. 1960~1970년대부터 살펴보면 예금 금리는 이보다 높았다.

1961~1963년 예금이자는 15.0%였는데 1965년 들어선 26.4%로 단숨에 거의 두 배로 오르기도 했다. 은행에만 돈을 맡기면 거의 3할에 이르는 높은 이자가 나왔다는 얘기다. 1965년 9월 30일 박정희 정부의 '금리 현실화' 조치에 따른 결과다.
우리나라 역사상 전무후무한 이 조치는 민간 자금을 저축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돈을 무한정 찍어내 발권력으로 경제개발계획을 달성하기보다는 민간저축을 늘려 물가 폭등을 막고 경제 안정을 꾀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이러한 26.4%의 금리는 1967년까지 유지되다가 1968년 금리 조정에 따라 25.2%로 낮아졌다. 그리고 1975년 12%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사진=<응답하라 1988> 캡처. © 뉴스1
사진=<응답하라 1988> 캡처. © 뉴스1


1980년대 초 전두환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파격적으로 떨어뜨린다. 1981년 16.2%였던 예금금리는 1982년 8.0%로, 대출금리도 17.0%에서 10.0%로 그야말로 반토막이 났다. 이자비용을 낮춰 산업과 시설 투자에 활력을 넣기 위해서였다. 이후 1992년까지 10.0% 예금 이자가 유지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성동일이 은행에 무한정 신뢰를 보낸 배경이다.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지만 1970~1980년대 고도성장기의 우리 경제에서 은행 예금은 서민들의 자산 증식을 위한 주요 수단이었다. 1998년 13.30%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두자릿수 금리가 이어졌다.

우리나라가 '한 자릿수 금리 시대'에 접어든 것은 1999년이다. 고통스러운 국제통화기금(IMF) 고금리 처방을 거친 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목표값을 제시하는 통화정책을 발표하면서 예금금리는 1999년 6.90%로 뚝 떨어진다.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경쟁적으로 낮추기 시작한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난해에는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0.50%로 떨어졌다. 이에 예금 금리 역시 1~2%대에 머물고 있다. <응답하라 1988>과 비교하면 '쥐꼬리' 수준이다. 앞으로는 기준금리 인상 흐름이 이어지면서 예금 금리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자릿수 예금 금리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통장에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 자산 증식을 꾀하던 1980년대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특히나 치솟는 집값은 자산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의 '2021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7년 이후 '소득대비 주택가격의 비율'(PIR, Price Income Ratio)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도시지역에서 중위(전체는 1~5분위)에 해당하는 3분위 근로자 소득에 비해 서울의 중위(전체는 1~5분위)인 3분위 주택가격은 지난 1분기 기준으로 17.4배에 달했다. 도시에 살며 평균적인 소득을 버는 근로자가 서울에 평균적인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선 17.4년이나 돈을 모아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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