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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기시다 금명 첫 통화…'관계 개선은 아직 요원'

기시다, 어제도 징용 피해 배상에 "한국이 해결책 내놔야" 주장
아베·스가 '對한국 강경외교' 답습…총선 등 정치일정과도 연관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2021-10-14 10:25 송고 | 2021-10-14 13:24 최종수정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신임 일본 총리가 금명간 첫 전화통화를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내용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들의 배상문제 등을 놓고 지난 수년 간 한일관계가 계속 경색돼온 상황인 만큼 '일본의 새 총리 취임을 계기로 관계 개선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는 정상 간 통화가 이뤄지기도 전에 징용피해 배상문제와 관련해 우리 측에 해결책 제시를 요구하는 등 아베 신조·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대(對)한국 강경외교'를 답습하는 모양새여서 '한일관계 개선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한일 양국의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문 대통령 임기 중(내년 5월까지)엔 '현상 유지'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18년 10월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춘식씨 등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전범기업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뒤 이씨 등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0.3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기시다 총리는 13일 참의원 본회의 여야 대표 질문에 출석, 현재의 한일관계에 대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다"면서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징용피해 배상문제에 대해선 "한일을 건전한 관계로 되돌릴 수 있도록 (일본이)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한국 측이 조기에 내놓을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며 우리 측에 책임을 돌렸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에도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을 통해 한일 양국 및 그 국민 간 청구권에 관한 모든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등의 이유로 일본 정부·기업을 상대로 한 한국 내 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그에 따른 배상 판결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일본 정부는 2018년 자국 전범기업들에 대해 징용피해 배상을 명령한 우리 대법원 판결에 대해선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우리 측에 "시정"을 요구해왔고, 2019년 7월엔 해당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서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발동하기까지 했다.

지난 2015년 12월2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기시다 후미오 당시 일본 외무상(왼쪽·현 총리)와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한일위안부합의에 대한 공동 기자회견 뒤 악수하고 있다. .2015.12.2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우리 정부는 이처럼 양국관계가 전방위로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자 작년 하반기부터 징용피해 배상 문제 등을 풀기 위한 한일 간 정치적·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왔지만, 일본 측은 그사이 총리가 2번이나 바뀌었음에도 '한국이 잘못한 일이니 한국이 알아서 책임지고 해결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가 전 총리가 약 13개월(2020년 9월~2021년 10월) 간의 짧은 임기 동안 문 대통령과의 대면 정상회담을 1차례로 하지 않은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이와 관련 정부 안팎으로부턴 "문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간의 첫 통화에서도 한일관계에 대한 밀도 있는 얘기가 오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기시다 총리가 취임 후 우리 대통령에게 첫 인사를 전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일본 집권 자민당이 오는 31일 총선(중의원 선거)을 앞두고 있는 점도 한일관계 개선을 쉽게 예단키 어려운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일본 극우단체 재특회(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의 거리 집회 (재특회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일본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에서도 자민당이 과반 의석을 달성하겠지만, 의석수는 현재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는 상황. 아베 전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와중에 '건강상 이유'로 사임한 뒤 후임으로 발탁된 스가 전 총리마저 관련 대응 부실로 당과 내각 지지율을 깎아먹었던 만큼 "아직 그 여파가 남아 있다"는 분석에서다.

아베 정권에서 외무상으로 일했던 기시다 총리는 2015년 아베를 대신해 '한일위안부합의'에 서명한 당사자다. 기시다는 당시 합의문 작성과정에서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런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 통감한다"는 문구를 넣는 데 주저했던 아베를 직접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선 문 대통령 취임 이후 '합의과정에서 피해자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위안부합의 자체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그러나 일본의 보수 우익들도 합의문에 담긴 '군의 관여'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 등의 표현을 놓고 강하게 반발했었다. 이와 관련 일본 내에선 자민당의 원내 과반 의석 유지를 위해 보수 우익들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시다 총리로선 당분간 "'한국에 무르다'는 인상을 주는 걸 피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2021.9.2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기시다 총리 취임 후 열흘이 지나서야 문 대통령과의 첫 통화 계획이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도 이 같은 일본 내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본 교도통신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 문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14일 첫 통화를 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달 4일 취임 이후 13일까지 미국·호주·러시아·중국·인도·영국 등 6개국 정상과 연쇄 통화하며 취임인사를 전했다. 일본 총리의 취임 후 첫 정상 간 통화 순서는 일본 정부가 판단하는 해당 국가의 중요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에 대해 외교 소식통은 "아베 정권 이후 일본 내에서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강해다"며 "이런 상황에선 기시다 총리도 전향적인 대외 정책을 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이번 총선뿐만 아니라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지나 기시다 정권이 '안정기'를 맞아야만 한일관계 개선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내년 7월이면 문 대통령 퇴임 뒤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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