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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찍히면 '역적'인데 탄소중립 반발?…에너지공기업 "상상도 못해"

에너지공기업, 국감장서 진땀…탄중위에 "기술적 의견 전달했을 뿐"
에너지공기업 "탄소중립은 반드시 가야할 길 동의"

(세종=뉴스1) 박기락 기자 | 2021-10-17 07:00 송고 | 2021-10-17 07:43 최종수정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왼쪽)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자위의 석유공사, 가스공사, 에너지공단, 강원랜드, 석탄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참석자들과 선서를 하고 있다. 2021.10.1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왼쪽)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자위의 석유공사, 가스공사, 에너지공단, 강원랜드, 석탄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참석자들과 선서를 하고 있다. 2021.10.1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탄소중립에 조금이라도 의문을 제기하면 '역적'으로 몰릴텐데 어떻게 '반발'할 수 있겠습니까."(에너지공기업 관계자)

탄소중립에 목을 메고 있는 에너지공기업들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진땀을 흘려야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계획을 세우고 있는 탄소중립위원회가 각 산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공기업들이 일부 현실 가능성에 대한 의문과 보완책을 제안했는데, 국감장에서 정부 정책을 공격하는 빌미로 이용됐기 때문이다.   

에너지공기업들은 당시 시나리오 초안 발표를 앞둔 탄중위에 기술적인 실현 방안과 재원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런 의견이 마치 문재인 정부의 핵심 에너지 정책인 '탄소중립'이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며 반발하는 것처럼 언론에 비춰져 국감기간 중 공기업들이 공기업들이 이를 부인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에너지공기업이 탄중위에 제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대한 의견'과 관련한 답변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탄중위가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하기 전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공기업들이 내놓은 의견이다.

이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탄소중립 달성은 어렵지만 가야할 길"이라며 "다만 시나리오 3안의 전원별 발전 현황의 경우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에 대해 검토해봐야 할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탄중위의 시나리오 중 3안은 온실가스 배출을 일부 남겨놓는 1, 2안과 달리 100% 감축을 통한 온실가스 '제로'를 구현하는 가장 엄격한 계획이다.

가스공사의 답변은 해석의 여지는 있겠지만 탄소중립에 대한 반대 의견이라고는 보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가장 엄격한 수준을 지켜야하는 계획에 대해 공사가 책임을 지고 실현 가능성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탄소중립'이라는 단어에 격한 반응을 보이는 상황을 두고 에너지공기업들이 심하게 몸을 사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재원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 어디에도 눈 밖에 나서는 안된다는 절박감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탄소중립'이라는 단어와 목표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탄중위는 지난 8월 발표한 탄소배출 감축 시나리오에서 철강 부문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고로를 전기로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내놔 논란이 됐다.

고로는 철광석, 유연탄 등 원료를 고온으로 녹여 선박용 후판, 자동차 강판 등 판재류를 만드는 것으로, 고철(철스크랩)을 녹여 철근 등 봉형강류 제품을 생산하는 전기로로는 대체가 어렵다.

과거 동부제철이 1조5000억원을 들여 판재류를 생산할 수 있는 전기로 공장을 가동하기도 했으나 채산성이 맞지 않아 결국 사업을 접은 사례도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이 같은 탄중위의 계획과 관련해 "실현된다면 사실상 업체들을 해외로 내모는 행위"라며 거세게 비판하기도 했다. 

탄소중립 기술의 상용화 여부도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선 목표를 세우고 보자'식의 시나리오 수립은 일부 산업 피해 수준을 넘어 국가 경쟁력 저하를 우려할 정도로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에너지 전문가를 배제한 채 국가 경쟁력과 산업현장의 비용 부담을 고려하지 않고 환경적 위상만 강조해 졸속 수립됐음을 확인해 보겠다"며 탄소중립위의 민간위원 구성 과정을 윤순진 탄소중립위 민간위원장에게 물었다.

윤 위원장은 "그 구성에는 관여하지 않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나리오 초안에 포함된 탄소중립 기술 24개 중 상용화 가능한 기술이 얼마나 되는지"를 묻는 양 의원에 질문에 윤 위원장은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kirock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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