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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400억' 코카인 100㎏ 사상최대 밀수…필리핀 선원 2심도 '무죄'

미 수사국 첩보로 선박 추적…다이버가 닻 체인 보관 공간에 숨겨
밀수 혐의 선원 기소, 2심도 '증거부족' 무죄…마약 주인 못 밝혀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2021-10-13 05:30 송고
2019년 8월 25일 충남 태안항 인근에 정박 중이던 홍콩 국적 벌크선에서 적발된 코카인 © 뉴스1

지난 2019년 8월 25일 오전 3시5분. 해양경찰과 세관공무원들이 충남 태안항 인근에 정박 중이던 홍콩 국적 9만4528톤급 벌크선을 덮쳤다. 이 선박은 태안화력발전소에 석탄을 하역할 예정이었다.

해경은 캄보디아 영해에서 한 다이버가 해당 선박에 200㎏가량의 코카인을 숨겨 출항했다는 미국 해안경비대 등 수사국의 첩보를 접수해 해당 선박을 추적 중이었다.

이날 해경은 선박 내 닻을 보관하는 체인로커에서 1㎏ 단위로 포장된 코카인이 담긴 군용 가방 4개를 발견했다. 적발된 마약은 총 101.344㎏, 시가 약 405억원 상당에 300만명 이상이 동시에 투약 가능한 사상 최대 규모였다.

수색 당시 선박 내 식당에 모여 있던 선장을 비롯한 약 20명의 선원들은 하나같이 마약의 존재를 전혀 모르는 분위기였다.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 듯 보였으나, 해경은 필리핀 국적의 일등 항해사였던 60대 A씨를 마약밀수 주범으로 보고 특가법상 마약 혐의로 송치했다.

이후 A씨를 같은 혐의로 곧바로 재판에 넘긴 검찰은 선박항해기록장치(VDR) 녹음 파일을 핵심 증거로 내세웠다.

검찰은 “코카인 잘 있냐”는 등 마약과 관련된 말을 하는 A씨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녹음됐다고 주장했는데, 일부 동료 선원들도 녹음된 목소리는 A씨가 맞다고 증언한 상황이었다.

일등 항해사였던 A씨가 선박 내 구조를 잘 알고 있고, 비교적 이동이 자유로워 마약을 회수하기 용이했을 것이라는 점도 객관적 증거로 꼽았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검찰의 증거가 모두 입증능력이 부족하다고 보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제1형사부는 특히 A씨의 휴대전화 등에서 마약과 관련된 내용을 찾지 못한 점, VDR은 낮은 음질과 심한 잡음으로 검찰 주장대로 식별하기 어려운 점, A씨가 이 사건 마약을 자유롭게 회수할 수 있는 유일한 선원이 아닌 점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검찰은 VDR 속에서 A씨가 분명 '코카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강조했지만, 해당 파일을 들은 통역사와 검증인들의 의견은 제각각이었다. 다만, “제대로 듣기 어렵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즉각 항소하면서 1심과 같은 주장을 펼쳤다. 검찰은 특히 대화 내용이 코카인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성문분석 결과를 재차 강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20년 11월 13일 대전고법 제1형사부는 "4회에 걸친 공판과 필리핀 언어능력자 및 통역인들의 공판 및 수사 참여 등에서 심리가 미진했다고 볼 수 없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한편, 미 수사국의 제보에 따르면 이 사건 마약은 당초 밀수 일당에 의해 선박이 멕시코를 지날 때 회수될 예정이었으나 예상과 달리 싱가포르를 거쳐 국내로 흘러 들어왔다.

아직까지 마약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guse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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